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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연꽃마을 신옥균 대표‘노근리의 아픔, 연꽃으로 보듬다’
최주연 기자 | 승인2017.09.26 15:41

대전 동쪽, 아름다운 풍광의 대청호길을 따라 걷다보면 호젓하게 자리 잡은 ‘연꽃마을’이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2천 평 대지에 100여종의 연과 수련이 자라고 있는 연꽃마을은 꽃 전시 외에도 해마다 여러 문화행사와 체험마당을 열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쉼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곳에서 17년이 넘는 긴 시간의 열정을 오직 연꽃에 쏟아 붓고 있는 신옥균 연꽃마을 대표를 만났다.

극락세계를 닮았다는 ‘연’

연은 더러운 물속에서 자라나 깨끗한 꽃을 피운다 하여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불교에선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깨끗한 꽃을 피운다는 청정함의 상징으로 극락세계를 연꽃에 비유했다. 또한 품종이 많은 탓에 민간에서는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 여성의 옷에 연꽃무늬를 그려 자손을 많이 낳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연꽃마을은 2000년 초 신옥균 대표의 부친이 작은 취미로 조성하기 시작한 곳이다. 연꽃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하려 했던 부친의 뜻은 많은 지인들을 불러들였고 해가 갈수록 그 호응이 좋아지면서 하나 둘 품종이 늘어나 규모 또한 커졌다.

“저는 IMF때 작은 하청업체를 하다 힘들어져 사업을 접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아버님이 연꽃마을을 업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권유하셔서 시작하게 됐고 2004년에 ‘연꽃마을’이라는 이름을 정식 상호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연꽃의 아름다움을 전하려 하셨던 아버님의 뜻처럼 저도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연꽃 덕분에 들어선 사진가의 길

연꽃마을은 연꽃과 수련 외에도 다양한 수생식물들을 재배하고 판매한다. 또한 해마다 연꽃사진전시회, 연비누와 염색 체험, 시낭송회, 연꽃문양 도자기 전시회, 연음식 전시회와 같은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연꽃사진전시회는 신 대표의 사진가로서 발자취가 맞물려 있는 것이기도 하다.

“처음 연꽃마을을 시작하면서 꽃의 품종분류와 기록을 위해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연꽃의 아름다움이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서서히 사진작가의 길을 가게 된 것이죠. 2005년도에 연꽃사진가회를 만들었고, 해마다 연꽃마을 농장과 대전시에서 연꽃사진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사찰이나 관공서 그리고 단체에서 의뢰가 와 전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의 시작이 연꽃이다 보니 주로 찍는 작품들도 연꽃사진과 야생화 분야고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도 물론 연꽃사진이라고 한다. 신 대표가 보내온 사진 작품들에는 단아한 자태의 꽃들이 기개를 뽐내듯 고결하게 피어나 있어 그의 연꽃사랑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사진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마음을 투영하는 것이니 말이다.

작가들의 로망 ‘빅토리아’

수련과 연은 닮은 듯 다르다. 꽃과 잎이 물에 닿아있으면 수련이고 잎과 꽃이 수면 위로 솟아올라 피어나는 것이 연이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보통 수련의 수를 물 수(水)자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잠잘 수(睡)다. 오전에 피었다 오후에 오므라드는 모습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수련은 관상용으로 아직 보급 초기인 까닭에 많이 볼 수 없지만 연꽃은 오랜 세월 한국인에게 사랑받은 꽃이다. 연의 거의 모든 부분은 약용으로 쓰일 수 있고 연뿌리는 식용으로도 쓰인다. 그렇다면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은 무엇일까?

“연꽃과 수련 중 단연 최고의 인기품종은 세계에서 제일 큰 빅토리아 수련입니다. 많은 사진가들이 담고 싶어 하는 꽃이죠. 연꽃 중에서는 천판련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꽃잎이 천장 가까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스스로 개화가 안 되고 인위적으로 벌어지게 해줘야 하는 품종인데 향기나 화형이 너무 예뻐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연꽃을 볼 수 있는 절정기는 7월 중순 전후다. 하지만 연꽃의 품종이 많다보니 개화시기가 제각기 달라 여러 품종을 심어 놓으면 6월말에서 9월초까지도 볼 수 있다. 연못에 피는 연꽃이지만 집에서 관상용으로 보고 싶다면 작은 용기에 키우기 좋고 개화량도 많은 소형 품종을 선택하면 된다. 또 햇빛만 충분하면 대부분 잘 자라지만 일조량과 통풍이 좋아야 하므로 아파트보다는 일반주택이 더 적합하다.

연꽃마을까지 가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홈페이지(www.lotusshop.kr)를 방문해 신 대표가 직접 찍은 다양한 연꽃 품종 사진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서호홍련, 홍화건연, 홍보석, 심수홍련, 초천상운, 대쇄금, 팔일연 등 다양하고 특이한 이름도 함께 배우면서 말이다. 이밖에도 참나리, 노랑사상화, 물양귀비, 부레옥잠 등 다양한 야생화와 수생식물들도 독자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노근리 평화공원에 기증한 연꽃들
‘어두운 추모의 공간을 사랑과 평화의 에너지로 채우다’
 
연꽃마을이 위치한 대전 동구 주산동에서 한 시간쯤 차로 달리면 노근리 평화공원이 나온다. 이곳은 1950년 미군이 노근리 철교 밑에서 한국인 양민 300여 명을 학살한 ‘노근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최근 신 대표는 이러한 아픔을 간직한 노근리 평화공원에 연꽃을 기증하고 사진전을 개최했다. 8월1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제1회 노근리 평화공원 연꽃사진 연합전시회’는 한국디지털사진작가협회 영동지부회와 연꽃사진가회, 문경포토클럽, 구미 빛그림 갤러리 등 9개 단체가 함께 모여 진행했으며 수많은 연꽃 동호인들과 사진 동호인들이 모여들었다.

“노근리 평화공원은 그간 어둡게만 비춰졌던 추모의 공간이었습니다. 이제 그런 이미지를 탈피해 역사의 아픔이 있는 공간이 사랑과 평화의 공간으로 변모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꽃과 장미 등 여러 야생화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 알리기 위해 연꽃사진전을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지금 노근리 평화공원 곳곳 약 1만㎡ 규모의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연꽃들이 그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자랑하며 피어있다. 행사는 올 한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정원과 연못을 힐링 공간으로 만들어 봄부터 가을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낭만 가득한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대청호 연꽃마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동안 연꽃마을에서 개최했던 행사들을 규모나 시설 면에서 월등히 좋은 노근리 평화공원으로 옮겨와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신 대표는 이를 통해 ‘노근리 사건’이 더 알려지는 긍정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전했다.

신 대표의 호는 아침연꽃이라는 뜻의 ‘진연’이다. 연은 이른 아침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기에 인생을 연과 함께 살고 있는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이름인 듯하다. 그리고 그 의미만큼 연꽃마을과 노근리 평화공원의 꽃들도 더 수려하게 피어날 것이라 생각된다.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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