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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박물관 정지태 관장에게 듣는다'관음보살래영도' 그 가치와 역사적 의의 단독 분석
이영아 기자 | 승인2017.09.26 15:20

거창박물관 정지태 관장에게 듣는다

여느 때처럼 일과를 마치고 인터넷에서 골동품 옥션에 나온 물건들을 둘러보다 심장이 멈출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한 옥션사이트에서 바로 이 관음보살래영도를 발견한 거죠. 그런데 시대와 작가가 미상으로 나와 있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손상은 많이 됐지만 분명 고려불화였는데 말입니다. 저는 그때부터 며칠 동안 고려불화에 대한 자료를 정신없이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고려불화라는 확신이 강해졌어요. 그렇다면 이 불화가 외국으로 팔려나가는 것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그 회사에 전화해 고려불화로 정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정되지 않아 직접 찾아갔어요. 눈으로 실물을 확인하고는 고려불화인데 왜 미상으로 기록해 놓았는지, 고려불화로 판단되는 제 소견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관계자께서는 탐탁하지 않게 여기시는 것 같았어요. 고려불화일 확률이 8:2, 잘못 판단했다고 해도 6:4라고 거듭 말씀드렸지만 그렇게 자신 있으면 직접 입찰을 하라 하시더군요. 입찰방법을 여쭤보고 그 자리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나왔어요. 관계자분들도 고려불화가 아닐까 생각은 했지만 고려불화로 경매장에 나가면 시작가만 해도 20억이 넘을 텐데, 그렇게 누군가가 낙찰 받았다가 아닌 게 되면 옥션회사는 낭패를 보기 때문에 섣불리 고려불화라고 내세우질 못한 거 같아요.

그때 기분은 좀 나빴지만 그분들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고려불화라고 확신하면 조용히 입찰할 일이지 거기까지 찾아가서 고려불화가 맞네, 아니네 할 일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솔직히 고려불화 같은 어머어머한 유물은 대기업이나 큰 사찰에서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지, 제가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괜히 애먼 사람 손에 들어가 외국에 팔려나가는 불상사만은 막으려고 했던 거죠.

그 후 경매일을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국내외 고려불화를 되짚어 봤어요. 당일이 되자 무지 두근거리더군요. 어떤 쟁쟁한 사람들과 경쟁하게 될지…, 가격이 얼마나 치솟을지…. 가격이 많이 뛰면 포기해야죠. 그런데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어요. 시작가에 고스란히 제 품에 들어왔죠. 우리나라 불교미술대가로부터 세계최초의 고려불화라는 감정까지 받고는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큰 금액을 제시하고 팔라는 유혹이 끊이질 않았고, 주변의 지인들도 로또 맞았다고 빨리 팔라고 부추겼어요. 하지만 전 팔지 않아요. 이 불화는 제가 산 게 아닙니다. 억대도 안 되는 금액으로 저한테 왔다는 건 제가 산 게 아니라 관음보살님이 700여년을 떠돌다 거처할 곳을 찾아 저에게 찾아오신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팝니까. 수천억을 준다 해도 못 팔죠. 제 꿈인 박물관 건립을 도와주러 오셨어요.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이 불화가 대기업이나 큰 사찰로 가셨으면 엄청나게 큰 환대를 받으며 입성하셨을 텐데, 이렇게 작은 박물관으로 오셔서 대접을 못 받고 계신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좀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매스컴에 방송된 후 미얀마의 어느 사찰에서 친견회를 열고 싶다고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거절했습니다. 친견을 해도 우리나라에서 먼저 해야죠. 지금 문화재 등록 신청 중이에요. 그림이 국보로 지정된 경우가 없기는 하지만 세계최초의 불화인데다 전무후무한 도상이라 국보로 지정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보로 지정돼서 보수가 진행되면 우리나라에서 먼저 친견회를 갖을 생각입니다.

사실은 그동안 수집해 온 유물이 한 5천여 점 되는데, 전 세계에 단 한 점밖에 없는 유물이 이 고려불화 말고도 몇 점 더 있어요. 제가 박물관을 지으려고 하는 건 위대한 우리 유물의 반출을 막고 후손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목표일까지 10여년 남았네요.

지금하고 있는 한방식품사업도 궁극적인 목표는 박물관 건립을 위한 겁니다. 계속해서 유물을 팔지는 않고 모으다 보니 자금도 필요하고요, 박물관 건립할 때도 최소한 30억 이상은 들 텐데 그 기금 마련을 위해 한방식품사업을 하고 있어요. 목표가 그렇다보니 이것도 대충 만들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방부제는 물론이고 물 한 방울도 넣지 않고 600시간동안 달이고 식히고 숙성시켜서 경옥고의 원방을 재현한 한방식품을 정성을 다해 만듭니다. 저희 제품을 드시는 분들은 모두 박물관 건립을 돕고 계시는 거라 생각하니 정성을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제는 점점 저희 제품을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감사하죠.

얼마 전에 덕종어보 모조품 논란이 있었는데 저희 박물관에도 어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박물관에 있는 모든 유물은 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물려주신 우리의 것이죠. 제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뿐이고, 10년 후 제 고향 경기도 광주에 박물관을 지어 후손들과 함께 이 유물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자손임을 뿌듯해하길 바랄 뿐이에요. 많이 성원해 주십시오.


이영아 기자  plusmgbl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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