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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고려불화 ‘관음보살래영도(觀音菩薩來迎圖)’미술계의 역사를 뒤바꿔 놓은 또 하나의 새로운 불화
이영아 기자 | 승인2017.09.26 15:14

지난 5월 각 매스컴에서 이슈가 되었던 세계 최초의 고려불화 출현 소식 후 세계 미술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의 관음보살래영도라는 사실은 불교 미술계에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그 특별한 중요성을 집중 분석해 본다.

전 세계에 현존하는 고려불화는 160여점이다. 고려의 불화니 당연히 우리나라 어느 박물관이나 미술관, 아니면 사찰에 잘 보관돼 있으리라 생각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소장하고 있는 불화는 160여점 중 10%에 불과하다. 그 외 80%는 일본, 나머지 10%는 유럽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서울의 거창박물관(정지태 관장)에 출현한 이 불화 역시 일본에서 들어온 불화다. 배접 상태와 족자가 일본식인 것으로 일본의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가 일본과 국내의 옥션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불화’라면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아미타독존래영도(阿彌陀獨尊來迎圖) 또는 아미타삼존래영도(阿彌陀三尊來迎圖), 아미타팔대보살래영도(阿彌陀八大菩薩來迎圖), 시왕보살(十王菩薩)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이 불화는 지금까지 한 점도 발견된 적이 없는 ‘관음보살래영도’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고려불화로 주목되고 있다.

래영도(來迎圖)란 무엇인가

아미타불이라든가 관음보살이라든가, 거기다 래영도까지, 독실한 불교인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선 단어다.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종교를 떠나 우리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 불화를 위대한 유산의 한 점으로 보기 위해 최소한의 상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크리스천은 아니어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을 보면 원물은 벽화라는 사실이나 작가의 이름은 몰라도 ‘아, 이거 최후의 만찬이네’, ‘가운데 있는 사람이 예수님이구나’, ‘예수님이 제자들과 갖은 마지막 식사 그림’ 정도는 알아보듯이 말이다.

그럼 가장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아미타삼존래영도’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보살’에는 미래에 성불할 미래불(未來佛)인 미륵불, 자비(慈悲)와 절복(折伏:불법(佛法)을 설교하여 악법을 꺾고, 정법을 따르게 함)의 신앙 대상인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 등이 있다. 그리고 정토사상(淨土思想) 즉 극락세계와 관련된 아촉불(阿閦佛)과 아촉보살, 아미타불과 법장보살(法藏菩薩)이 있다.

또 ‘래영도’라 하면 극락세계에 머물러 있는 이 아미타불이 극락왕생하기를 원하는 임종의 신자 앞에 출현하여 극락정토로 직접 영접하는 그림이나 극락에 왕생하는 왕생자들을 극락에서 맞이하는 그림을 말한다. 이때 래영(來迎)하는 아미타불이 단독일 경우에는 아미타독존래영도, 아미타불과 좌우협시보살인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우리나라의 경우 고려말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러는 지장보살이 대세지보살을 대신하게 된다)이 함께 등장하면 아미타삼존래영도, 그리고 아미타불 이외의 보살이 몇 분인지에 따라 8대보살, 25대보살, 또는 더 많은 보살의 성중(聖衆)래영도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출현한 이 래영도는 이들 형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좌협시보살인 관음보살이 단독으로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관음보살만 등장하는 래영도는 한 점도 발견된 적이 없다. 거기다 관음보살의 화불(化佛) 역시 보관(寶冠)에 그리는 것이 통상인데 보관이 아닌 연꽃 위에 그려져 있어 전례가 없던 매우 특이한 도상을 하고 있다.

동적이면서도 섬세하고 독특한 금선묘

이제 상식에서 조금 더 깊이 감상해 보자. 여기에는 2017년 교육과학기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된 동국대학교명예교수 겸 한국미술사연구소 소장이신 문명대 교수님의 연구논문을 토대로 한다,

이 관음보살래영도의 화면크기는 83㎝×34.5㎝이다. 이 안에 51㎝의 관음보살상이 멋있게 나는 비운(飛雲)을 타고 있다. 오른 손바닥은 아래로 쭉 뻗어 왕생자를 맞이하는 수인을 하고 있으며, 왼손은 연꽃가지를 잡은 채 중생을 맞이하러 극락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화면의 1/4 정도가 공백으로 남아있어 여백의 미를 살리고 있다. 오른쪽으로 비튼 자세의 관음보살상이 비운을 타고 내려오면서 왕생자가 있는 지상을 향해 화면의 오른쪽 모서리를 지긋이 응시하는 장면을 잘 포착해 13세기 독존래영도의 구도와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얼굴은 갸름하면서도 고아하여 우아한 귀족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으며, 신체 역시 유연하고 날씬하여 곡선의 미를 잘 나타낸다. 거기다 관음상의 대좌인 비운은 속도감이 있어 불화 중에서도 가장 운동감이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래영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종류의 선명한 금색이다. 보관, 목걸이, 팔찌 등은 굵고 두껍게 칠해 힘을 느끼게 하며, 옷깃이나 단의 보상당초모란잎무늬나 군의(裙衣)의 구름, 봉황무늬 등은 가늘고 치밀해 정교한 강약의 아름다움이 찬란하게 나타나고 있다.

필선 역시 관이나 목걸이, 팔찌 등의 장신구와 구름이나 옷 주름의 선들은 굵고 활달하면서도 유연한 곡선미를 잘 묘사하고 있다. 반면 옷깃이나 단에 표현된 선명한 금선묘는 정교하고 세련된 필선으로 이 불화의 격조를 높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불화에서 가장 특징 있는 문양은 옷깃에 선명하게 표현된 금선묘 보상당초모란잎무늬들이다. 꽃은 꽃이지만 잎들의 특징이 산(山)형을 이루고 있고 잎줄기가 좌우 대칭적으로 뻗어 있어 매우 특이하다. 래영도 중 이 래영도의 모란 잎이 제일 뛰어날 정도로 말이다.

위대한 유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아미타래영도 중에서 좌협시보살인 관음보살이 독립적으로 분리된 관음보살래영도라는 점, 보관에 안치된 화불(化佛)이 왼손에 든 연꽃가지의 꽃 위에 안치되어 있다는 점, 전신이 선명한 금선묘로 묘사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금선불화라는 점, 그리고 연화당초모란잎무늬에 하나 더 보탠 보상연화당초모란잎무늬가 처음 나타났다는 점 등은 지금까지의 고려불화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불화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관음은 아미타불과 일체가 되어 아미타신앙을 더욱 승화시켜주는데 이러한 아미타, 관음신상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작의 하나가 바로 이 관음보살래영도인 것이다.

때문에 고려후반기(1271~1315)의 세련되고 고상한 양식적 특징과 함께 기법, 도상 등이 독특하게 표현된 이 관음보살래영도는 현존하는 유일한 것으로서 그 역사적 의의는 대단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극찬한 이 불화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참고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약 40조원이다.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그림 한 점이 연 900만 명의 관광객 유치에 기여하는 정도와 보험가 등을 추정하여 환산한 금액이다. 우리 것보다 훨씬 뒤늦게 그려진 모나리자의 가치가 이 정도라면 고려불화 역시 시대는 물론 작품성까지 두말할 것도 없으니 이와 동등 이상의 가치는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력의 문제도 무관하다 할 수는 없지만, 자국민조차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면서 세계무대에서 각광받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이제는 가까이 있어 그저 스쳐지나갔던 우리의 전통예술문화의 우수성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는 뿌리부터 뛰어난 예술인이었음을 자부하며 그 가치를 보존하고 선양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이영아 기자  plusmgbl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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