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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인 더 북스 Sex in the Books글로 배우는 성(性)과 성생활
박성조 기자 | 승인2017.09.26 14:57

섹스는 더 이상 숨어서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가 아니다. 자극적이고 어둡게만 섹스가 표현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인문학적으로 그리고 일상과 교양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다뤄지는 시대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섹스를 글로 배우는’ 책들을 소개한다.

■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다윈도 알지 못한 지구상 모든 생명의 사랑과 성에 관한 상식과 오해)

다그마 반 데어 노이트 저 | 정한책방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두 사람의 섹스에 의해 생겨났고 그 두 사람은 또 각각 다른 두 사람의 섹스에 의해 생겨났다. 우리 모두는 수십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 사랑하는 생명체들로 연결되는 사슬의 일부분이다. - 175p.

암컷들은 ‘가정의 행복’ 전략과 ‘남자와의 기쁨’ 전략 사이의 타협을 선택하는 것 같다. 가정에는 든든한 파트너, 밖에는 유전적 다양성의 제공으로 더 강한 후손을 보장해주는 슈퍼맨이 있다. - 90p.

몇 년 전 미국의 심리학자가 17~42세 남녀를 대상으로 섹스하는 이유를 조사했다. 답변은 다양했다. ‘욕정이 일어서’, ‘내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 ‘호르몬이 넘쳐서’, ‘심심해서’, ‘결혼했으니까’ 등이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종합하면 결국 섹스라는 행위와 감정적인 관심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분석에 따르면 섹스가 단순히 감정 없이 행위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인류는 점차 줄어들다가 결국 멸종에 이르렀을 것이다.

심리학 잡지 ‘Psychologie Magazine’의 편집인이자 인간 본질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보여 온 언론인 다그마 반 데어 노이트의 책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는 인간의 사랑과 섹스를 동물에 비교하며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섹스가 ‘동물적인 본성’이라면 이 같은 접근은 우리의 사랑과 섹스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저자는 심리학적인 시각에서 섹스라는 행위 속에 담긴 사랑의 감정을 포착해 전달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은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섹스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학문적으로 딱딱하게 접근하지도 않는다. 애정표현의 방식이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각각의 환경에 맞게 적용되어 왔는지에 가장 무게를 둔다. 저자는 우리가 숨을 쉬고 밥을 먹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가 바로 섹스임을 이야기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섹스를 주제로 하는 대화들에 부끄럽지 않게 교양인의 품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관계 수업

치아(治我) 저 | 책들의정원

우리에겐 있는 그대로 섹스를 말하며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합니다. 익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진 그 민낯 속에는 즐거움과 쾌락뿐만 아니라 슬픔과 외로움, 고통도 있으니까요. - 30p.

야동이나 야한 사진 없이, 내가 내 손으로 내 몸을 만지는데 성적 흥분이 느껴질까요? 물론 이 과정을 사랑하는 그녀가 해준다면 이는 또 다른 즐거움이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혼자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120p.

섹스에 관한 문제들을 꺼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문화는 심각한 문제들을 누적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고통 받으면서도 참기만 하는 부부나 연인들도 한둘이 아니다. 참고 숨기는 것은, 당연하게도 결코 건강한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섹스를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이 책이 그런 목적에 유용할 것이다. <관계 수업>은 성과 관련된 사연들을 직접 상담하듯 다룬다.

저자 ‘치아’는 인기 블로거다. 블로그의 주제는 성(性)상담. 하루 평균 1만 명이 방문하고, 누적 방문자는 650만 명에 이른다. 그는 구체적인 사연을 가지고 섹스를 이야기한다. 불감증에 시달리거나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한 여자, 발기부전이나 조루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저자는 “당당해지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성관계에서 특별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사랑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판타지들이 행복해야 하는 섹스를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속설로 전해져서 진짜라고 믿어지던 것들이 허구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진짜 섹스’가 시작된다는 응원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을 나누고 있고, 나누려는 이들에게 묻는다. 성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나의 성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혹시 나와 상관없는 성, 내 이야기가 아닌 성, 음담패설을 할 때만 당당하지 않습니까? 이 질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필요하다. 집착하고 노력한다고 모든 일이 다 풀리는 것은 아니듯, 섹스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

■ 음란한 인문학

이봉호 저 | 쌤앤파커스

킨제이의 연구는 종교 정신에 기반한 섹스 규제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사고라는 공감대를 얻는다. 치열한 찬반양론에도 불구하고 킨제이는 미국 성문화에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낸다. [타임]지는 섹스에 대한 개방적 논의를 통해서 향후에는 동성애, 구강 섹스, 오르가슴, 자위 같은 용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 70p.

프랑스는 결혼 문화에서도 다른 국가들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젊은이의 70퍼센트 이상이 결혼보다 동거를 선호한다. 그들은 왜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하는 것일까? 이유는 결혼이 단 한 명의 배우자에게 만족해야 한다는 사회적 구속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 만족하기보다 다수와 관계 맺기를 통해서 인생의 선택지를 다원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219p.

사석에서 섹스를 말하면 ‘저질 인간’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도 드라마와 쇼프로그램으로 소비되는 성적인 코드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된다. 이처럼 인간 본성에 자리 잡은 성욕은 억압 속에서도 어떻게든 표출된다. ‘때가 악하기’ 때문도 아니고 ‘요즘 것들이 되바라져서’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책 <음란한 인문학>에서 우리가 ‘음란하다’고 생각해 온 것들의 문화적 배경과 흐름을 설명한다. 책에서 다뤄지는 27가지 주제는 성 담론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주제들이다. 저자는 이 주제들을 다루면서 대주으이 기억 속에 봉인된 성 담론을 매혹적으로 해석한다.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는 가운데 포르노 영화 ‘목구멍 깊숙이’, 인간의 성 행동을 연구한 ‘킨제이 보고서’, 유럽의 부끄러운 역사를 정면으로 꼬집은 성애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 등 익숙한 제목들이 등장한다.

‘음란한’이라는 제목의 수식어에 비해 책은 ‘음란한 유희’보다 지적인 유희를 제공한다. 저자는 우리 안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본능 속에 숨겨진 에너지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안내하는데, 그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음담패설에 지적인 교양으로 맞대응하는 내공이 쌓인다.

■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 (세상에 진실을 보여주자!)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저 | 바다출판사

어릴 때 나는 야동 보면 잡혀가는 줄 알았다. 결혼 전에 섹스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제는 야동 봐도 되고 키스해도 되고 섹스해도 된다는 걸 알았는데 아직도 그런 주입된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만들어진 처녀다. 이제 더는 처녀이고 싶지 않다.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실천하는 비(非)처녀가 되고 싶다. - 26p.

남녀공학에서는 여학생들도 있으니까 그런 여성혐오적인 이야기를 하면 까이고 반박당할 텐데, 남학교에선 그런 브레이크가 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죠. 남학교 여학교로 한쪽 성별만 모여 있는 건 교육상 좋지 않은 것 같아요. - 234p.

2013년 SNS에 ‘나는 처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화제를 모았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진행한 캠페인이었다. 단체는 전국 청소년들에게 공모받은 사연을 온라인에서 30여 회 연재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은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2011년부터 활동해 온 청소년 운동단체다.

그들이 지난해 10월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청소년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이들은 ‘우리도 섹스를 하고 싶다’는 단순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눌러야 하고, 성욕은 아예 없는 것처럼 숨겨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박하려는 것이다. 이 책은 그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애써 모른 척했던 청소년들의 섹스 현실을 담고 있다.

학교 성교육이 실효성이 없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문제다. 그러나 그로 인한 현실이 어떤지, 그런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를 이해하는 ‘어른’들은 많지 않다. 사실 대부분은 외면하기에 바쁘다. 이 책은 청소년의 섹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어른’ 또는 ‘부모’의 입장에서 불편하더라도 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박성조 기자  parkoon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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