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 달걀 파동, 근본대책은?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9.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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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20년 전부터 공장식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해 조류독감, 구제역이 없을 뿐 아니라 살충제 달걀 파동을 피해갔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과자 등의 가공식품에 불필요하게 계란을 남용하고 있다. 해외의 많은 가공식품들이 계란 사용을 배제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식품회사들도 계란 가공품 남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독회복상담학교 강의모습 (기독교중독연구소)

지난 8월14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양계농장에서 살충제 달걀이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바로 1,456곳에 달하는 전체 산란계 농장의 출하를 긴급 중단시켰고 후속조치로 모든 양계농장의 농약성 물질검사를 실시했다. 경기도 남양주, 강원도 철원에서 피브로닐 살충제가 검출됐고, 경기도 양주와 경기도 광주, 충청남도 천안, 전라남도 나주에서도 비페트린 살충제가 안전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심지어는 인체 유해성으로 인해 사용 금지된 DDT 농약이 달걀뿐 아니라 닭에서까지 검출돼 그야말로 전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중추신경 파괴하는 살충제

피브로닐은 벌레의 중추신경을 파괴하는 살충제로 사람에게 두통이나 감각이상, 신장·간 등 장기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물질로 산란계 농장에서는 사용이 금지돼있다. 그러나 이미 벼 진드기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농촌에서 사용이 빈번한 농약이기도 하다.

살충제 사용 이유인 닭진드기는 온도 25℃이상, 상대습도 70% 이상에서 급속도로 증식한다. 특히나 습도가 높았던 이번 여름에 닭진드기는 급속도로 확산됐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한 14개의 살충제에는 이미 내성이 생긴 터라 사용금지 살충제인 피브로닐과 DDT 등이 잘 듣는다는 농가 입소문에 널리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달걀 살충제 오염 가능성은 이미 2016년에도 제기됐다. 살충제에 함유된 맹독성의 트리클로폰 성분이 닭의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돼 계란까지 오염됐을 가능성이 알려졌지만 정부는 전국 산란계 사육 농가의 2%만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고 허술한 조사방식으로 신뢰성을 떨어뜨린 바 있다.

2016년 8월 일부 언론에서 이 문제를 기사화한 이후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더 이상의 조사나 발표를 하지 않았고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후 올해 4월 살충제 계란의 문제를 조사, 연구한 농축산물 원산지 안정성 연구소의 발표 이후에도 어떠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 사실상 국민들이 살충제 달걀을 먹고 있는 것을 알았음에도 해외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까지 농림축산식품부는 살충제 달걀을 손 놓고 있던 것이다.

반복되는 조류독감과 달걀파동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중독회복상담학교 강의모습 (기독교중독연구소)

각계는 ‘공장식 축산’을 이유로 지적한다.

동물보호단체들에 의하면 국내 알 낳는 산란계 닭 사육농장은 약 1,400여 곳으로 이들 농장의 99%가 닭들을 철창 케이지에 감금하여 기르는 공장식 축산이다. 닭 한 마리 당 케이지 면적은 가로 20cm, 세로 25cm로, A4복사용지보다 작은 공간에서 키우고 있다. 닭들은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극도의 심각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고 있다.

공장식 사육의 폐단은 비단 살충제 달걀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월부터 올해 6월에 걸쳐 발생한 AI로 인해 4,000만 마리에 가까운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감금식 사육은 동물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고 이로 인한 항생제 문제 역시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것이다.

닭들에게 흙 목욕의 자유를

자연 상태에서의 닭들은 흙에 몸을 비비는 흙 목욕과 자신의 발을 이용해 모래를 몸에 뿌려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철창안의 닭들은 흙 목욕은커녕 제대로 움직이기 조차 못한다.

닭들은 진드기 때문에 밤새 잠을 못자고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심지어는 폐사하기에 이르고 있다. 또한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 스스로가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기면서, 살충제 살포 주기도 빨라지고 약품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살충제 달걀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현재의 공장식축산, 감금틀 사육을 폐지하고 닭들을 자연 상태의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해법은?

중독회복상담학교 강의모습 (기독교중독연구소)

지난 18일 살충제 달걀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모임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폐지, 과도한 계란소비 줄이기’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핀란드는 20년 전부터 공장식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해 조류독감, 구제역이 없을 뿐 아니라 살충제달걀파동을 피해갔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과자 등의 가공식품에 불필요한 계란을 남용하고 있다. 해외의 많은 가공식품들이 계란 사용을 배제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식품회사들도 계란 가공품 남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수십 년 간 동물복지 문제를 등한시한 채 산업 키우기에만 급급한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업계의 이익을 뿌리칠 수 있기 위해 현재 농림축산부가 담당하고 있는 동물복지 관련 업무를 타 부처로 이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발전을 위해 정작 인간과 동물이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인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8월21일 기자회견을 갖고 “동물복지는 국민의 복지와 건강과 직결된다. 공장식 축산과 후진적 동물복지정책은 반생명적, 반생태적인 구시대의 적폐”라고 일침하며 “동물의 생태와 생명의 존엄을 고려한 전향적이고 종합적인 동물복지정책의 수립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체계 정립이 근본적 해법의 첫 걸음이다”라고 밝혔다.

 

중독회복상담학교 강의모습 (기독교중독연구소)

축산파동 이슈를 관통하는 영화 ‘옥자(Okja)’

지난 6월29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옥자>는 이번 달걀파동사태에 대한 원인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사회 부조리를 일찌감치 관통해 보여줬던 작품이다.

영화 속 '옥자'는 육고기 생산을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로 주인공 '미자(안서현 분)'와는 가족 같은 관계이며 옥자가 끌려가자 미자는 옥자를 구하러 나선다는 줄거리다.

대한민국에도 수많은 옥자들이 감금틀에 갇혀있다. 감금틀은 공장식 축산의 상징으로 어미돼지의 경우 가임기부터 몸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스톨에 갇혀 도축 직전까지 쉼 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한다. 공장식 축산은 국내 축산의 99% 이상을 차지하며 대부분의 축산물이 동물학대적인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돼지 스톨 등 감금틀은 동물학대라는 비판 속에 스웨덴, 영국, 유럽연합 등지에서 이미 금지됐으며 세계적으로 단계적 폐지 추세에 있다.

봉준호 감독은 동물보호단체가 개최한 옥자 시사회에 참석해 “공장식 축산은 비즈니스 논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윤이 되니까.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없었을 때도 인류는 고기를 먹으며 잘 지내왔다.”며 자본주의 축산시스템의 상징인 감금틀 사육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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