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의 삶 바꾸는 것이 내 역할”
  • 김남주 기자
  • 승인 2017.09.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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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마약중독치료 권위자, 조성남 강남을지병원 원장

"중독자의 삶 바꾸는 것이 내 역할"

국내 최고 마약중독치료 권위자, 조성남 강남을지병원 원장

박 전 대통령의 첫 정식재판이 열린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는 첫 재판을 방청하려는 시민들(사진 왼쪽)과 같은 시각 태극기를 들고 구속 철회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모습으로 대조를 이뤘다.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잇따르고, 대학생·주부·회사원은 물론 10대 마약사범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높은 증가율에 비해 우리는 마약에 대해 너무 모른다. ‘이 정도는 호기심으로 해봐도 되겠지.’라는 생각은 마약의 길로 안내하는 지름길이다. 국내 최고 마약중독치료전문가로 알려진 조성남 강남을지병원장을 만나 중독의 위험성과 치료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고 복용이 간편해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엑스터시와 LSD 등 이른바 ‘파티용 마약’의 적발량이 올해 초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 정도는 괜찮아.’, ‘다들 재미로 하는데 설마 중독되겠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파티용 마약’이 상급 마약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조성남 강남을지병원장은 말했다.

약물은 어떻게 우리를 중독자로 만드는 걸까. “다들 처음엔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중독되는 거죠. 약물을 투여하면 뇌 속의 보상회로에서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것이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게 지속되면 중독되는 거죠.” 조성남 원장은 중독을 가볍게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마약으로의 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흔히 먹는 다이어트 약도 중독되는 각성제

조성남 원장은 “마약과 대마초 등 불법으로 지정된 약물 중독뿐 아니라 감기약, 수면제, 항우울제 등 의료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이 남용되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주부들 사이에 퍼진 살 빼는 약, 젊은 여성들이 많이 먹는 다이어트 약도 중독되는 각성제지만, 대부분 사용자들은 중독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한다. 판매상들이 보통 안전하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란다.

약물에 한 번 손대면 의존성 때문에 쉽게 끊을 수 없고, 내성이 생기면서 투여량과 횟수가 늘게 된다. 지속적인 약물투여로 일상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결국 약물에 의존하게 되고, 피해망상과 관계망상 등 여러 가지 정신병에 걸리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약물중독의 환각상태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를 비롯해 약물을 구하기 위한 밀매 등 관련 범죄에 무방비상태로 놓이게 된다고 한다.

 

중독은 의지 문제 아닌 ‘질병’

조성남 원장은 국내 최고 중독치료 권위자다. 1988년부터 28년째 약물중독 환자들을 보고 있다. 현재 조성남 원장이 중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강남을지병원은 인터넷․알코올․약물 등 모든 중독성 질환 치료에 특화된 국내 최초 전문클리닉 병원이다.

중독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필요한 이유는 중독이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뇌질환’이기 때문이다. 약물을 사용하면 뇌가 변한다. 그때 느낀 강렬한 경험은 뇌의 기억장치 속에 저장되어 없어지지 않는다. 작은 자극에도 재발이 쉬운 이유다. 조성남 원장은 중독이 절대 의지만 갖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많은 중독자와 중독자의 가족들이 ‘내가 의지를 갖고 약물 안하면 끊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정식재판이 열린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는 첫 재판을 방청하려는 시민들(사진 왼쪽)과 같은 시각 태극기를 들고 구속 철회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모습으로 대조를 이뤘다.

 

“한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

중독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독자들의 자조모임(self-help group)이다. “병원에 입원해도 병이 낫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검사와 치료만으로 이겨낼 수 없어요. 상담이 반드시 함께 들어가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중독자들끼리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성남 원장은 1996년부터 퇴원한 치료감호소 환자들과 자조모임을 가져오다가, 2004년 6월 정식으로 세계적인 약물중독자들의 자조모임인 ‘NA(Narcotics Anonymous, 익명의 약물중독자)’를 한국에 설립했다. 현재 강남을지병원 9층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모임을 갖고 있다. NA에는 ‘한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비관적인 말이 아니다. 중독은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누구나 ‘22개 지정병원’에서 무료치료 가능

약물중독자들이 도움이 필요한데도 병원에 쉽게 오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조성남 원장은 “아직도 신분이 노출될까봐,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죠”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의사의 보고의무 조항’이 있어 약물 중독 치료를 받으면 신분이 노출됐지만, 2000년에 그 조항이 삭제됐다. 현재 어느 병원에서든 약물 중독 치료를 받아도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데, 이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 그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2014년 치료보호제도가 새롭게 개정되어, 본인이 원하면 전국 22개 지정병원에서 외래와 입원치료가 모두 무료다. 다만, 정부 차원의 치료보호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성남 원장은 “한 명의 약물중독자를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데 약 5~600만원이 소요된다”며 7천200만원의 국가예산으로는 10여 명 남짓한 환자를 치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정식재판이 열린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는 첫 재판을 방청하려는 시민들(사진 왼쪽)과 같은 시각 태극기를 들고 구속 철회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모습으로 대조를 이뤘다.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

오랫동안 약물중독 환자들을 만나온 조성남 원장에게 중독치료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치료가 ‘환자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독자들이 다시 약물에 손을 대는 이유 중 하나는 ‘외로워서’예요. 약물에 중독되고, 교도소에 다녀오고 하면 가정도 다 깨지고, 친구들도 떠나고 주변에 사람이 없어요. 남은 사람은 교도소에서 만난 사람들, 같이 약물 했던 사람들뿐이죠. 약물을 하고 싶어서 연락한 게 아니라, 외롭고 궁금해서 연락을 했다가 다시 약물을 하게 되는 거죠.”

이런 환자들에게 인생의 취미를 가르쳐주는 것도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조성남 원장. “의사로서 환자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우선 치료를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 후,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새로운 취미도 가르쳐줘야 해요. 그래야 남은 삶을 보람되게 살 수 있잖아요.” 더 나아가 스스로가 치료자가 되어 남을 치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웃음이 따뜻하다.

조성남 원장과 인터뷰하면서 중독치료의 권위자다운 든든함과 중독자의 친구 같은 따뜻함, 치료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전문성이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치료보호 예산이 증가해야 한다면서 마약중독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조성남 원장.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he is...

현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 원장
현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학력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석사, 배재대학교 법학대학원 박사

*경력
신경과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호주 NSW Institute of Psychiatry 연수
미국 UCLA DARC(약물남용연구소)연수
국립부곡병원 원장, 국립공주병원 의료부장
법무부치료감호소 일반정신과장

*학회
국무총리실 마약류대책협의회 위원
보건복지부 중앙치료보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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