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노래하는 ‘푸른 도나우 강’
  • 서정숙 기자
  • 승인 2015.12.3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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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오스트리아/빈(Wien)
북한산 해돋이. /국립공원 사진공모 수상작.

빈 시내 중심에 있는 슈타트파크(Stadtpark)는 숲이 우거진 넓은 공원이다. 이 공원 안 가장 길목 좋은 곳에는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바쳐진 기념상이 자리잡고 있다.

이 기념상은 도나우 강을 상징하는 요정들의 모습이 조각된 조각 아치로 장식돼 있는데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모습이 황금빛이라서 더욱 눈에 잘 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한손에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다가 활을 든 채 악단을 지휘하곤 했는데 그의 날렵한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의 멜로디를 들려줄 듯하다.

 

레오폴츠베르크 정상에서 멀리 내려다 본 빈 시가지와 도나우 강.
레오폴츠베르크 정상에서 멀리 내려다 본 빈 시가지와 도나우 강.

 

이 경쾌하고 감각적이며 달콤한 왈츠 곡을 들으면서 슈타트파크 전철역에서 전철 U4를 타고 북쪽으로 달린다. 오른쪽 차창에는 도나우 강으로 연결된 운하 도나우카날(Donaukanal)이 스쳐 지나간다. 약 20분 후에 하일리겐슈타트 역에 도착한 다음 다시 시내버스 38A를 갈아타고 경사진 길을 따라 오른다.

차창에는 포도밭이 펼쳐진 언덕이 펼쳐진다. 버스는 베토벤이 체류하며 즐겨 산책하던 하일리겐슈타트와 칼렌베르크를 거쳐 종점 레오폴츠베르크(Leopoldsberg)에 도착한다. 
 

빈의 외곽에 위치한 레오폴츠베르크는 도나우 강 바로 옆에 우뚝 솟아있는 해발 425m의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언덕으로 이 곳에서는 광활하게 펼쳐진 포도밭 너머로 빈 시가지가 멀리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대지를 가로지르며 멀리 동쪽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도나우 강의 모습이 펼쳐진다. 도나우 강은 독일 알프스에서 발원하여 오스트리아를 지나 슬로바키아, 헝가리,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여러 동유럽 국가들을 거쳐 흑해로 흘러가는 아주 긴 강이다. 

 

빈의 젖줄 도나우 강. 빈의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흐른다.
빈의 젖줄 도나우 강. 빈의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흐른다.

옛날 이 강은 방대한 로마제국의 북동쪽 국경선이었고 빈(Wien)의 기원은 2000년전 로마제국이 도나우 강변에 세운 병영도시 빈도보나(Vindobona)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처럼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빈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사실 빈의 깨끗한 도시환경, 교통체계, 사회복지시스템 등 뿐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과 교양 수준도 부러울 정도이다.

게다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을 들을 때면 빈은 낭만적이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낭만적인 도시로 연상된다. 사실 이 곡처럼 빈이 지닌 낭만적인 정취와 환희에 찬 분위기를 단번에 전달해주는 음악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이 곡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때는 18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은 오늘날의 독일과는 달리 크고 작은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었는데 그 중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두 나라가 강국이었다. 독일의 통일을 꿈꾸던 프로이센은 독일통일 주도권을 두고 걸림돌이 되던 오스트리아를 꺾고 싶었다. 

이리하여 마침내 1866년 6월에 전쟁이 발발했는데 7주 동안 계속된 이 전쟁에서 오스트리아는 많은 전사자와 부상자를 내고 참패당하고 말았다.

그 결과 빈의 활기차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암울하고 침울한 분위기로 바꼈다. 그러자 당시 빈 남성합창단 지휘자 요한 헤르벡(Johann Herbeck 1831-1877)이 나섰다. 그는 음악을 통하여 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었고 또 시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는 왈츠의 대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합창으로 부를 수 있는 월츠곡을 의뢰했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이를 받아들여 그해에 작곡을 마쳤다.

드디어 다음해인 1867년 2월 15일에 헤르벡의 지휘로 빈에서 초연됐다. 하지만 생각만큼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자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이 곡을 순수 오케스트라 곡으로 다시 다듬어서 그해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 기념 음악회에서 직접 지휘했는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 곡은 파리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자마자 그해 7월 1일에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뉴욕에서도 연주됐고 9월 21일에는 런던에서 합창 버전으로도 공연이 될 정도로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 후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숨겨진 ‘제2의 국가’가 되어 매년 전 세계로 위성 중계되는 빈 신년 음악회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신성한’ 레퍼토리로 완전히 굳어졌다.  
 
그런데 이처럼 아름다운 빈을 연상하게 하는 도나우 강은 빈의 도심에서 걸어가기엔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막상 빈에 오면 상상해왔던 그런 도나우 강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도나우카날이 빈의 도심을 스치며 흐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그러니까 런던의 템즈 강이나 파리의 센 강이나 프라하의 블타바 강과는 달리 빈의 도심과 도나우 강과 연관 관계는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나우 강의 이미지와 빈의 이미지는 서로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단순하고 경쾌한 음악의 힘 때문이 아닐까?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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