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종군기자 시각으로 쓴 난중일기 - 조진태 글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11.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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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종군기자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 전쟁’
직관과 상상 가미한 편년체 형식의 소설
이순신 장군의 평가는 온전히 독자의 몫
눈부신 승전보보다 사람 이순신 집중 조명

‘종군기자 시각으로 쓴 난중일기’는 이순신의 단심(丹心)이 전라좌수영 종군기자에 의해 시퍼런 칼날의 서늘한 기운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발로 뛰는 기자답게 전쟁의 집행자인 이순신의 지근거리에서 고뇌하고 분노하면서 백성을 끌어안는 모습을 르포 형식으로 썼다. 일본이 다시 한국을 침략하는 시점에서 책 출판의 의미는 작지 않다. 조진태 작가는 올해가 기해년임을 빗대 작금의 경제전쟁을 ‘기해왜란(己亥倭亂)’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난중일기 시각은 그간 이순신을 소재로 한 작품과 관점이 크게 다르다. 작가의 관점은 임진년 초기의 눈부신 승전보에 머무르지 않는다. 명량해전, 노량해전을 뛰어 넘어 이순신이 5년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한산도 시절의 고통과 번뇌에 집중한다. 전쟁 와중에 군율을 어기는 부하를 효수하는 등 지엄하게 군영을 다스리면서도, 백성의 서러움과 아픔을 다독이고 함께하는, 어머니를 존경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사람 이순신을 조명한다. 물론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의 마지막 외침도 외면하지 않았다.
                                                                                                                      

                                                                                                                   에디터_ 이선영 (lemontree59@kwma.net)  

 

이 책은 임진년(1592년) 정월 시작해 월 단위로 7년의 주요 사건을 77회에 걸쳐 묶었으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무술년(1598년) 11월 매듭짓는다. 사료에 기초한 사실을 토대로 저자의 직관과 상상이 가미된 해석학적 재구성을 통해 편년체 형식으로 전개했다. 

이 책에서는 행장, 잡록 등 제3자 문헌은 대부분 배제했다. 이순신의 기록을 최우선 취재 대상으로 삼아 관찰자 시점으로 사실 전달에 주력했다. 따라서 이순신을 향한 평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직관과 상상이 가미된 해석학적 재구성

다만 이순신의 압송과 투옥기간 등 이순신 본인 기록이 없는 정유년 1∼3월 등은 선조실록을 중심으로 조정으로 시선을 옮겨 전개했다. 무술년의 경우 이순신의 일기가 많이 누락돼 류성룡의 징비록과 이순신 조카 이분이 지은 행록 일부분을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또 무술년의 경우 월 단위로 모두 전개되지 못하고, 7월 절이도해전과 11월 노량해전이 중심 골격을 이룬다. 작
가가 전라좌수영의 종군기자를 전제하고 있어 좌수영의 시각으로 전란을 바라본다.

작가는 글을 씀에 있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임진왜란 사후 지식을 대입하지 않았다. 일기 작성 시점에 맞춰 충실하게 내용을 전개했다. 이로 인해 임진왜란 전반 전황과는 다소 시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모든 글을 ‘종군기자 시각으로 쓴’ 관찰보고서인 르포 형식으로 작성했다. 따라서 역사, 군사 분석보다는 조선 수군의 해전과 수군 병사 및 백성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작가의 시각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시절에 집중

이 책은 난중일기 원본 이해가 쉽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임진년 초기 눈부신 승전보나 명량해전, 그리고 노량해전을 밀도 있게 다루면서도, 정작 작가의 시각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시절에 집중한다. 5년 세월 온 몸을 다해 고스란히 바친 한산도 시절 이순신의 고통과 번뇌가 매우 사람답게 다가온다.

이와 함께 역사 사실을 토대로 2019년 현재 다시 우리를 도발하는 이른바 ‘己亥倭亂(기해왜란)’을 지켜보며,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7년이 얼마나 치열한 헌신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간결한 필치 절묘한 표현

전란의 상황 묘사도 매우 구체적이고 진솔하다. 작가의 필치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절묘한 표현은 독자의 구미를 당긴다.장대에 묶인 낫과 창, 갈고리가 연못의 물고기를 잡아내듯 사냥감에 쏟아진다. 바다는 금세 피로 물든다. 평생 알지 못하던 두 사람이 죽고 죽이며 찰나의 인연을 맺는 것이다. 
(p.55 – 임진년 6월 기사, ‘당포 해전’ 중에서)

죽이는 자와 죽는 자의 찰나 인연. 철학을 전공한 작가의 관점이 투영된다. 죽이는 자와 죽는 자가 인연일 수 있을까? 악연이라고 해도, 우연이든 인연이든 서로 연을 맺고 난 이후의 일이니까. 찰나의 인연이 죽이고 죽는 사이일지라도, 그래서 악연일지라도 인연일 뿐이다.

이달 들어 봄기운이 완연하다. 병사들의 가슴에는 아지랑이와 더불어 봄기운의 신명이 지핀다. 바로 밭을 갈고, 보리에 거름을 주고, 파종을 준비하는 농사꾼의 본능이 주체할 수 없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병영에 매인 몸, 집안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다. 전란 통에 겨우 지켜낸 아이
들을 건사하며 하루 종일 논과 밭을 오가며 먹지 못한 얼굴은 노랗게 떠 있을 것이다. 몸은 군영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의 논밭과 가족으로 향한다. (p.240 – 병신년 2월 기사, ‘고향을 그리는 병사’ 중에서)

전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농사를 지어야 할 병사들. 아지랑이 피어오르면 밭을 갈고, 거름을 주고, 파종을 해야 하지만. 병영에 매여 있으니 얼굴이 노랗게 떠 있을 아내 걱정을 할밖에. 전란이 초래한 백성의 아픔은 이렇게 병영을 차고 넘쳤음이라.

부모는 자식과 헤어지고, 자식은 부부간에 헤어지고, 결국 그 자식의 늙은 부모마저 끌려가면서 어린 손녀는 비로소 더 이상 헤어지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 외톨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p.77 – 임진년 12월 기사, ‘도탄에 빠진 백성’ 중에서)

전란으로 가족이 헤어지는 일, 외톨이가 되었으므로 헤어지는 아픔을 겪지 않는 건 맞다. 그렇다고 해도 만나지 못하는 아픔은 어찌할 것인가? 이건 위로다. 헤어지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긍정으로 안도를 주고자 하는. 작가만의 표현방식은 그래서 절묘하다. 

바다 속 왜병을 최후까지 찾아내 도살하는 전투의 막바지, 조선 수군의 광기어린 살기로 한낮의 여름바다가 서늘하게 식고 있다. 짚단과 불화살, 신기전이 왜선을 향해 날아가고, 편전과 화살이 숨 돌릴 틈 없이 바닷물을 가르고, 갈고리와 낫이 계속 바다를 찍어댄다. 낫에 찍힌 푸른 바다는 금세 시뻘건 피를 흘린다. (p.353 – 무술년 7월 기사, ‘절이도 해전’ 중에서)

광기어린 살기로 한낮의 여름바다가 서늘하게 식고 있다. 여름바다가 서늘하리만치 미치광이 같은 살기가 차고 넘치는 바다. 낫에 찍힌 푸른바다는 금세 시뻘건 피를 흘린다. 푸른바다가 낫에 찍히고, 피를 흘리고 있다. 죽은 자를 대신하여.

깨진 왜선이 노량 해역 일대에 멈추면서 적과 우군을 구별하기조차 어려운 혼전(混戰)의 양상, 조총의 철환은 사방에서 날아온다. 포기한 고향 길, 무기력과 절망감이 이 밤 내내 죽음 길의 동행을 집요하게 찾는다. 가리포첨사 이영남의 투구에 철환이 박힌다. (p.364 – 무술년 11월 기사, ‘노량 해전’ 중에서)

사방에서 날아오는 조총의 철환. 가야 할 고향 길 대신 죽음 길이 놓여 있다. 단지 놓여 있는 게 아니다. 무기력과 절망감이 죽음 길로의 동행을 요구한다. 아니, 집요하게 찾고 있다. 그러고는 이영남 투구에 철환이 박힌다. 어디 이영남 뿐이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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