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세연 기자의 음악칼럼]남과 북, 음악교류로 대통합 시대 열었으면...
  • 배세연 기자
  • 승인 2019.11.14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모임의 합창제에 초대를 받아서 오랜만에 귀를 즐겁게 하는 호사를 누렸다. 음악의 양식에는 모노포니와 호모포니, 그리고 폴리포니가 있다. 특히, 모노포니(monophony)는 화성도 대위법도 없는 단선율의 음악, 또는 그 양식을 말한다. 음악의 역사상 가장 오래 된 형태이며, 고대 그리스음악, 초기의 교회음악이 그 좋은 예이다.

이에 반해 호모포니(homophony)는 어떤 한 성부(聲部)가 주선율(主旋律)을 담당하고 다른 성부는 그것을 화성적으로 반주하는 형태의 음악양식을 말한다. 말하자면 여럿이 하는데 주목되는 것은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폴리포니(polyphony)’는 ‘다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polys’와 ‘phonos’를 합성한 말로서, 여러 개의 선율이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적으로 결함되는 짜임새를 가리킨다.

음악의 얘기를 떠나 이것을 일상 가운데 대비해보면 우리는 생의 순간에 놓인 철학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달을 탐사하는 한 개의 팀이 있다고 치자. 이 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폴리포니일 것이다. 개별성만 드러나는 모노포니도 중요하지만 전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호모포니일 것이다. 누구 하나가 특별하게 도드라지는 것은 그리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음악은 사람의 깊은 관계를 이어주는 끈

그러고 보면 대개 재난영화를 비롯한 영상매체에서는 호모포니가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이물(異物)을 통해 독자들은 대부분 대리 만족이나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호모포니는 다분히 비민주적이다. 하나만 중요하고 나머지는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한사람, 한사람이 다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한 사람만 중요시 되고 주변부는 무시되는 호모포니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주변이 호응하지 않으면 변화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노포니만 존재해 다 개별성이나 개성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각자가 옳다고 떠들면 시끄러워진다. 배가 산으로 간다.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민주주의는 폴로포니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조화와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악(音樂)의 음은 소리를 말하고, 악은 소리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소리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고 소리를 즐기는 것은 외물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감동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소리를 도구로 흉내 낸 것이 악기(樂器)이고, 그 소리에 반응하여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 악문(樂文)이다.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서는 ‘음악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의 천성은 고요한 것인데, 이 천성이 바깥 사물에 감동하면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음악은 악기와 악문을 말하는데, 북 종 피리 경쇠와 같은 것은 악기이고, 구부리고 펴고 춤추는 것은 악문이다. 악기는 소리의 도구이고, 악문은 소리의 문채(文彩)이다. 음악에도 도구가 있고 문채가 있으니 이 문채는 사람마다 다른 무늬를 지닌 인간의 무늬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문채가 소리로써 서로 화동(和同)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음악은 각기 다른 문채의 무늬들을 대동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음악은 항상 예(禮)와 함께 말하고 있는데 악이 조화하여 변하는 것을 따른다면, 예는 하늘과 땅이 나누어져 있듯이 분별하는 것을 따른다. 음악이 인문학의 근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음악이 예와 함께 우주 만물의 원리와 같이 조화와 상생의 원리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나라와 나라를 잇는 문화예술교류에도 음악은 필수

만물이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죽은 것과 같다. 그 만물의 소리는 높고 낮음이 있고, 길고 짧음이 있으니 그 만물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때 가장 아름다운 조화와 상생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장자는 이 소리를 ‘하늘의 소리’라고 불렀다. 장자가 말하는 이 하늘의 소리는 무엇일까? 사람의 소리보다도 땅의 소리보다도 더 오묘하고 지극한 소리인 하늘의 소리는 만물이 조화를 이룬 화동의 세계를 말한다. 음악은 이 오묘한 조화의 세계 속에서 각자의 무늬로써 화답하는 것을 말한다. 음악은 만물의 소리로부터 나오고 그 만물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때 참된 음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악기는 사람이 만든 도구인데, 그 도구의 소리가 각기 다른 까닭은 그 악기를 만든 사람과 부리는 사람의 무늬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악기를 다루는 방법이 다르지만 그 기예가 다다르는 지점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곳에 있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백아와 종자기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연주하니 종자기(鍾子期)가 그것을 들었다. 바야흐로 그 소리에 태산의 뜻을 실어서 연주하니, 종자기가 “거문고 소리가 듣기가 좋구나. 우뚝한 기운이 태산과 같다”고 말했다. 잠시 후 백아가 그 소리에 유수(流水)의 뜻을 실어서 연주하니, 종자기가 또 “거문고 소리가 듣기가 좋구나. 탕탕한 기운이 물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아와 종자기는 소리를 통해서 서로 공감했던 것이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의 줄을 끊고는 다시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고 하니 음악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깊은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이 정립되고 나면 나라가 화동하게 되고, 나라가 화동하게 되면 만백성이 태평을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음악의 기준이 되는 소리의 체계는 열두 개의 율려(律呂)로 만들어졌다. 그중에 으뜸이 되는 황종(黃鍾)으로 도량형의 척도로 삼았다. 황종의 길이는 한 자의 기준이 되고, 황종 안에 들어가는 기장의 양은 한 홉의 기준이 되었다. 소리 체계는 비단과 곡물을 측량하는 기준이 되었다. ‘문심조룡’에서 사람들은 왼쪽에는 궁(宮) 소리가 나는 옥을 달고, 오른쪽에는 치(徵) 소리가 나는 옥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이것은 소리로써 걸음걸이를 조절
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음악은 삶의 근원을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음악이 혼란스럽게 되고, 나라가 안정되면 음악도 평안하게 된다고 한다. 한반도의 분위기가 냉전 체제에서 화해의 체제로 바뀌면서 가장 먼저 시도하고 있는 일은 남북 음악을 교류하는 일이다. 북의 문화예술단이 남한에서 공연하고 남한의 음악인이 평양에서 공연했다. 남북 정치인들이 교류하기 전에 먼저 음악은 그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이야말로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화동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음악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경계가 사라지고, 국가와 국가의 경계가 사라지는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갔으면 한다.


발행처│한국여성언론협회  |  발행인 : 박영숙 (여성시대 미디어그룹 회장)  |  등록번호 : 서울 중, 라00702  |  본사 편집국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01 영미빌딩 8층 전관
대표전화 02 – 786 – 0055  |  팩스 02 - 786 - 0057  |  총괄편집국장실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11 (여의도동) 프린스텔 빌딩 907호
제보 (문의) 02 – 780 - 7816 | (재)창간등록일 : 2015 – 03 - 22  |  여성시대 미디어그룹 운영위원회 상임위원장 :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회장 : 고시환  |  사장 : 이재희 (지구촌선교회 이사장)│주주대표 : 송강면 박사 외 2인 | 명예회장 : 송태홍
일본어판 총괄책임 : 미야모도 마사오(宮本正雄)   |  총괄편집국장 : 하태곤   |   편집장 : 이지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하태곤
여성시대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에 따라,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여성시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