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서유의 작품세계 - 생명의 근원 ‘잠재태’ 주목 받는다
  • 추현욱 기자
  • 승인 2019.11.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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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서유, 생명의 근원 ‘잠재태’ 잇따라 선봬 주목받아

“저는 구름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사람이미지를 그리는 사람입니다.”자연에 속해있는 인간의 형상을 존재와 생명성을 담아 구름이미지로 그립니다.  서양화가 서유 작가는 잠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생명에 대한 애처로움을 그림으로 형상화한다. 이 형상은 관람하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른 이미지로 해석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생명의 근원인 잠재태를 그리는데, 그 모호성에 매력을 느낀다.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자. 
                                                                                                                         에디터_추현욱 (kkabi95@naver.com)

 

작품에 숨은 핵심은 ‘에너지’

채움과 비움, 있음과 없음, 시작과 완성, 흡입과 배출처럼 하나의 경험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생명체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서유(본명:이미경) 작가는 “그리려고 했던 구름 이미지가 에너지에 관한 연결”이라며 “태양, 바람, 물, 바이오(생명체) 등 에너지에 관한 메시지가 작품 속에 스며들어 움직이는 구름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이것이 핵심적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위의 작품 ‘DREAM 1’은 서유 작가의 손을 직접 석고로 떠서 그 속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전선을 암시적으로 장치한 것이다. 오른쪽의 형태는 실사를 이용하여 형상을 만들어 공간을 비움으로써 속이 보일 수 있도록 조형화한 것. 

존재와 생명성에 대한 구름이미지를 형상화한 ‘DREAM 2’에 대해 이 작가는 “시간의 흔적을 하나하나 담은 것으로, 잠시 존재했다가 없어지는 생명성에 대한 흔적들을 남긴 것”이라며  “구름 이미지의 스토리는 파라핀이라는 물체가 그림 위를 상하, 좌우로 번갈아 가며 덮어 붓 자국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정신적인 신경을 자극하여 읽어보고 싶은 심리와 어렴풋이 보이는 형상을 한 겹 한 겹 걷어내어 제대로 보고 싶
은 심리를 자아낸다. 연구자의 본질적인 근본을 찾으려는 맥락과 일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자의 가시적인 시야에 포착된 하루하루 형상들이 하나의 경험으로 기록되는 회화형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스토리가 되어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잠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남아있는 자의 가슴 저미는 초혼식이라 할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밀려오는 영향으로 생명이라는 것의 존중감과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유기체로서의 움직임과 행적, 나아가는 방향에 따라 생명
체의 변화는 우리의 시간과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는 형체이기도 하다. 미세한 입자로서의 물질들은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형태를 갖추며 유기체로서의 그의 길을 묵묵히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체는 그들의 삶을 수행하며 원형으로서의 형태를 형성하며 제각기의 모양을 만들어 경험으로써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한복, 작품에 녹여

“내 어머니가 연세가 있어서 한복을 입으신다. 할머니도 평생 한복을 입다가 돌아가셨다.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한복을 보며 포근함, 아늑한 이런 감정들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나에게 한복은 어머니에 대한 의미로 가슴 깊이 남아 있다.”

작품 ‘어머니 잔상’의 탄생 배경이다. 어려서 본 어머니의 한복 입은 모습은 서유 작가에게 한국의 품을 느낄 정도의 안정감과 고유의 분위기를 안겨줬다. 눈을 감고 어렴풋이 옛 추억을 느낄 때면 머리와 마음속의 잔상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한복의 한국적인 선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함에 있어 가장 효율적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느꼈던 일들을 기반으로 심리적인 경험을 얻음으로써 새로운 일들을 창출해 나간다. 


서유 작가는 “경험은 모방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연구자의 추상적인 내면의 표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적 심리상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연구자의 어머니의 한복은 재현이 아닌 암시인 하나의 잔상으로 표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적인 한복 묘사에서의 감상보다는 암시적인 잔상 이미지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사색의 의미와 그들만의 시공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Dream 3’작품에 대해서도 이 작가는 “나비의 형상으로 판화작업을 한 것이다. 공기 중의 입자들의 모임일 수도 있지만 물속의 공기방울로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일 수도 있다. 순간 있다 사라지는 존재들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인  ‘Dream  4’와 관련해서는 “소리와 빛에 의해 물과 모래 또는 액체들은 움직임을 갖는다. 구름은 바람에 의해 그 형태가 만들어지고 달라지기도 한다. 물속의 이러한 빛과 소리, 공기는 일정한 모양의 형태와 자유로운 형태를 형성하여 그들만의 규칙으로 이미지와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연구자에게 매혹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과학적이면서 아름다운 규칙의 예술성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고 말했다.

생명의 원형질 이미지 - 가벼운 것의 생명력

아주 작은 포자, 꿈, 율동이었다. 그것도 아주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워 바람에 실려 어디라도 갈수 있는, 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가는 곳을 정하지는 못하는 존재, 분명 존재하나 명명할 수도 없고, 명확히 식물인지 동물인지 구름인지 그 정체는 알 수 없다. 식물의 여린 새순 같기도 하고 바람에 실려 너울대는 훌 씨 같기도 하고 심해를 유영하는 해파리 같기도 하고, 이도저도 아니면 빛이 산란하는 오로라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것도 잠시, 경험에서 나온 무한으로 치닫는다. 어쩌면 경험에 빗대 몇몇은 우리의 망막이 그 형상의 정체를 간파랄 수도 있지만, 몇몇은 우리의 일상적 경험 밖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말하자면 우주에서 온 괴 생명체 이거나 미크로의 세계일 수도 있다. 요컨대 이 너울대는 것들, 그 개체들은 완성된 결정체가 아니라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생명체의 잠재테(potentiality)로 보인다. 이미경의 작품은 명명되고 개체화된 생명체에 대한 관념화 된 포말을 거두고 그 시원의 형상을 탐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형태들은 어떤 규범, 형식, 패턴을 거부하고 모든 억압적인 유비들을 회피하는 ‘한때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일시성만이 지배하는 이미지들이다. 이러한 존재방식은 무의식의 세계에 가깝게 위치한다.

이미경이 구현해낸 형상들은 일시성이 지배하기는 하지만 작가가 거기에 싣는 의미는 그리 간단치 않다. 훨씬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의미를 지닌다. 때론 의미를 넘어 실존적이기까지 하다. 작가는 이 일시적이고 무의식적인 형상이 갖는 가변성을 통해 존재의 가벼움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한편으로는 통상적 척도를 넘어서 어떤 생명성을 감지 하는 ‘각각 다른 형상의 생명체’가 생성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의 화면 속에서 생명성이라는 동일한 체험을 공유할 수는 없을 지라도 흐릿하면서 가볍게 채색된 이미지에서 그 형상적 요소를 발견할 수는 있다.

초점을 잃은 듯한 망막에 비친 그의 형상은 실체로서가 아니라 잔상내지는 잔영으로 화면에 남는데, 이 불명료하고 혹은 모호한 이미지가 갖는 음밀함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현상은 무기물에게는 흔히 나타나는 속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춤으로써 드러냄“과 ’형태 없는 형태의 정체성‘은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결국 이 형태들은 단지 추상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성하는 유기체의 미완의 형상이자 생명의 형태소, 즉 씨앗 구실을 한다. 씨앗은 자연의 혜택과 고난을 함께한 중요한 시간의 결실, 곧 끝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 다시 종묘로 이어지는 이를 테면 끝과 시작이 포개지는 이미지일 것이다. 이런 형상들에게 자주 거론되는 테제이긴 하지만 그것은 한갓 존재의 형상이 아니라 생성이 형상이 되는 것과 상통한다. 이를 흔히 생명의 원형질이라 이름 한다. 무엇으로 보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되느냐가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는 의미다. 해서 형상의 생물학적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품은 순리는 이해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작가는 자신의 안구에 포착된 생명의 원형질 이미지를 먼저 흰백지가 아닌 검은 바탕의 종이에 드로잉 한 후에 흰 캔버스에 옮긴다는 점이다. 이는 태초, 혼돈을 상징하는 암흑의 카오스에서 생성과 질서를 의미하는 코스모스로의 이행과 겹쳐지지만 그것과는 조금은 다르게 생명의 발원으로서의 프로세스를 반영하는 제스처로도 읽힌다. 이렇듯 작업 방식을 통해서도 생명성을 엿보게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형상의 표현에 있어서도 간략하고 옅은 채색을 유지하기 위하여 덧칠은 최소화하고 있다. 작업 초기부터 간략하고 섬세한 형태와 색체의 표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가는 작고 미시한 형상들에서 생명성의 의미소를 발견하고, 마치 드로잉 하듯 순간적 붓질을 통해 생명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사실 드로잉의 유연성과 일회성은 흔히 대상의 결정적 요소를 면밀히 관찰한 후 직관적으로 포착하여 대상의 특성을 간결하게 잡아낸다는 의미에서 생동감이 충만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생동감이나 율동, 무엇보다도 그 일회성은 생명체의 근원에 속한다. 여기서 작가의 생명 읽기가 드러난다. 필시 작가의 드로잉과 원형질에 대한 관심은 생명의 존엄과 필멸의 보편적인 우주의 섭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렇듯 보는 관점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원형질의 다양한 이미지는 작가에게 무한한 영감의 보고가 되고 있다. 여기에 여러 번의 파라핀을 덧입힘으로써 그 생명성의 형상들은 은근하게 자신을 숨기면서 화면에서 명멸한다. 켜켜이 쌓아 올린 파라핀은 형상을 불투명하게 가리지만, 이는 우리의 신선이 그것들을 한 켜씩 벗겨내어 보기를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숨기면서 드러내는 은폐/탈은폐는 또 다른 생명읽기의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의미가 중폭 되어서 형상을 ‘그린다’ 보다는 생명력의 ‘형태소’를 감추면서 되새긴다는 과정 자체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존재의 형상을 은폐하려는 것일까? 통념상 지구의 생물체는 그 종의 꼴이 결정되어 있어 발육과 성장이 있을 뿐 새로운 종으로 변이되는 못하다. 생물학적 세계에서 고유한 형태는 각각의 종으로 살아가느냐 마느냐를 가름하는 유일한 잣대로 작용하다. 나아가 고유 형태의 우월성과 결여는 생명의 존엄이라는 보편성을 훼손하고, 형태에 대한 생태학적 이미지의 이면에서 위계적인 위상 이데올로기를 작동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작가는 이를 거부하는 제스처로서 생명성의 서체가 아닌 미결절의 원형질을 환기시키는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어떤 성체를 만족시키기보다는 어떤 시의 생명성을 의미화하기 위해 선택한다. 생
명의 원형질이 삶을 기정사실화하는 완성태보다 더 중요한 요소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로서 만물의 생명성을 규정짓는 것은 견고한 형체가 아닌 유기적인 형상으로 환유되어 나타나는 것이 다름 아닌 이미경이 제시하는 잠재테라는 것이 밝혀진다. 완결되지도 완성되지도 않은 듯 오롯하게 드러나지도 못한 비형상(원형질이라는 의미에서)이 생명의 상징이 되고 거기에 특별한 의막 부여된다는 점은 그의 작품이 그 만큼 원형적인 생명성의 지평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덧붙이자면 이제 그가 그려낸 형상은 더 이상 통념적, 가시적, 결정적 차원의 형태에서 벗어나 작가가 그토록 믿어 마지않던 원형질의 세계가, 불현듯 작가의 뇌리에 출몰하는 미묘한 원형질의 세계가 옮겨지고 거기에 조형적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인식의 지평이 환기시키는 것이 바로 ‘가벼운 것의 생명성’이다.

이미경의 작품은 보여지듯이 생명성에서 출발한다. 정확하게는 존재의 생멸을 밝혀줄 원형질의 시원적 생명성을 화면에 담는 일련의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회성과 일시성만큼이나 너른 울림이 느껴질 정도의 크기가 아닌 매우 작은 동일한 사이즈로 된 유니트들 구성되어 있다. 각 유니트는 원형질의 형상이기에 하나하나가 작품이 되기도 하고, 여럿이 조합으로 이루어져 또 다른 실체를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유
니트의 결합은 사각의 틀에 의해분열, 분류, 체계를 부여 받지만 정작 그 비형상들에게는 어떤 속박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원형질 자체가 일정한 법칙을 따른다기보다는 이러저러한 요소들의 조합이며, 무수한 사유와 사건이 혼융되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자
유로운 조합 또한 생성하는 생명이라는 자연의 섬리에 대한 원형적 유비(경험에 의한 재현적 유비가 아닌)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미경이 원형적 형상을 통해 존재의 가벼움이나 생명성 혹은 정체성을 인식하려는 시도가 의미 있어 보이는 것은 그의 작품이 드로잉적 감각과 생명의 원형질이 합치된 형식으로 구체화되었음에 있다. 관객이 이 원형질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조용히 되묻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 또한 새삼느껴 볼 수 있다면 그의 작품은 존재가치를 갖는다.

서유 작가는 2003년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청담동, 인사동, 오사카, 홍콩 등 총8회의 국,내외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미국,프랑스, 홍콩, 일본, 중국 등의 국제아트페어 및 2018년 CADI (Convergence Art &Design International Zhijiang Callegeof Zhejiang Univ/china emd _석사이상의 10개국 참여) 그룹 아트페어에도 참가한이력이 있는 화가다. 더불어 그녀는 2017년부터 준비한 소논문 ‘미술작품에 표출된 내면적 존재와 형상에 관한 연구’도 2018년 등재한 경험 있는 작가이다. 8년 동안 대학강사로 활동했다. (크로키, 드로잉, 포토샵, 일러스트레이션, 플래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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