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단풍구경 떠나보자! 전국 단풍 명소 소개
  • 신상득 기자
  • 승인 2019.11.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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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는 
산이며 들판을 
붉은 이파리로 수놓는 가을꽃입니다

가을 표현은 다양하다. 곡식을 수확하니 ‘풍요의 계절’이요, 책 읽기 좋으니 ‘독서의 계절’이다. 맑고 깨끗한 하늘 탓에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하여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도 하였다.

붉게 타오르는 단풍에 열광하기도 하고, 낙엽 지는 것을 보면서 나이 드는 쓸쓸함을 노래하기도 했다. 무더위가 가시면서 시작된 가을은 참으로 짧다. 아, 가을인가 싶으면 금세 낙엽이 지고 추위가 찾아온다.

하지만 어찌 놓칠 수 있으랴. 찰나에 스쳐가는 가을. 그 순간순간을 잡아내 젊은이는 청춘을 만끽하고, 중년은 풍요를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시간. 올 가을은 전국의 유명한 단풍 명승지를 골라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여행을 떠나기 앞서 필자의 시 한 수 음미해 보자. 

 

가을꽃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니 가을입니다
가을엔 붉은 꽃으로 산야가 불탑니다

봄꽃은 어여삐 단장한 새아씨이고
가을꽃은 절로 어여뻐진 중년입니다

봄꽃은 나무마다 가려 피고
가을꽃은 나무마다 반겨 핍니다

봄꽃은 바람에 아롱아롱 눈물지고
가을꽃은 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봄꽃은 꽃샘추위에 노심초사하고
가을꽃은 된서리에 당당합니다

봄꽃은 떨어져 메말라가고
가을꽃은 떨어져 그림을 그립니다

봄꽃은 소녀의 사랑처럼 애틋하고
가을꽃은 사내의 절개처럼 장중합니다

봄꽃은 새아씨의 설익은 순수(純粹)이고
가을꽃은 중년의 노련한 절정(絶頂)입니다

어느덧 나는 
산이며 들판을 
붉은 이파리로 수놓는 가을꽃입니다

6년 전이니까 필자가 쉰두 살 때 쓴 글이다. 그해 가을 처음으로 단풍을 느꼈다. 결혼하랴 직장생활 하랴 청춘을 보내는 내내 꽃이 피는지, 낙엽이 지는지 몰랐던 시간이 미련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참 잘 살았다 싶었다. 어느 노랫말처럼 아름답게 잘 익어가고 있으니까.

그랬다. 단풍도 꽃이었다. 봄에 피는 꽃이 아니라, 가을에 피는 꽃이었다. 된서리에 당당한 꽃, 떨어져 그림이 되는 꽃, 사내의 절개같이 장중한 꽃, 노련한 중년 절정의 꽃…. 산이며 들판을 붉은 이파리로 수놓는 나는 가을 꽃이었다.

가을꽃으로 살아야겠다 싶었다. 대지를 수놓으며, 수려한 생애를 살아야겠다 싶었다. 살 날이 산 날보다 많지 않은 시간. 역사의 주인으로 살아야겠다 싶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 싶었다. 그로부터 참으로 많은 글을 썼다. 가슴은 편안하고 넉넉하고 자
유로웠다.

노랗고 붉은 물감이 흩뿌려진
유명 단풍지로 길을 떠나자

여행에서 돌아오는 순간
가슴에는 풍요가 가득 채워져 있으리니
   
가슴에 조금이나마 평안이 깃들었다면 이제 길을 떠나자. 낙엽이 지는 가을, 찰나에 스쳐 가버릴 가을, 이 가을을 만끽하러 길을 떠나자. 노랗고 붉은 물감이 흩뿌려진 전국의 유명 단풍지로 길을 떠나자. 여행에서 돌아오는 순간 가슴에는 풍요가 가득 채워져 있으리니.
 

단풍놀이, 단풍 시기 미리 알고 떠나야

대개 하루 최저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뭇잎이 물들기 시작한다. 단풍은 나무가 엽록소 생성을 멈춘다는 뜻이다. 청춘을 다 보낸 이파리가 겨울 채비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파리에 안토시아닌(식물 색 결정 물질)이 형성되면서 물이 든다고 한다. 붉든, 노랗든, 갈색이
든 제 색깔대로 물들었다가 시나브로 떨어져 가는 것이다.

인생의 겨울이 죽음이라면, 단풍은 죽음을 예비하는 일이다. 죽음에 앞서 울긋불긋 총천연색으로 눈부시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우리네 삶도 절정으로 타오를 가을이면 좋을 텐데. 중년의 절정을 그렇게 눈부시게 불태울 수 있을까? 물들어가는 이파리 속삭임, 살근거리는 바람소리 들으면서 가을 단풍을 누려보자.
  
기상청이 발표한 2019년 단풍 시기를 보고 단풍여행을 떠나는 것은 사소하지만 쏠쏠한 결정이다. 언제 어느 곳이 단풍의 절정인 줄 알고 가면, 최고의 단풍 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 잎이 진 곳을 찾아 쓸쓸함만 더하고 오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 첫단풍 날짜와 절정단풍 날짜를 참고하도록 하자(그림). 주변 20%가 물들면 첫단풍이라 하고, 80%가 물들면 절정단풍이라고 한다. 보통 첫단풍에서 절정단풍까지 2주 정도로 본다. 올해는 평년보다 이틀 늦게 단풍이 찾아왔다고 한다.

단풍의 시작은 역시 설악산

 

올해 단풍은 지난 9월 27일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1,708m)에서 시작됐다. 설악산의 절정 단풍은 10월 16일 전후다. 물론 산 정상과 산 아래 절정은 다소 차이가 난다.
  
계곡과 기암괴석에 어우러지는 설악산 단풍은 어딜 가나 감탄이 절로지만, 천불동계곡을 으뜸으로 꼽는다. 불상 같은 바위 1,000개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천불동계곡은 기암괴석 사이를 흐르는 수려한 계곡이 장관이다. 바위와 계곡 틈새를 비집고 자란 나무들, 거기에 물든 단풍은 영혼이라도 스민 듯 영롱하다.

천불동계곡은 하지만 산세가 험해 노약자들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작정하고 열 두 시간 할애하든지, 1박2일 시간을 내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니까. 반면 주전골 탐방로는 노약자도 쉽게 걸으며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주전골은 인제에서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가는 길목 오색약수터 인근 계곡이다.

주전골은 ‘쇠붙이 주(鑄)’에 ‘돈 전(錢)’을 쓰는데 설화가 전해진다. 즉, 강원도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다가 쇠붙이 두들기는 소리를 듣게 된다. 찬찬히 살펴 동굴에서 위조엽전을 만들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결국 10여 명을 체포하고 동굴을 없앴다. 주전골 가려면 주머니에 동전이라
도 몇 푼 넣어 가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주전골 주차장을 출발해 용소폭포로 이어지는 계곡, 거기에 물들어 있는 단
풍은 상쾌한 바람, 맑은 물과 더불어 최고의 절경을 선뵌다.

설악산은 이밖에 백담사에서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에 이르는 등산로, 비선대에서 공룡능선을 타고 대청봉에 이르는 등산로 등 많은 길이 있고, 산등성이 계곡마다 저마다의 단풍으로 치장하고 있다. 속초에서 소공원으로 들어가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는 길을 노약자가 선택한다면 맛깔스럽게 단풍구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풍의 끝은 땅끝마을 두륜산

한반도에서 마지막으로 단풍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전남 해남 땅끝마을 두륜산(703m). 기상청은 두륜산 대흥사
의 첫 단풍을 10월 29일, 절정기를 11월11일로 예고했다. 철원이나 인제에 첫눈이 내릴 즈음, 두륜산 일대는 만추(晩秋)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셈이다.

두륜산은 도립공원으로 난대성 상록활엽수와 온대성 낙엽활엽수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크고 작은 산봉우리에서는 서해안과 남해안의 다도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대흥사에 이르는 십리숲길은 도로 좌우 계곡이 절경이다. 울창한 수목이 단풍 터널을 이룬다. 두륜산케이블카를 타고 고계산 정상에 올라 남해의 풍광을 굽어보는 것도 좋다.

가련봉과 두륜봉 사이 헬기장 부근은 억새풀 천국이다. 사람 키보다 높은 억새풀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억새풀 너울거리는 은빛 물결에서는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단풍과 함께 두륜산을 찾는 이유이다. ‘바람에 날리는/갈대와 같이/항상 변하는/여자의 마음’. 노래가 절로 나온다.

강원도로 단풍구경 가자스라!

▲평창 오대산 선재길 = 오대산의 첫단풍은 10월 1일이고, 절정단풍은 10월 14일이다. 오대산(1,565m)에는 월정사를 비롯해 상원사, 북대사, 서대사, 중대사, 중대 적멸보궁 등 유서 깊은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오대산 주봉은 비로봉을 비롯해 두로봉, 상왕봉, 호령봉, 동대산 등 다섯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오대산 단풍은 이런 사찰과 봉우리, 계곡에서 어우러지지만, 등산로가 길고 험해 각오를 하고 접근해야 한다. 무난히 오대산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계곡을 따라 걷는 9.6㎞ 선재길이다. 거리는 제법 멀지만 길이 평탄해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선재길에는 세조의 피부 종양 치유 일화가 전해진다. 피부 종양으로 고생하던 세조가 상원사 오르던 중 계곡에서 목욕을 하는데 동자승이 등을 밀어 준다. 세조는 동자승에게 자신을 만난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한다. 동자승은 그대야 말로 발설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는다. 동자승은 문수보살이었다. 선재길이 치유의 공간임을 느끼는 순간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진다. 선재길에서 꽃잎처럼 흩날리는 낙엽을 맞으며, 지난날의 고통이 치유되리라 발원해 보자.

▲홍천 내면 광원리 은행나무숲 = 이곳에서는 2,000여 그루 은행나무가 손짓한다. 흐드러진 노란 은행잎이 어지간한 꽃보다 곱고 화려하다. 이곳은 사유지다. 땅 주인 유기춘 씨가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 이곳에 정착해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30년 동안 가꾼 숲의 면적은 무려 4만㎡에 이른다.

유 씨는 2010년부터 이곳을 무료로 개방했다. 물론 매년 10월 한 달뿐이다. 은행나무숲이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신기하리만치 은행나무 열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알고 보면 간단하다. 열매 맺지 않는 수나무를 주로 식재했기 때문. 은행을 수확해 수익을 낼 법도 하건만, 대부분을 수나무로 조성했다 하니 아내 사랑이 지극하다 싶다.

쾌적한 은행나무숲에서 휴식도 취하고, 추억도 만들면서 향취에 젖어 보자. 멋진 사진 작품도 찍고, 숲을 조성한 이의 따사로운 마음도 느껴보자. 주소지가 홍천이라고 하지만 평창 경계지역이라 경강선 평창역으로 가야 한다.

수도권에서권

단풍 절경 맛볼 수 있어

▲김시습이 소요(逍遙)했다는 소요산 = 도봉산 북한산 소요산 관악산 수락산 남한산성…. 서울과 경기도에 소재한 산에서도 얼마든지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다. 산이라면 응당 나무가 있게 마련이고, 나무는 마땅히 단풍 들게 마련이니까. 굳이 이들 산의 단풍을 소개하지 않고자 한다. 이들 산에셔의 단풍놀이는 산행을 즐기는 이들의 차지이니까. 수도권에서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산 중에서 소요산을 소개하기로 한다.

소요산(535m)은 경기도 동두천에 자리하고 있다. 시원한 계곡, 폭포, 단풍으로 행락객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 이 작품을 썼던 매월당 김시습(1453~1493)이 이곳을 자주 찾아 자유롭게 거닐었다(逍遙)고 하여 소요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을단풍을 보러 가기에 적절한 시기는 10월 하순~11월 초순이다. 가장 먼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이어 여느 활엽수에 단풍이 든다. 이런 생각이 절로 난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렇게 곱고 우아하게 물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오르는 듯한 단풍에 금세 동화되는 것이다. 물아일체(物我一體). 내가 곧 자연이고, 자연이 곧 나인 셈이다. 가을비가 내린다면 금상첨화다. 가슴마저 가을에 촉촉이 젖어들 테니까. 비에 젖어 수북이 쌓인 은행잎은 그야말로 만추(晩秋) 서정(敍情)의 절정이다.

주차장에서 자재암에 이르는 600m 길은 단풍이 다소 거친 산책로다. 걷다 보면 원효대사 이야기가 전해오는 원효폭포와 원효굴이 나타난다.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원효굴은 제법 널따랗다.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이어 108계단을 오르면 해탈문이 나온다. 이곳 입구에는 종이 마련돼 있다. 종을 치면서 가슴 울림을 들으라는 뜻으로 들린다. 감동을 잃고, 소통을 잃고 사느라 맺힌 가슴이 있다면 한 번 쯤 종을 치면서 울림소리 들을 법하다.

자재암 주변 단풍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원효가 설총을 낳은 뒤 요석공주와의 연을 끊고 다시 이곳에서 수행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행인지, 집필인지 알 수 없으나 이곳에 머물렀던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오백나한이 모셔진 석굴 속 나한전도 정려함과 신성함이 공존하는 거룩한 공간이다. 삼성각에서 멀리 독립암을 바라보면 그윽한 가을 정취가 장관이다. 이제는 하산 길.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에 고단함을 날려 보낼 법하다.

▲ 올림픽공원 일산호수공원 = 이들 공원의 공통 특징은 인위로 조성되었다는 점. 올림픽공원은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일산호수공원은 90년대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만들어졌다. 올림픽 개최도, 신도시 조성도 어언 30년 세월이 흘렀다. 공원에 심은 나무가 그 세월 동안 부쩍 자
라 멋진 숲이 됐다. 올림픽공원은 서울 시민이 많아 북적이지만, 시내 한복판이니만큼 복잡함을 각오하고라도 단풍 향취를 즐길 만하다. 특히 호수 주변 알록달록 울긋불긋한 단풍은 매우 풍요롭고 평안하다.

세계평화의 문을 통해 공원으로 들어가다 보면 가장 먼저 노란 은행나무가 반긴다. 이어 인공호수인 ‘몽촌해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둘레 4620m, 면적 3만5,000㎡. ‘해자(垓字)’는 적의 침공을 막기 위해 성의 둘레에 판 연못을 뜻한다. 몽촌해자도 백제 시대 방어용 인공호수인데, 사라졌던 것을 공원을 조성하면서 재현했다. 호수 건너편 야트막한 동산의 단풍이 그윽이 아름답다.

은행나무만 두고 보아도 홍천의 은행나무숲이 부럽지 않을 만큼 풍성하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광경도 절경이다. 편리한 편의시설, 도심에서의 거리를 감안하면 일산호수공원은 최상의 힐링 공간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운동 삼아 한 바퀴 돌거나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쉬는 것도 좋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서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것도 매력이다.

충청지역의 단풍 구경은
어디가 좋을까?

충청지역은 충주 월악산과 보은 속리산, 공주 계룡산이 유명하다. 월악산의 첫단풍은 10월 11일, 절정단풍은 10월 23일이다. 속리산의 첫단풍은 10월 15일, 절정단풍은 10월 30일이다. 계룡산의 첫단풍은 10월 17일, 절정단풍은 10월 27일이다.

▲월악산 영봉 = 월악산은 국사봉이라고도 불리는 영봉(1,094m), 하설봉, 용두산, 문수봉으로 이뤄져 있다. 대개 영봉을 오르게 마련인데, 여기에 이르는 길은 자못 험준하다. 온통 바위로만 이뤄진 봉우리를 한 없이 걸어 올라야 한다. 다들 헉헉거리기 일쑤다.

영봉에 올라서면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월악산이 가을 단풍에 물들면 고운 산 그림자가 충주호에 고스란히 비친다. 암봉의 돌단풍이 특히 일품이다. 송계계곡과 용하구곡의 단풍도 수려하다.

▲한국 팔경 중 하나 속리산 = 속리산은 산세가 수려해 예로부터 한국 팔경(八景) 중 하나였다. 사계절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지만, 만산홍엽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가을 단풍이 치명적이다. 10월 중순에는 주능선(문장대~청법대~신선대~입석대~비로봉)의 단풍이 절정이고, 15일이 지나면 속리산 입구 단풍이 곱다. 10월 20일 이후에는 법주사 부근 단풍이 수려하다. 법주사와 어우러지는 단풍에서 느끼는 가을 끝자락은 청아하기만 하다.

가장 단풍이 멋진 곳은 매표소에서 법주사 입구까지 1km 구간 오리숲. 숲이 울창한 만큼 낙엽도 풍요롭다. 노약자나 어린이가 탐방하기 좋은 곳은 세조길코스 3km 구간이다. 2016년 조성한 이 길은 법주사 위쪽 수변 쉼터가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다.

▲춘마곡 추갑사 계룡산 =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살개봉, 삼불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3개 능선이 닭(鷄)의 볏과 용(龍)의 형상이라는고 하여 계룡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숲이 뿜어내는 단풍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대표 공간으로는 갑사계곡이다. ‘봄에는 마곡이요, 가을에는 갑사’라고 하여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갑사 진입로와 갑사에 이르는 길, 용문폭포 주변, 다시 갑사에서 금잔디고개에 이르는 길 단풍 위용이 대차다. 동학사 주변 숲 단풍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대구-경상도 단풍 구경도 좋아라

대구 팔공산의 첫단풍은 10월 18일이고 절정단풍은 10월 26일이다. 경남 합천 가야산은 10월 14일이 첫단풍이고 절정단풍은 10월 27일이다. 이밖에 해인사 입구 홍류동 계곡, 경주 토함산 불국사와 석굴암 일원, 청송 주왕산 주방계곡,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월 등지도 단풍이 아
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케이블카 타고 만끽하는 팔공산 = 팔공산 단풍은 하늘정원에서 40분 거리 동봉코스가 으뜸이다. 걸음이 빠른 사람은 30분이면 충분하지만, 사진도 찍고 경치도 만끽하려면 한 시간 정도 느긋이 오르는 것이 좋다. 하늘정원에는 물결치는 하얀 억새와 단풍이 절묘한 조화를 이
룬다. 팔공산 동봉에서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블루마운틴까지 단풍 절경은 울긋불긋 아기자기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보는 가을 단풍은 산행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초록색과 오렌지색, 붉은 색으로 물든 단풍은 종착지에 도착할 때까지 연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정상 전망대에서 올려다보는 푸른 하늘, 내려다보는 단풍은 절묘하게 대비된다. 신선이 따로 없
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가야산 = 보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등산객들이 가야산 만물상을 최고 단풍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2010년부터 일반에 등산로로 공개되면서,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말끔한 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절경인 만큼 험난한 산을 탈 각오는 필수다.

백운동 야영장에서 시작해 용기폭포~서성재~만물상 코스가 단풍 구경에는 가장 좋다. 백운동 야영장에서 서성재까지는 야트막한 경사의 돌길이 대부분이다. 큼지막한 돌멩이로 조성된 길은 산책하듯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오르는 길 양편으로 울창한 숲은 단풍으로 무성하다. 서성재를 출발하면 머잖아 파란 물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 요리조리 기암괴석에 입이 쩍 벌어진다. 일찌감치 산에 오르면 산해만리(山海萬里). 멀리 산 아래 운해를 볼 수도 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에서 운해를 보는 것은 가히 행운이라 이를 만하다.

전라도의 단풍 구경

전북 정읍 내장산은 10월 17일 첫단풍, 11월3일 절정단풍이다. 광주 무등산은 10월 20일 첫단풍에 11월 2일 절정단풍이요, 제주 한라산은 10월 15일 첫단풍에 10월 30일 절정 단풍이다. 한라산은 해발 1950m로 산이 높아 단풍이 전라도보다 일찍 마감된다. 물론 저잣거리나 저지
대 단풍은 전라도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안의 변산반도 내소사, 장성 백양사, 영암 월출산, 지리산 계곡 등의 단풍도 수려함을 자랑한다.
  

▲내장산 = 내장산 단풍은 설악산 단풍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손꼽힐 만큼 유명하다. 내장산을 가을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내장산은 산행보다 단풍관광 코스로 더 유명하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므로주말보다는그나마주중여행이한산하다.

주차장에서 내장사에 이르는 단풍터널과 수령 20~50년의 내장사 주변 단풍나무가 내장산 단풍 중에서도 최고다. 단풍나무 터널을 걷노라면 황홀경을 걷는 착각에 빠지기 일쑤다. 내장산 단풍잎이 유난히 아름다운 것은 잎이 얇고 작아 곱게 물들기 때문이다. 금선폭포와 도덕폭포의 단풍, 금선계곡과 원적계곡의 단풍도 가히 절경이다.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라면 단풍터널과 내장사 일대를 둘러본 뒤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에 올라 신선봉까지 다녀온 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거나 금선계곡으로 하산하는 방법이 좋다.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무등산 = 무등산 등산로는 원효사~늦재~토끼등~동화사터~중봉~서석대(1,100m)~장불재~중머리재~증심사 구간이 인기가 높다. 대략 5시간 40분이 소요되는 코스다. 원효사에서 토끼등에 이르는 길은 단풍이 터널을 이루며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동화사터 단풍도 아름답기
는 마찬가지다. 특히 무등산분청사기박물관에서 원효계곡의 정자 풍암정으로 이어지는 1.5km 단풍꽃길은 황홀해 숨이 멎을 지경이다.

동화사터에서 중봉에 이르는 길 양쪽으로 억새풀이 바람에 산들거리며 눈을 사로잡는다. 자그마한 바위산 중봉에서 서석대로 가는 길은 숲이 많지 않아 단풍구경으로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누렇게 변한 잡초 사이에서 키 높이로 자란 갈대만이 손짓할 뿐이다. 서석대 주상절리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절경이다. 마치 기다란 콘크리트 슬래브를 조화롭게 세워놓은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광주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입석대에서 장불재에 이르는 길도 역시 갈대밭이다. 장불재에서 중머리재로 내려가는 길은 비교적 숲이 울창해 단풍 구경을 맘껏 할 수 있다. 중머리재 갈대도 은빛 터럭을 하늘거리며 반긴다. 중심사에 이르는 길목에서도 단풍 구경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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