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五感滿足) 울릉도 & 독도를 가다
  • 양철승 기자
  • 승인 2019.09.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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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엔 일출전망대 짜릿한 해돋이
저녁엔 집어등으로 물든 밤바다 절경

한반도의 동쪽 끝에 위치한 울릉도와 독도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다. 가슴을 뜨겁게 하는 역사적 가치야 두말할 나위도 없고, 천혜의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풍광이 제주도와는 또 다른 쾌감을 전해준다. 그 유명한 ‘독도새우’와 ‘울릉 약소’처럼 오직 두 섬에서만 누릴 수 있는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역사와 자연, 식도락이 한데 어우러진 오감만족 여행지 할 수 있다. 한가위 연휴에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울릉도와 독도에서 눈과 입, 가슴의 사치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_양철승 cabbang1972@gmail.com

릉도는 해발 986.7m의 성인봉이 섬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다. 그래서인지 섬 안쪽은 나름 거친 산세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마다 뜻밖의 절경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친 여행객의 심신을 어루만진다. 청정 바다와 접한 해안도로를 내달리다보면 송곳봉, 삼선암 같은 바위섬들이 울릉도가 화산섬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무수한 기암절벽과 주상절리, 해식동굴, 해식절벽을 만나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해 일주도로가 완전 개통되면서 육로관광의 편의성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울릉도는 울릉읍과 서면, 북면으로 나눠져 있는데 울릉읍은 여행객들이 도착하는 3개 항구(도동항·저동항·사동항)를 모두 품고 있는 섬의 관문, 서면은 대자연과의 만남이 숨 가쁘게 이어지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북면은 울릉도의 3대 전망 명소가 위치해 있어 SNS 프로필사진으로 등록할 인생샷을 무수하게 건져 올릴 최고의 핫 스폿으로 꼽힌다.

울릉읍

내수전 일출전망대 ∥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보는 해돋이

울릉도에 갔다면 해발 440m에 위치한 내수전일출전망대 해돋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드넓은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의 장관이야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단 15분이면 오를 수 있으니 꼭두새벽부터 부산을 떨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다. 특히 추석을 전후해 오징어 조업이 본격 시작므로 저녁에 올라 오징어잡이 배들의 집어등으로 화려한 밤바다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 밤풍경은 울릉 8경의 하나다.

행남 해안산책로 ∥ 자연이 빚은 예술작품

행남 해안산책로는 국내 최고 해안비경을 자랑한다. 도동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기암절벽과 천연동굴들이 무지개다리로 이어진다. 여기에 발아래 찰랑이는 푸른 물결이 더해지면 왜 이곳이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에 비유되는지 알려준다. 도동-행남등대 코스는 왕복 2시간, 저동항까지 편도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죽도 ∥ 울릉도의 보물 같은 섬

울릉도의 부속섬 44개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원래는 울릉도와 하나였지만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울릉도와 분리됐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대섬’이라고도 불린다. 도동항에서 배편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섬 둘레를 따라 약 4㎞의 산책로(1시간 30분 소요)가 조성돼 있다. 365개의 나선형 계단과 대나무 터널을 지나 넓은 대지가 나타나면 두 눈이 탁 트이면서 고진감래의 진리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죽도를 떠나기 전 무공해 더덕즙 한잔으로 기력을 회복하는 것도 좋다.

독도전망대 ∥ 독도와의 눈인사

케이블카를 타고 망향봉에 도착하면 108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계단을 정복하면 도동 시가지 전역을 탁트인 시야로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한적한 길을 따라가 독도전망대에서 독도와 눈인사를 나눌 수 있다. 독도와의 짧은 만남이 아쉽거나 자녀와 동반했다면 케이블카 타는 곳 옆에 있는 독도박물관도 꼭 들러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영토박물관으로 독도의 역사와 식생, 자연환경을 확인할 수 있으며 박물관 별관 좌측의 영상관에서 ‘강치이야기’ 등 애니메이션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서면

비파산 ∥ 신들의 조각 정원

서면지역은 자연에 의해 조각된 조형물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고분군을 비롯해 100m에 달하는 주상절리, 오뚝한 콧대와 미소를 머금은 얼굴바위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중에서도 남양마을의 비파산은 고대 우산국의 전설이 깃들어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내용은 이렇다. 옛날 우산국의 우해왕은 왕녀 풍미녀를 극진히 아꼈지만 그녀는 딸 하나를 남기고 일찍 세상과 등졌다. 슬픔에 빠진 우해왕은 일본 대마도에서 데려온 12명의 시녀에게 비파를 뜯게 하고 100일 제사를 지냈는데, 바로 그 비파를 놓아둔 것이 비파산이 됐다는 전설이다.

태하 황토굴 ∥ 신비로운 색의 향연

주황색의 황토와 검은 바위가 기이한 대비를 이뤄 시선을 잡아 끄는 곳이다. 화산재 퇴적물이 굳어서 형성된 응회암이 파도에 의해 차별 침식을 받아 생성된 해식동굴이다. 이곳의 황토는 일반 황토와는 성분이 다르다. 붉은색 응회암에 산화철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울릉도 순찰관리에게 울릉도를 다녀왔다는 증거로 태하 황토굴의 황토를 제출받았다고 한다. 아울러 황토굴에서 해안선을 따라 돌면 용암이 파도와 부딪치면서 만들어낸 파도모양의 기괴한 바위들이 절경을 이룬다. 일명 파도공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최고의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남서일몰전망대 ∥ ‘하루의 끝’과 시작

서면 남서리 구암마을에 위치한 해발 150m 전망대로 독도 해돋이 일출전망대, 내수전 일출전망대와 더불어 울릉도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정면에 남근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건너편 산자락에는 색시바위가 보인다. 구암마을은 울릉도 개척 시절 사람들이 ‘석산에 굴이 있다’고 해서 ‘굴바우’, ‘굴암(窟岩)’이라 불렀던 것이 오늘날 구암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북면

관음도 ∥ 야생식물의 천국

2012년 보행연도교가 연결되면서 일반인에게 처음 개방된 섬이다. 무수한 세월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만화 속 ‘보물섬’에 불시착한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갈대, 억새풀, 부지갱이 등 울릉도의 다양한 자생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섬 아래쪽에는 2개의 쌍굴이 있는데, 울릉도를 지나는 배를 약탈하려는 해적들이 숨어 있던 장소라고 한다. 이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송곳봉 ∥ 물과 하나된 봉우리

하늘과 땅이 열린 천지개벽 당시 옥황상제가 울릉도 주민을 구원하기 위해 산정상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큰 구멍을 만들었다는 전설을 가진 430m 봉우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 모양이 송곳처럼 뾰족하다. 조면암으로 이뤄진 용암 돔이 침식을 받아 상부가 사라진 결과다. 봉우리가 불과 100m 이내의 짧은 거리로 바다와 접해 있어 육상에서는 한층 웅장하고, 바다에서는 물과 하나된 신비로운 모습으로 보인다.

울릉해담길 I 울릉도의 숨은 비경

울릉도 개척 당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해안, 산, 하천을 걷던 옛길이다. 1~2시간 내에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초급자 코스부터 상급자 코스까지 총 9개의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다. 과거 울릉도 주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에메랄드빛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소리에 발맞춰 걷다보면 생태자원의 보고인 울창한 숲과 깎아지른 해안절벽들이 태고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울릉도 자생종인 섬말나리, 너도밤나무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최적이다.

독도 I 한반도의 첫 아침이 시작되는 곳

동도와 서도로 이뤄진 독도는 해저 약 2,000m에서 솟은 용암이 굳어져 형성된 화산섬으로 약 460만년 전 형성됐다.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돼 있으며 지질학적, 생태학적 가치에 더해 군사·전략적 가치도 뛰어난 우리 땅이다. 울릉도와 87.4㎞ 떨어져 있어 날씨가 좋으면 울릉읍 독도전망대나 북면 석포전망대에서 망원경 없이도 육안으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직접 발을 내딛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울릉도 여행길에 독도에 들리지 못했다면 큰 한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독도와의 만남은 말처럼 쉽지 않다. 날씨가 허락돼야만 배편이 출발하며, 출항을 했더라도 해상 상황에 의해 동도선착장에 접안하지 못할 때가 많다. 조상이 은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완전한 허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