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폭력행위, 이대로 괜찮은가?
  • 임초롱 기자
  • 승인 2019.09.11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진 폭언, 폭행은 살인행위

일부 환자들에 의한 ‘의료진 폭행’ 문제가 그 선을 넘고 있다. 실제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사 중 96.5%가 환자들에게 폭력이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고, 정신적 후유증을 겪은 의사도 91.4%에 달했다. 의료진은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기 때문에 험한 말을 듣고도 견뎌야만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환자의 옳지 못한 행동들은 위험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 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의료계는 물론 시민들은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에디터_임초롱 ic1415@naver.com

의료진에 대한 폭언과 폭행은 살인행위

병원 내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폭력과 욕설 등으로 난동을 피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진 2만7,304명 중 2,294명(11.9%)이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행 가해자는 환자가 71%였고, 보호자가 18.4%였다. 특히 국립대학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보안요원 등과 같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가 크게 늘고 있다. 전국 국립대학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립대병원 의료진 폭행 피해사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전체 209건의 폭행 및 위해 행위가 발생했고, 이중 서울대병원이 98건으로 절반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6년 말 모 국립대 병원에 입원 중이던 40대 환자는 밤늦게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동 간호사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주사바늘과 과도를 들고 병동 간호사들을 위협하던 이 환자는 출동한 경찰의 제지로 소동을 멈췄다. 또 지난 2016년 모 국립대 병원에서는 이 모 교수가 평소처럼 병동을 회진 중 한 환자가 샤프를 들고 이 교수의 관자놀이를 가격하여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응급실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6년 지방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큰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의료진이 퇴원을 권유했지만 퇴원을 거부하던 이 환자는 폭언을 하며 소화기를 분사했다. 지난 2월에는 전주의 병원 응급실에서 한 30대 환자가 간호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는 일도 발생했으며,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는 40대 남성이 술에 취해 병원 응급실 의사를 폭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료인 폭행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작년 12월에는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가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환자의 폭력에 희생, 정신과 의사의 안타까운 죽음

2018년 12월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서 한 해의 마지막 진료가 끝나가고 있었다. 대부분 오후 5시면 진료가 끝나지만 임세원 교수는 이날 오후 5시 40분까지 환자 박 모(30)씨와의 상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상담실에서 갑자기 임씨가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환자 박 씨가 흉기를 손에 들고 뒤쫓고 있었다. 달아나던 임 교수는 진료실 문 앞의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한 뒤 그 자신도 도피를 하던 중에 복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고, 이 틈에 거리를 좁힌 박 씨가 무참히 흉기를 휘둘러 가슴을 크게 친 임 교수는 급히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숨진 임 교수는 성실한 정신과 의사였다. 특히 자살 예방에 힘을 쏟았는데, 지난 2016년에는 자살 예방과 관련한 저서를 내기도 했다. 책 서문에는 이 책이 절망에 빠진 분들, 마음이 아픈 이들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분들, 무엇보다 삶의 순간순간을 행복으로 채워 나가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나마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내 희망의 근거가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썼다. 임 교수의 사망 소식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그에게 치료 받았던 수많은 환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임 교수의 사망사건이 발생한 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임세원법’이 추진되면서 여론도 들끓었다. 

故 임 교수의 사건처럼 대부분의 의료진은 진료 현장에서 폭행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이런 무방비 상태는 응급실에서 또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진료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만약 심장마비를 보이는 환자가 응급실에 왔다고 가정하면 환자의 의료진 폭행으로 공백이 생겨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의료진과 환자들이 모두 같이 있는 진료현장에서는 반드시 안전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를 진료 할 수 있고, 환자들도 안심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의료계는 진료현장 폭행사건이 늘어갈 때마다 환자를 진료하는 진료실 안전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진료실 의사 폭행에 대한 엄정한 입법을 호소해 왔지만 본질을 외면한 채 번번이 의사에 대한 규제와 의무만 양산하는 포퓰리즘에 의해 거부돼 왔다. 그 동안 진료 중 의사에게는 거의 신과 같은 수준의 막중한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진료하는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폭행은 방치되어 왔던 것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계 종사자들은 지금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지만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진료현장을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들에 대한 폭력과 살인은 환자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기에 더욱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전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사명감으로 환자를 돌본다. 이들은 숙명을 지닌 사람이기도 하고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일이기도 하고, 한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일이기도 하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들에 대한 폭력과 살인은 환자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다. 

의료계 열악한 현실, 노동환경부터 개선 필요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어야만 많은 환자들이 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안전한 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들이 의료인에게 불만을 갖게 되는 여러 가지 요인의 의료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서 과도한 환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진료실에서 환자를 짧게 진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의료인에게 여러 가지 불만을 갖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있다. 

올해 1월, 인천 대학병원의 전공의가 36시간 연속 근무 중 사망했다. 강북삼성병원 故 임 교수에 이어 계속되는 의료인의 순직이 의료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누적됐던 의료계의 어두운 일면이 임계점을 넘어 본격적으로 터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교수뿐만 아니라 대학병원 전공의 또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 ‘2018년 전공의 수련병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전공의는 주 평균 77시간 근무, 주 평균 야간당직 횟수 2.11회, 최대 연속 당직일수 2.32일, 실질 휴식시간 6.94시간으로 사실상 주 7일, 24시간 대기체제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대 근무시간을 주당 88시간으로 지정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아직까지 큰 개선을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인의 과도한 업무는  ‘고소득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라는 이유로 정당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때문에 그들의 살인적 노동 강도는 사회적으로 외면당했으며,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 또한 미진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법제화됐지만 보건업은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시행이 유예됐다. 11시간 연속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는 조건이 달렸으나 응급진료와 야간진료로 인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리직 의료인의 경우도 이러한 금지 조항조차 없어 가혹한 노동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한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는 대략 150명 정도. 서울 모 대학병원 흉부외과 김 모(29) 전공의도 환자는 줄지 않고 인력은 늘지 않는다며 환자도, 전공의도 모두 위험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의 해법으로 전공의 당 환자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과도한 업무와 수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는 의사는 과로로 쓰러지고, 충분한 상담을 못 받는 환자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서울 모 대학병원의 A교수는 의료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몰지각한 환자들
의 의료진 폭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강력한 형사적 처벌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거침없는 환자들의 망동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 개선을 기대해 본다


발행처│한국여성언론협회  |  발행인 : 박영숙 (여성시대 미디어그룹 회장)  |  등록번호 : 서울 중, 라00702  |  본사 편집국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01 영미빌딩 8층 전관
대표전화 02 – 786 – 0055  |  팩스 02 - 786 - 0057  |  총괄편집국장실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11 (여의도동) 프린스텔 빌딩 907호
제보 (문의) 02 – 780 - 7816 | (재)창간등록일 : 2015 – 03 - 22  |  여성시대 미디어그룹 운영위원회 상임위원장 :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회장 : 고시환  |  사장 : 이재희 (지구촌선교회 이사장)│주주대표 : 송강면 박사 외 2인 | 명예회장 : 송태홍
일본어판 총괄책임 : 미야모도 마사오(宮本正雄)   |  총괄편집국장 : 하태곤  |   취재본부장 : 추현욱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하태곤
여성시대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에 따라,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여성시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