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Me Too) 1년, ‘솜방망이’ 처벌과 ‘깜깜이’ 징계
  • 황인정 기자
  • 승인 2019.09.11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뀐 것’ 없는 ‘바뀐 척’에 더욱 고통 받는 학생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쿨미투’가 본격화된 지 1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학교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당시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은 앞다퉈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약속했지만 성폭력과 성폭언을 행한 가해교사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오히려 성비위 의혹에 연루됐던 다수의 교사들이 스리슬쩍 교단으로 돌아와 피해를 증언한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학생들은 말한다. 과거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우리는 바뀐 척이 아닌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고 말이다. 스쿨미투의 전반을 살펴보았다.

에디터_황인정 injung6262@gmail.com

 

학교도 예외 아냐, 스쿨 미투(#Me Too) 확산

“야하게 입으면 성폭력 당해” D여자고등학교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K여자중학교
“내가 열 달 동안 생리 안 하게 해줘?” O고등학교
“여학생이 끼 부리고 다니다 일이 나면 자기 책임” K중학교
“여학생들은 결국 결혼해서 애 낳으면 다다” P예술고등학교
“여고생은 항상 도발적이어야 해” H여자고등학교

일이 지면에 나열하기도 낯부끄러운 이 발언들은 마초들의 모임에서 나온 음담패설이 아니다. 사회 존경을 받는 만큼 더 높은 도덕과 품위가 요구되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내뱉은 말이다. 그것도 학생들의 눈앞에서 말이다.

우리나라의 미투운동은 당시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8년 전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증언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서 검사의 고백에 용기를 얻은 많은 여성들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동참하면서 문화예술계, 연예계, 스포츠계 등 사회 각계 전반으로 미투 운동의 불길이 타올랐다.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어디보다 깨끗하고 도덕적이어야 했지만 미투의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음에 침묵하고 있었던 학생들이 단단한 껍질을 깨고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봄, Y여고 졸업생들이 재학 시절 교사들에게 당했던 성폭력을 신고하며 스쿨미투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이후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 일반고와 외국어고, 특성화고를 가릴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는 남교사가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성범죄를 폭로하는 데에서 출발해 여성 혐오가 교사들의 입과 눈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는 현상을 고발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변하지 않은 1년, 가해자는 제자리로

쿨미투의 발화점이 된 Y여고에서 10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실명으로 증언했지만 가해 교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런 식의 솜방망이식 처벌로 피해자들의 고발 의지는 자꾸 꺾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졸업생들의 증언으로 가해 교사들은 파면당하거나 해임 당했지만, 최근 불기소 처분이 됐으며, 징계마저 취소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학교로 복귀한 상태다.

이 같은 처분은 Y여고만이 아니다. “여자는 애 낳는 기계” 등의 발언을 해 지난해 교사 3명을 징계한 경기도 광주 K여자중학교 역시 지난 3월과 5월 이들을 모두 복직시켰으며, 한 차례 교장의 대리 사과 방송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작년 9월부터 학생들이 익명의 SNS 게시판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교사들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알리면서 주목을 받은 대전 A여고 스쿨미투 사건 역시 ‘봐주기’식 처벌이 내려졌다. 혐의를 받은 8명 중 단 1명만이 불구속기소가 됐고, 나머지는 아동보호사건 송치,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혐의 없음, 공소권 없음 등으로 처분했다.

1년 전, 당시 스쿨미투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지만, 1년 사이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6월 청소년 페미니즘 네트워크 ‘위티(WeTee)’가 공식 출범해 눈길을 끈다. ‘스쿨미투, 말하기를 잇는 네트워크’를 표방하는 위티는 국내 최초의 청소년 여성주의 시민사회단체다. 위티는 서울과 경기도, 부산, 광주, 대구, 충청도 등 12개 분회와 지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 및 지지자는 약 200여명이 된다.

위티는 △성차별적인 성교육 표준안의 폐기와 페미니즘과 다양성, 인권에 기반을 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 △정부가 학내 성폭력 사안 처리 절차와 과정 등을 피해자의 동의 하에 학교 구성원에게 적극 알릴 것 △학내 성폭력과 젠더인권 침해 등에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받을 권리가 명기된 학생인권법을 제정할 것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해 실태를 파악할 것 등 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82차 UN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할 권고안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제시했다.

 

 

교사들도 지지하는 스쿨 미투

쿨미투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교사들 역시 학생 편이었다. 90%가 넘는 교사들이 스쿨미투 확산에 공감하고 있는 반면 “교권 침해 우려가 높다”는 응답은 25% 정도에 그쳤다. 학생들이 주도한 스쿨미투에 교사들이 부정적일 거라는 일반적 인식과 상반되는 결과인 것이다.

지난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노조)과 여성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가 조합원을 비롯해 전국 유·초·중·고 교사 1,2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쿨미투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95.7%는 ‘스쿨미투를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62.5%가 ‘매우 동의’, 33.2%가 ‘대체로 동의’를 택했다. 또 일부에서 제기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82.1%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스쿨미투로 인한 교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응답자의 74.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는 반발이 우려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지만 이번 설문 결과로 볼 때 우려는 기우였던 것이다.

또한 교육부가 스쿨미투 운동 이후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는 64.8%의 교사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40.0%)거나 “잘 모른다”(24.8%)고 답했다. 스쿨미투가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88.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교조는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는 스쿨미투의 의의에 반해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학생과 교사, 학부모,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원점부터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행처│한국여성언론협회  |  발행인 : 박영숙 (여성시대 미디어그룹 회장)  |  등록번호 : 서울 중, 라00702  |  본사 편집국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01 영미빌딩 8층 전관
대표전화 02 – 786 – 0055  |  팩스 02 - 786 - 0057  |  총괄편집국장실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11 (여의도동) 프린스텔 빌딩 907호
제보 (문의) 02 – 780 - 7816 | (재)창간등록일 : 2015 – 03 - 22  |  여성시대 미디어그룹 운영위원회 상임위원장 :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회장 : 고시환  |  사장 : 이재희 (지구촌선교회 이사장)│주주대표 : 송강면 박사 외 2인 | 명예회장 : 송태홍
일본어판 총괄책임 : 미야모도 마사오(宮本正雄)   |  총괄편집국장 : 하태곤  |   취재본부장 : 추현욱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하태곤
여성시대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에 따라,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여성시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