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과 기모노, 기생과 게이샤 닮은 듯 닮지 않은
  • 황인정 기자
  • 승인 2019.09.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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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원래 이름은 상박(相搏), 일본 발음은 스모
추석특집 첨예한 대립 속 한-일 문화 들여다보기

9월 13일이 추석이다. 추수한 농산물을 조상께 바치며, 내년 풍년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한국의 명절이다.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변모하면서, 농사 비중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추석이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차례를 지낸다. 

경제 급성장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추석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버스를 열 시간 이상 타고 시골로 달리던 1980년대, 가족들이 모였다 하면 고스톱판을 벌였던 1990년대.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부모가 자식이 사는 곳으로 역귀향하는 풍토가 만연하더니, 근래에는 홀로 집에서 쓸쓸히 지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적어도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추석 연휴 내내 TV로 씨름을 생중계한다는 사실이다. 힘과 기술을 겨루는 우리나라 전통 놀이 씨름이 이만기 이준희 이봉걸 등 걸출한 스타가 많을 때는 국민스포츠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요즘엔 그마저 시들하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는 전통도 변하지 않은 것 중 하나다. 개량한복이 대체되긴 했어도 여성의 우아한 한복 차림은 가을 하늘 만큼이나 상큼하다.

근래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첨예하다. 위안부 문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데 이어,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는 맞불을 놓았다. 다시 한국이 일본 여행을 가지 않고, 일본 제품 구매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국가 경제 우려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추석 특집으로 한국의 씨름과 일본의 스모, 한국의 한복과 일본의 기모노를 가볍게 다루기로 했다. 덤으로 기생과 게이샤도 건듯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일 갈등이 첨예하지만, 언젠가 다시 이웃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아니 회복 기대를 잠잠히 가슴에 담아 녹여내기로 했다. 일본이 진정으로 사과할 때까지 우리가 좀 더 어른스러워 보자고 자위를 하면서.  

에디터_황인정 injung6262@gmail.com
 

씨름과 스모, 모래판의 한 판 승부

한국의 전통 경기인 씨름과 일본의 전통 경기인 스모는 궁극적으로 힘과 기량 겨루기다. 경기의 규칙은 서로 다르지만 원형의 모래판 위에서 힘을 겨뤄 승패를 결정한다.

씨름은 순수 우리말이다. 고서에 나오는 각저(角抵)·각력(角力)·상박(相撲) 등이 씨름의 별칭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법호경언해(1463년 출간)에는 ‘상박(相撲)은 실훔이라’는 기록이 있다. 실훔은 나중에 발음이 씨름으로 바뀌었다. 씨름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전국에서 행해진 것으로 기록이 보인다. 근래에는 상박이 쌈박(질)의 한자어 표기라는 주장도 있다.

원래 씨름은 맹수나 타종족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살 수 있었던 원시사회에 생활수단으로 투기(鬪技) 또는 자기를 보호하는 기예로 추정된다. 이것이 농경사회 제례행사 중 여흥의 하나로 변해 음력 5월 5일 단오절이나 추석이면 남자들이 자기 마을과 이웃 마을 사람들과 넓은 모래사장이나 잔디밭에 모여 기량을 겨루었다.

씨름은 모래판 위에서 두 선수가 상대편 샅바를 잡고 다리 허리 엉덩이 기술로 상대를 바닥에 넘어뜨리는 경기다. 발바닥을 제외한 상대의 신체 어느 부분이라도 땅에 닿으면 승부가 난다. 씨름은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되었으며, 2018년 남북 공동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스모는 일본의 오랜 전통을 가진 스포츠다. 매년 대회를 열어 최고 자리에 등극하면 이를 요코즈나(橫綱)라고 부른다. 오곡풍요를 기원하는 농경의례에서 기원되었으며 궁중 의례로 발전했다. 에도시대에는 직업적인 스모집단이 만들어져 에도·오사카·교토 등에서 사찰·신사의 건축 및 수리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스
모시합이 열리기도 했다.

메이지시대 이후에는 본격적인 시합으로 발전해 지금 시합으로 정착했다. 스모가 스포츠로서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은 1868년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모의 한자가 상박(相撲)이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상박은 씨름인데, 일본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쓰면서 발음만 스모라고 쓰고 있으니 스모의 뿌리가 씨름에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복, 그리고 기모노

 

나라마다 저마다의 전통의상이 있다. 중국의 치파오, 인도의 사리, 베트남의 아오자이, 스코틀랜드의 킬트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여성 의상 한복과 일본의 여성 의상 기모노는 두 나라의 여성 전통의상으로 매우 아름답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상학적으로 보았을 때 소매가 몸체와 직선으로 연결된다는 공통점을 지니
고 있다. 허리의 선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닮아 있다.
  
한복과 기모노는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치마, 저고리는 자유로움과 여유를 기본으로 하지만 일본의 기모노는 흐트러짐 없는 몸을 감싸는 절제와 긴장이 특징이다. 치마저고리는 자유로운 곡선으로, 풍성한 양감을 형성하며 몸을 감싼다. 치마는 여유 있게 퍼져 나가 발끝까지 흘러내린다. 몸을 압박하지 않는 옷, 그러므로 앉는 자세도 넓은 치마폭 안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

반면 기모노는 무엇보다도 걸음걸이를 부자연스럽게 할 만큼 몸을 감싸는 옷이다. 몸을 친친 감싼 뒤 허리
를 오비로 또 조여 붙인다. 붙일 수 있는 한 몸에 꽉 붙여 입기 때문에, 몸은 부자유스럽다. 입는 사람은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긴장과 자제를 필요로 하는 옷이다.

오늘날 한복은 조선시대의 것과 흡사하지만 조선 후기 19세기 한복 형태와 가장 비슷하다. 500년 조선 통
치 동안 많은 변화를 겪고 유행을 타다가, 현재의 한복 형태로 정착하게 된다. 기모노는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인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에도시대 이후 기모노 양식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현재는 결혼식, 게이샤, 가부키 등에서 전통이 잘 유지되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의 원조, 기생과 게이샤
  
노래 잘하는 연기자, 춤 잘 추는 아나운서, 연기 잘하는 가수 등 다재다능한 스타들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
인 ‘만능 엔터테이너’. 한국과 일본에서도 이런 만능 엔터테이너 원조격이 있으니 바로 한국의 기생과 일본
의 게이샤다.

기생의 사전적 의미는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나 춤 또는 풍류로 흥을 돋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이며, 게이샤 역시 ‘일본의 기녀(妓女), 연회에서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우는 일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기생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조선시대에 자리를 굳혀 일반적으로 기생이라 하면 조선시대 기생을 일컫는다. 사회계급으로는 천민에 속하지만 시(詩) 서(書)에 능한 교양인으로서 대접을 받았다. 특히 조선 중기 이후에는 사대부의 유교 문화와 융합하여 독특한 기생 문화를 생성해, 황진이(黃眞伊) 이매창(李梅窓) 같은 시조시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문학성이 뛰어난 고려가요도 기생이 향유, 전승한 것으로 추정되어 한국 문학사에서 이들이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함락시킨 왜장을 끌어안고 함께 진주 남강에 투신하여 전공을 세운 의로운 기생 논개와 만세시위운동을 주도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김향화 역시 역사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일본의 게이샤는 1688∼1704년경 생긴 제도로서 본래는 예능(藝能)에 관한 일만을 하였다. 점차 유녀(遊女)가 갖추지 못한 예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게이샤와 춤추는 것을 구실로 손님에게 몸을 파는 게이샤 두 종류로 나뉘었다.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 하여 여러 차례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으나 메이지시대 이후 일반 게이샤의 수는 외려 크게 증가해 지방도시에까지 퍼졌다. 근래에는 예능의 정도에 관계없이 매춘만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이 게이샤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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