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습-규모 달라도 얼굴 마주하고 조상께 감사,다른 듯, 비슷한 ‘세계의 추석 명절’
  • 유안나 기자
  • 승인 2019.09.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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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다. 감도 익어가고 밤도 익어간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추석이 가까이 왔음을 예감한다.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조상께 바치며 감사의 뜻으로 차례를 지낸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지를 찾아 고향을 방문해 안부와 정을 나눈다. 이런 명절이 우리나라에만 있을까? 2019년 추석을 맞아 지구촌의 다양한 추석 명절을 만나 보기로 한다. 다소 풍습이 다르고, 규모가 다르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조상께 감사를 드리는 전통만큼은 매우 유사하다. 
                                                                                  에디터_유안나 lovelyanna00@gmail.com

 

미국    칠면조 요리를 먹는 날 ‘추수감사절’미국의 추석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다.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정해진 추수감사절은 17세기 아메리카 신대륙에 정착한 영국인 청교도들이 신에게 첫 추수를 마친 것을 감사하고 기념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후 1789년에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국가기념일로 선포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날은 멀리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구운 칠면조 요리, 옥수수 빵, 감자, 호박파이 등을 먹으며 만
찬을 즐긴다. 미국인들은 이때 먹는 음식은 뜨겁고 양이 넉넉해야 한다고 믿어, 하루 3번 이상 식사를 하고 접시를 깨끗이 비우는 것을 예의로 여긴다. 추수감사절은 우리에게 쇼핑시즌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블랙프라이데이가 바로 추수감사절 다음 날이다.

중국    가을의 한가운데 ‘중추절’

춘절, 단오절과 함께 중국  3대 명절 중 하나인 ‘중추절’은 음력 8월 15일로 우리나라의 추석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의 추석만큼 큰 명절로 여기지는 않는다. 중추절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긴 기간 동안 쉬는 국경절이 있기 때문. 가을인 음력 7~9월 중 8월이 그 중간이고, 15일이 8월의 중간이라 가을의 한가운데란 의미로 중추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농업 사회인 중국에서는 월신(月神)이 부드러운 달빛으로 변하여 인간 세상에 복을 내려 오곡이 풍성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장 밝고 큰 8월의 보름달에 감사의 제사를 지냈다.

중추절에  하는  대표적인  놀이로는 달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소원을 비는 달맞이, 토끼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하고 있는 장난감 인형놀이 투얼예 등이 있다. 최근 이러한 옛 풍습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중추절이 되
면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월병을 나눠 먹고 둥근 달을 보며 화합과 행복을 기원한다.

일본    지역 축제가 흥겹게 열리는‘오봉’

일본의 추석자 '오봉'은 석가모니의 제자 목련존자가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귀 지옥에 떨어져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석가모니에게 물어 7월 15일에 공양을 한 것에서 유래했다. 음력 7월 13∼15일을 중심으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던 것이 현재 양력 8월 15일로 정착됐다. 

오봉에는 선물을 보내는 풍습이 있고 조상들이 길을 잘 찾아들 수 있도록 불(무카에비)을 피우고, 집에 임
시 제단인 ‘본다나’를 마련해 예를 올리거나 절을 찾아 공양을 바친다. 또한 지역 공동체가 함께하는 축제가 크게 열려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사람들이 원을 만들어 추는 춤인 ‘봉오도리’를 즐긴다. 오봉은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봉야스미’라 불리는 긴 휴일을 보낸다.

캄보디아   곡식을 함께 나누는 추석 ‘프춤번 (Pchum Ben)’

해마다 9월 말부터 10월 초순에 걸쳐 돌아오는 캄보디아의 추석 ‘프춤번’은 신년과 더불어 캄보디아의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다. 프춤번이라는 말은 ‘쌀을 함께 공유하다’는 뜻으로,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고 조상을 기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연휴 기간은 단 3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춤번을 전후로 약 2주 동안 휴식을 취한다. 이 시기에 캄보디아 시내에 있는 점포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도심도 매우 한산해진다. 

프춤번 기간이 시작 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사원에 찾아가 승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절 주변을 걸어 다
니며 찹쌀로 만든 주먹밥을 곳곳에 뿌린다. 예로부터 캄보디아 사람들은 프춤번 기간 동안 지옥에 간 조상들이 휴가를 얻어 이승에 내려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승려로부터 조상에 대한 기도를 받고 주먹밥을 뿌려 조상귀신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의식을 이어왔다.

이스라엘   초막을 만들며 전통을 지키는 ‘숙콧 (Sukkot)’

해질녘부터 다음날 해질녘까지를 하루의 기준으로 삼는 유대인의 달력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그레고리우
스 달력과 시간상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 따라서 그레고리우스력을 기준으로 9월이나 10월 중에 있는 추석 명절은 이스라엘 달력의 신년 무렵에 위치하게 된다. 새해가 시작되고 약  2주 후에 열리는 이스라엘의 추석 ‘숙콧(Sukkot)’은 히브리어로 초막절을 뜻하는데, 숙콧이 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대교의 가르침에 따라 가정마다 초막을 만들며 이 날을 기념한다. 

사람들은 잎사귀와 나뭇가지, 각종 천 을 이용하여 초막을 만들고 내부에는 가을에 열리는 다양한 열매로 장식한다. 대지에 열매를 맺게 하고 대지를 선물한 신에게 감사한다는 의미를 전하는 의식이다.

필리핀   바나나밥 먹으며 조상을 기리는 ‘만성절’

필리핀에는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명절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1년에 한 번 가족들과 만나고 조상에게 성묘하는 날인 ‘만성절’이 있다. 만성절은  11월  1일과  2일에 걸쳐 이틀 동안 진행되는데 첫째 날은 카톨릭의 모든 성인을 기리는 날이며, 둘째 날은 조상을 비롯해 먼저 돌아가신 모든 영혼들을 위로하는 날로 기린다. 필리핀 사람들은 만성절이 되면 고향의 묘역을 찾아가 잡초를 뽑고 묘비를 다시 페인트칠하며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구들을 추모한다. 

명절 당일에는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마당에서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여자들은 부엌에 모여 전통음식을 요리한다. 특히 이날은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필리핀의 전통 떡 ‘수만’을 만드는데, 수만은 찹쌀에 설탕과 코코넛을 섞은 다음 바나나 잎에 싸서 찌는 약밥의 일종이다. 어른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은 전통놀이를 하거나 동네에 있는 집들을 방문하여 할로윈처럼 사탕을 받기도 한다.

베트남   어린이 날 같은 명절‘쭝투(Trung Thu)’

음력 8월 15일 베트남의 추석인 ‘쭝투’에는 잉어, 꽃 모양의 떡  ‘바잉쭝투’를 선물하고 차례를 지낸 뒤 음식
을 나눠 먹는 풍습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북을 치고 사자춤을 추며 마을을 돌며 건강과 성공을 기원한다. 

베트남의 쭝투는 한자 ‘중추’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음력 8월 15일에 해당하지만 추석처럼 큰 명절
이 아니라 오히려 어린이날과 더 비슷하게  보낸다.  이날은 추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나 조상에 대한 경
의를 표하는 것보다 어린이날의 성격에 더 가깝다. 평소 농사일 때문에 어린이를 잘 돌보지 못한 미안함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선물로 표현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명절’이라고도 불린다. 이날 아이들은 깡통에 불씨를 집어넣고 돌리는 쥐불놀이를 하고 연을 날리기도 한다.

러시아   600년의 전통 ‘성 드미트리 토요일’

러시아의 추석에 해당하는 날은 매년  11월  8일 직전의 토요일을 기리는 ‘성 드미트리 토요일’이다. 성 드미트리 토요일은 1380년 몽골군과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드미트리 돈스크 장군이 11월 8일 전사자들을 기리는 날을 만들면서 시작됐으며, 세월이 흘러 여기에 조상을 기리고 추수감사의 성격이 더해지면서 러시아의 주요 명절로 자리 잡았다.

이날 러시아 사람들은 가까운 친척이 모여 햇곡식, 햇과일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조상에게 성묘한다.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에서 ‘보드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성 드미트리 토요일에는 햇곡식으로 만든 보드카를 나눠 먹고 새들에게도 곡식을 모이로 나눠주는 풍습이 있다. 햇곡식의 일부를 새들에게 던져주며 혹독한 추위에도 추수를 했음에 감사하고, 힘들게 얻은 곡식을 자연의 동물들과 나눠 먹으며 마음의 풍요
를 얻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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