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生)것의 눈부신 아름다움,검은 대륙에서 천국을 맛보다
  • 여성시대 Live
  • 승인 2019.09.09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서 1만 113㎞를 날아야 닿을 수 있는 먼 나라 아프리카 케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거리를 활보할 것만 같고 대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의 삶이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검은 대륙에 내려섰다. 이곳에 와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단 하나다. ‘아프리카에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프리카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 밟아보지 않은 대륙과 낯선 도시가 주는 두려움과 설렘. 땅에 대
한 궁금증으로 부터였다.
                                                                                     에디터_유안lovelyanna00@gmail.com

 

아프리카, 푸른 초원이 흐드러진케냐에 입성하다

케냐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공항의 첫인상은 조촐하고 건조했다. 가건물로 지어진 허술해 보이는 플라스틱 벽 사이로 총을 든 검은 피부의 경찰들이 오고간다. 잔뜩 긴장된 자세로 인당 100달러의 비자 수수료를 치르고 나서야 진짜 나이로비에 들어설 수 있다. 한국에서 케냐로 들어오는 직항 비행기는 없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주변국을 필수로 거쳐야 나이로비 입성이 가능한데, 그래서인지 쉽게 오지 못하는 나라라는 사실이 다시는 못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여행길을 더 설레게 만들었다. 공항을 벗어나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던 마음이 괜스레 미안해졌다. 짐을 찾고 유심을 사고 환전을 하고 택시를 잡는 동안 까만 얼굴의 케냐사람들은 밝고 맑고 친절했으며 정직했다.

공항에서 나이로비 시내까지는 택시로 20여분. 90년대 한국산 낡은 대우차를 몰던 택시기사는 여행자의 마음을 잘 읽고 다독이는 베테랑이었다. 나이로비 시내의 주의사항, 맛집과 쇼핑몰의 정보, 사파리를 잘 즐기는 방법 등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행여 겪게 될지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넌지시 경고하며 사전에 사과하는 여유도 보였다. 나이로비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도시다. 익히 주의사항을 들어왔던지라 방심하지 않기로는 했으나 동시에 직접 도시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오늘 하루는 시내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사실 나이로비 시내는 다음날 출발 할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가기 위한 중간 경유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쯤은 케냐 사람들의 삶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다.

위험하다고? 케냐, 나이로비 시내를 거닐며

친절하고 스마트한 택시기사 덕분에 악명 높다는 나이로비의 러시아워를 피해 무사히 목적지 호텔에 도착했다. 치안은 자국민에게도 중요한 까닭에 시내 모든 건물 출입구에는 보안 검색대가 있다. 호텔을 드나들 때도 예외 없이 커다란 짐과 몸을 분리하고 전자기계를 내려놓고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아프리카임에도 일박 숙박비용이 꽤 비싸다 생각했는데 안전과 맞바꾼 금액임을 호텔 입구에서 단번에 알아차렸다. 두 발 뻗고 잠자리에 드는 안전한 하룻밤을 위해서 여행자들에게 나이로비 5성급 호텔은 선택 아닌 필수였으니까.

무거운 배낭을 벗어던지고 시내에 나서자 이제 막 시작된 퇴근길 교통체증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딘가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과 차들이 도로에 뒤엉켜 흙먼지를 일으킨다. 신호도 안전장치도 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룰과 법칙이 존재하는 듯 차는 흘러갔다.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먼지로 뒤덮여 뿌옇고 희미하지만 따뜻한 아프리카 케냐의 하루가 저무는 풍경을 등지고 어디론가 나도 마냥 걸었다.

잔뜩 긴장한 어깨를 펴고 주위를 살피니 사람 사는 도시의 흔한 풍경이 눈에 들어찬다. 나이로비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치안에 약하다는 택시기사의 말이 떠올랐다. 케냐는 북쪽으로 에티오피아, 남수단과 북동쪽으로 소말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서쪽으로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와 연결되어 있으며 남서쪽으로 탄자니아와 접하고 있다. 무모한 해적이 많고 가난한 치안부재의 국가들과 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대한 불안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만큼 위험한 거리는 아니었다. 밤이 찾아오자 검
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자연스레 밤과 어우러져 약간의 놀라움을 준 것 말고는 밥을 먹고 카페를 가고 거리를 걸으며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을 자연스레 끝낼수 있었다. 나이로비의 일상은 여느 흔한 도시와 같았고 그리 위험하거나 겁먹을 것이 아니었다. 여행자들의 경계가 익숙한 듯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면 이내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보이며 웃었다. 아프리카의 첫 날은 흙먼지와 케냐 사람들의 가지런하고 웃음으로 저물었다.


대자연의 중심으로 향하다 <MasaiMara National Reserve>

17시간 비행의 피로는 시차도 치안도 뛰어 넘었다. IS 테러가 여전하다는 나이로비 시내 한복판에서 꿀잠 이후 맞이한 상쾌한 아침.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가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는 사람들로 호텔은 분주하다. 나이로비 호텔 여행 투숙객은 대부분 2박 3일 또는 3박 4일의 일정으로 마사이마라를 방문하는 현지 투어 패키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무거운 큰 짐은 호텔에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이른 아침 각 호텔을 돌며 예약자를 픽업한 현지 투어사의 낡은 승합차가 드디어 마사이마라를 향해 출발한다.

예닐곱 명이 한 팀이 되어 한 차에 실리는데 이들은 예약한 투어 일정이 비슷한 사람들로 국적과 나이는 고려되지 않는다. 우리는 2박 3일 마사이마라의 사파리 투어, 1박 2일 나이바샤 호수와 헬스게이트를 방문하는 패키지를 선택했다. 성수기인 점을 감안해도 400달러에 달하는 꽤 비싼 비용이었으나 역시 안전과 맞바꾸는 비용이기에 모든 것들이 괜찮았다.

낡은 승합차는 비포장 도로를 하염없이 달렸다. 소 떼가 지나가면 차량 정체 시작되고, 원주민들이 지키는 길목에서는 통행료를 쥐여주며 길을 이어갔다. 투어사와 계약된 휴게소에 들러 준비된 점심을 먹고 기념품 구입을 강요당하기도 하며 날(生) 것의 자연을 만나러 가기 위해 도시로부터,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길 위를 달렸다. 아침 9시에 나이로비를 출발한 낡은 우리의 승합차는 해가 뉘엿 넘어갈 무렵,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입구에 다다랐다. 오늘의 일정은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 도착하는 것이었기에 가이드는 맛 보기로 공원의 일몰을 보여주겠노라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루 종일 비포장 도로 위에서 혹사한 내 엉덩이에 마지막 기운을 불어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국립공원에 들어선 낡은 승합차의 뚜껑이 열리며 멋진 드라이브차로 변신하자 거짓말같이 눈앞에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케이블 채널 속에 맨 몸으로 뛰어 들어와 자연의 한 가운데 홀로 서 있는 기분. 끝
도 없고 한계도 없는 대자연의 푸름과 거대함에 벌어진 입을 다물 새도 없이 벅찬 가슴은 계속 뜀박질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동물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드라이버는 시동을 끄고 우리는 숨을 죽였다. 붉은 태양이 고개를 넘기는 하루의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기린가족을 만났다. 기린의 털끝에 맺힌 바람 소리와 나무 곁에 내려앉은 햇살 냄새가 온 몸을 감싸 안았다. 숨죽여 그들의 걸음과 울음에 귀 기울였다. 하루 꼬박 걸려 달려 온 비포장도로의 시간은 감쪽같이 잊혔고 생에 처음 느낀 황홀한 감정 앞에서 침묵했다. 대자연의 한 가운데 서서 원초적인 감각만 열어둔 채 날 것 그대로의 동물을 마주하는 마음. 꽤 깊은 감동과 감격으로 만난 마사이마라의 첫날은 2박 3일의 일정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국립공원을 빠져나와 근처 캠프장에 들어서자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가득하다. 2박 3일 대자연 안에서 잘 놀아보기로 한다.


빅5 사파리 동물들을 만나는 날,짜릿한 ‘게임 드라이브’

동이 트기 전, 어제 맛보기만 하고 온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향하기 위한 채비를 끝냈다. 뚜껑 열린 차
에 올라 타 마사이마라의 동물들을 찾아다는 것을 ‘게임 드라이브’라고 하는데, 오늘은 종일 게임 드라이브를 하며 드넓은 국립공원에 숨어있는 동물을 찾는다.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다섯 종류의 동물을 빅5라고 부르는데, 코끼리 버팔로 사자 코뿔소 표범이 그 주인공이다. 2박 3일 안에 이들을 모두 본다면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동물들은 이른 아침에 주로 활동한다는 드라이버 말에 재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뜨겁게 내리쬐는 한 낮이 되기 전에 공원을 재빠르게 달려야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드라이버들은 수시로 무전을 통해 서로 동물의 위치를 공유하고 길을 안내한다.

어제 본 얼룩말과 기린이 맞이하는 출근길. 처음만큼의 감흥은 아니나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 시간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풍경 너머로 코끼리 가족이 모습을 드러내고. 암사자가 나타났다는 무전에 드라이버들은 숨죽여 차를 몬다. 공원에 들어선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코끼리, 사자, 코뿔소를 만났다. 오늘 빅5를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다 싶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은 탄자니아 세렝게티와 맞닿아 있다. 행정상 국경선으로 나뉘어 지명만 다를 뿐 실은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지역인 셈. 탄자니아 세렝게티와 케냐 마사이마라를 넘나드는 동물들의 대이동은 7~8월 일어나는데 이때는 두 나라 어디서든 게임드라이브를 즐기기 좋다. 다행히 극성수기인 때라 누떼가 이동하는 장관을 만났다. 노란 들판을 뛰어다니는 수 만 마리의 누가 마치 검은깨를 뿌려둔 모양 같아 한참을 바라본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그저 영화 속 스크린 같다. 몇 번이나 눈을 의심하며 카메라를 거둔 채 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본다. 여기가 아프리카, 여기가 그야말로 날 것의 자연, 그 경이로운 생의 현장이다.

하루 꼬박 걸린 게임 드라이브는 결국 빅5를 모두 만나는 행운으로 마무리 됐다. 캠프로 돌아와 생에 다시 오지 못할 꿈같은 시간을 누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일 오전 게임드라이브와 마사이족 마을을 방문하는 일정을 끝으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떠난다. 평생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으니 어제 본 기린도 오늘 만난 코끼리도 괜히 내일은 작별인사를 건네야만 할 것 같다.


마사이마을, 그리고 나이바샤 호수


2박 3일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마사이 족들이 모여 살며 그들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는 마사이 마을을 찾았
다. 방문자들에게 마을 발전금 명목으로 몇 달러의 입장료를 받고 함께 춤을 추고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지 코스가 되어버린 마을. 족장의 아들이라 자신을 소개한 청년이 꽤나 진지하게 맨 손으로 사자 때려잡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내 목에 뼈 조각을 걸어주며 사자의 이빨이라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 같은 것이니 내게 주겠다 했다. “20달러만 주세요.” 진지하던 청년의 눈빛이 이내 간절해졌다. 이미 관광객들의 눈치와 팁에 익숙해진 마사이족 사람들의 애절함이 안쓰러웠다.

오전 게임 드라이브는 평온했다. 엊그제 만나 기린과 코끼리, 사자, 얼룩말들에게 고마움과 안부를 전했다. 부디 우리가 이렇게 다녀가는 시간이 너희를 괴롭지 않게 하면 좋겠구나. 있는 모습 그대로, 날 것의 삶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게 해주어 고마웠다, 매우.

서 너 시 간 을 달 려 나 이 바 샤(Naivasha)에 도착했다. 2박 3일 마사이마라 일정만으로는 왜인지 아쉬울 것 같아 나이로비로 향하는 길에 나이바샤에서 1박을 묵기로 했다. 호수를 만날 수 있고 헬스게이트라 불리는 또 다른 국립공원이 여기 있으니 아프리카의 면면을 모두 보고 가야
만 할 것 같았다. 나이바샤 호수는 초원과는 또 다른 그야말로 조류생태계의 보고였다.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넓은 바다 같은 물길을 자랑하고 있으나 물살은 분명 잔잔히 울렁거리는 호수다. 호수를 건너는 배에 오르자 이름도 종류도 알 수 없는 조류들이 저마다의 날갯짓으로 곡예를 펼친다. 적막한 물살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배위에 앉자 평온함이 밀려온다. 손 뻗으면 주무르고 고치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그럼
에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연에 있는 모습 그대로를 진정 사랑하고 있었다. 낡은 것은 낡은 모양으로 망가진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헬스 게이트는 자전거를 타고 곧게 뻗은 국립공원을 달려 협곡을 만나는 코스다. 입장료를 내고 공원에 들어서면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데 걷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거리라 망설임 없이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적당히 불어오는 흙바람과 늦오후의 햇살이 등 뒤로 내려앉는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지는 공원길을 달리는동안 얼룩말이 곁을 지나가고 가젤이 눈앞을 뛰어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어놀고 어린이도 같이 뒹구는 곳이 천국이라는데 여기가 그 곳인가 싶다. 사람은 동물을 해하지 않고 동물은 사람
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두가 한데 어우
러져 뒹구는 곳.


사람-동물이 뒹구는 천국같은 곳


늘 궁 금 하 던 대 륙 아 프 리 카 였다. 지난 며칠 대자연 안에 머물며 해가 지고 뜨는, 계절이 흐르고 지나가는 이 변치 않는 성실함 앞에서 매 순간 숙연해졌다. 자연을 터전 삼아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 또한 매우 묵직하고 단단했다. 가난과 치안의 기준은 객관적으로 평가될지 모르나 삶의 행복과 가치는 결국 수치와 지표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만난 아프리카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즐거워보였다. 택시기사도 투어 가이드도 마사이 캠핑장 주인도 모두 처지를 비관하거나 슬퍼하며 불행해하지 않았다. 그들은 흘러가는 자연의 성실함을 닮아 주어진 생의 모든 순간을 행복하게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프리카 대자연은 내게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오늘을 지금을 더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쥐어준 채 안녕을 고했다. 나의 첫 아프리카 하쿠나마타타!


발행처│한국여성언론협회  |  발행인 : 박영숙 (여성시대 미디어그룹 회장)  |  등록번호 : 서울 중, 라00702  |  본사 편집국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01 영미빌딩 8층 전관
대표전화 02 – 786 – 0055  |  팩스 02 - 786 - 0057  |  총괄편집국장실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11 (여의도동) 프린스텔 빌딩 907호
제보 (문의) 02 – 780 - 7816 | (재)창간등록일 : 2015 – 03 - 22  |  여성시대 미디어그룹 운영위원회 상임위원장 :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회장 : 고시환  |  사장 : 이재희 (지구촌선교회 이사장)│주주대표 : 송강면 박사 외 2인 | 명예회장 : 송태홍
일본어판 총괄책임 : 미야모도 마사오(宮本正雄)   |  논설주간 : 신상득  |  총괄편집국장 : 하태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하태곤
여성시대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에 따라,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여성시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