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하는 ‘정치 평론가’ 송문희 교수
  • 양철승 기자
  • 승인 2019.09.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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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자기 당 편들기는 안됩니다” 왜냐고요? 국민 편이니까요!

독일학자 카를 슈미트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인지 정치평론가들도 대부분 좌와 우, 진보와 보수 같은 특정 진영의 입장을 일관되게 대변한다. 그렇게 한쪽 편에 서지 않으면 시쳇말로 ‘팔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이분법 구도를 당차게 깨버리고도 누구보다 잘 팔리고 있는 정치평론가가 있다. 쇼트커트머리와 다부진 눈매, 앳된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인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정치리더십연구센터 송문희 교수다. 송 교수는 언론이 강요하는 특정 프레임이 아닌 균형 잡힌 시각과 상식의 가치관, 소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협상과 갈등 중재의 전문가이기도 한 그녀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이다.

에디터_양철승 cabbang1972@gmail.com

 

진보도 보수도 중도도 아닌 나는 ‘다중이’

“도대체 어느 쪽이세요? 아군이라 생각했는데 상대방 편을 들어주면 어떻게 합니까?”

정치평론가로서 공중파와 종편, 라디오 등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교수가 방송 후, 함께 출연한 패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아군이면서도 적군인 듯하고, 적군 같지만 실상은 아군 같은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때문이다. 하긴 송 교수도 동료 패널들의 볼멘소리를 이해한다. 수십여 년간 국내 정치 평론은 건전한 비판과 건설적 토론 대신 각자의 편에 서서 대립각을 세우는 논리공방을 요구해왔던 탓이다.

“세상에 무조건 옳거나 무조건 그른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정치는 그걸 요구하죠! 저는 세상이 정해 놓은 특정 프레임에 갇히고 싶지 않습니다. 제 견해는 진영 논리가 아니라, 각각의 이슈와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것이 어떤 때는 진보적으로 보일 수도, 어떤 때는 보수적 입장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뿐이죠! 그렇다고 중도로 불리고 싶지도 않네요! 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표현은 ‘다중이’입니다. 그냥 다중이 평론가로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이렇듯 송 교수는 피아(彼我)가 명확히 식별되는 국내 정치평론계에서 핵심을 꿰뚫는 옳음의 미학을 고수하는 별종이다. 덕분에 초기에는 정치에 조예가 깊은 정치학 박사 출신의 여성 평론가라는 희귀성에 주목 받았지만 지금은 좌우 진영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평론가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흑백의 구도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었던 걸까. 화려한 언변? 촌철살인의 비유? 아니다. 송 교수는 오히려 소탈한 성격만큼 명확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선호한다. 정치평론가로서 그녀가 가진 힘의 근간은 진정성에 있다. “개인적으로 ‘자타불이(自他不二), 자리이타(自利利他)’, 즉 자신과 타인은 다르지 않으며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삶의 화두로 삶고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말 한마디에도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하죠. 진정성이야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천이니까요.”

송 교수가 정치학 박사 학위에 더해 협상전문가(1급), 갈등관리전문가(1급) 자격증을 획득하면서까지 사람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소통의 역량을 갖추고자 노력한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다. 송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치학을 갈등의 학문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인간의 삶에서 갈등은 공기와도 같이 늘 상존하는 것이다. 자칫 ‘갈등’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들릴수도 있지만 사실 생산적 갈등은 사회발전과 진보의 원동력이 된다. 갈등없는 인간, 사회는 존재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는 것이라는 게 송 교수의 지론이다.

 

공감과 소통으로 전파하는 선한 영향력

현재 송 교수는 이렇게 다져진 역량을 토대로 소통과 갈등, 위기관리를 주제로 외부 강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차별, 편견, 불평등의 민낯을 공론화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미투(#Me too)현상을 다룬 저서 ‘펭귄 날다’를 출간한 것이 그 실례다. 당시 이 책은 남녀 간의 편견과 젠더 감수성, 미투운동을 수면위로 끌어내 사회적 대안을 찾도록 만든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느 날, 딸과 길을 걷다가 노출이 심한 여성을 보고는 ‘저렇게 입고 다니니 남자들이 사고를 치지!’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었어요. 중학생인 딸이 발끈하는 소리에 아차 싶었죠. 누구보다 사회적 편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던 제가 남성 중심의 왜곡된 시각에 시나브로 젖어있었던 겁니다. ‘펭귄 날다’ 는 여성들에게는 차별과 강압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남성에게는 인간다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동반자의 역할을 제안함으로써, 펭귄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소망을 담은 책입니다. 성폭력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일탈행동이나 가해자,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의 비난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되며, ‘인권 감수성’과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세상은 분명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인간이기에 평등하고 존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송 교수는 강의와 방송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짬을 내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년원 등 교정시설에서 재능기부로 특강을 해오면서 인성교육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대한민국 교육공헌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송 교수에게 있어 가장 아픈 손가락은 장애인 문제다. 그녀의 막내 남동생이 7살 시절 앓았던 뇌수막염의 후유증으로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지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왔기에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상대적 소수이자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은 열등하고 무능력하다는 낙인이 찍힙니다. 이 낙인효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중되고, 편견은 다시 차별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죠.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인권의 관점에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정치 평론가이자 소통 전문가로서 송 교수가 꿈꾸는 미래는 뭘까. 송 교수는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정치학자로서는 정치 신인 양성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겁니다. 체계적 교육을 통해 정당이나 정파에 경도(傾倒)되지 않고 균형감각을 갖춘 정치가를 배출함으로써 국내 정치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장애인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자활 시스템의 구축입니다. 그 일환으로 장애인가족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적 농업을 정착시키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을 겸비한 송문희 교수. 국가와 사회, 국민을 위한 송 교수의 뜻이 바이러스가 되어 인간애의 온기가 나라 전체에 가득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 송문희 교수 프로필

- 1968년 출생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고려대 정치학 석사 (국제정치전공)
- 고려대 정치학 박사 (비교정치전공)
- 2018년 제5회 대한민국 교육공헌대상 대상
- 2019년 제6회 대한민국 무궁화평화대상 정치리더십부문 대상
- 현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정치리더십연구센터 교수
- 현 한국정치평론학회 이사, 한국협상학회 이사
- 현 (사)한국공유정책연구원 정책실장
- 현 (재)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
- 현 정치평론가(TV·라디오방송 출연 중), 갈등·위기관리·협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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