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유혹에 노출된 탈북여성...무엇이 이들의 정착을 힘들게하나?
  • 정의정 기자
  • 승인 2019.08.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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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탈북여성...유흥업소 등 탈선 심각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목숨을 걸고 탈북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하지만 남한에서 이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특히 이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북한이탈여성은 경제적, 심리적으로 위축돼 남한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불법에 손을 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이들의 부적응에는 지원정책의 문제도 한 몫 한다.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탈북여성의 정착의 현실과 대책을 짚어본다.

목숨 건 탈북…냉혹한 현실 속 위기에 놓인 탈북여성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등에 따르면 전체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의 비율이 74.8%를 차지하고 있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의 장인숙 선임연구원은 “북한 남성들은 조직 생활에 얽매이기 때문”이라며 “여성도 기본적으로 조직생활을 해야 하지만 가두여성(전업주부 여성)은 조직 외 활동이 자유로워서 고난의 행군 때 장사 활동을 하면서 밖으로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 이전 국경이 통제되던 시절에는 탈북자는 남성이 많았지만, 국경이 목숨을 걸고 넘어야 할 곳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넘나들 수 있게 된 후에는 여성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1998년 이전까지 한국에 온 탈북자 중 여성의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성이 살아가기에는 녹록치 않은 것이 남한의 현실이다. 남북하나재단에서 발표한 ‘2018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답한 북한이 탈주민 여성의 비율은 93.2%로 일반국민 대비 2.2% 높았다. 가정과 관계없이 계속 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67.9%로 일반국민 대비 9% 정도 높았다. 그러나 이들은 서비스종사자(27.3%), 단순노무종사자(26.9%) 등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국가에서 받는 ‘최저생계비’ 지원이 끊어질 까봐 주변의 소개, 전단, 직업알선 기관 등에서 노래방 도우미, 티켓다방 등 유흥업소를 전전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이 과정에서 임신을해 한 부모가정이 되기도 함으로써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공 기관의 소개는 10% 미만에 머물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심리적인 위축으로 이어진다. 같은 통계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충동을 느낀적 있다’는 응답에 2018년 기준 일반국민 대비 9.5% 높은 14.6%가 동의했다.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끼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 29.8%로 가장 많았다. 북한이탈주민을 관리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최저생계비를 받으며 세금 추적이 안되는 불법 아르바이트로 몇 십만원 더 버는게 낫다는 인식으로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탈북민이 많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필로폰 등의 마약 유통,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 같은 범죄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취업지원, 초기정착교육 어려워 유흥업소 전전


북한이탈여성이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남한에서 이들의 정착을 도와주 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취업 프로그램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하나원에서 취업 알선, 교육 등을 포함한 초기 정착 교육을 3개월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이 프로그램 이수 후에도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실정이다. 실제 국가통계포털 조사 결과 북한이탈주민의 80.7%가 중 하층 이하의 생활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근로자 월평균임금은 전국 평균 255만 원의 74% 수준에 그쳤다.

물론 이들이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건 상당수의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에서 공식적인 직업이 없었다는 게 우선적인 이유다. 이들은 북한 현지에서‘무직·부양(36.1%)’이었거나 직업이 있어도‘노동자·농장원 (36.2%)’ 등이 다수였다. 북한이탈주민 중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여성 대부분은 “북한에서 공식적인 직업이 없어 북한당국의 감시도 적어 탈북하기 쉬웠다”고 설명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서 적응을 하려면 새로운 직업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 과정을 수료 후에도 취업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앞서 고용노동부와 통일부는 2006년부터 북한이탈주민이 직업훈련과 정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기초직
업적응훈련을 운영하고 있다. 남북하나재단 조사 결과 직업훈련 수료율은 87.7%로 높다. 그러나 적극적인 수료에도 불구하고, 유관 분야 취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직업훈련을 이수한 북한이탈여성 중 해당 분야에서 ‘일한 적 없다(56.6%)’는 경우가 ‘일한 적 있음(41.1%)’는 경우보다 15% 높았다.

하나원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한 ‘하나센터’ 역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회복지사들이 수시로 교체돼 업무를 하다 보니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취업교육 및 사후관리가 되지 않다보니, 직업 훈련 후에도 상당수 유흥업소로 빠지게 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하나원 관계자는 “짧은 기간 내에 습득할 수 있는 직업실습이 많지 않다. 예산과 투자 시간의 배분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탈북 여성들이 일하는 퇴폐 업소가 있는 경기도의 한 유흥가. 경찰에 따르면 탈북 여성을 둔 다방, 노래방, 마사지 업소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탈북여성 취업, 자본주의 경제교육과 기술교육이 관건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필요한 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작동원리에 대한 교육과 실질적인 직업 훈련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비현실적인 기대수준이 북한이탈주  사이에 자리 잡을 때 현실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이에 대한 당장의 해결책으로 ‘질 낮은 일자리’ 혹은 불법 행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천경효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전임 연구원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주의사회에서의 직업관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이 갖고 있는 ‘남한에 가면 나도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완화하는 것을 직업교육의 첫 걸음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 초기 정착교육 기관인 하나원에서 진행하는 3개월간의 교육 기간 중에는 직업교육이 아닌 자본주의에 대해 이해시키는 인식 교육을 먼저 중점으로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 교육 이후에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교육이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북한이탈주민 초기 정착 교육 과정에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기본 작동원리와 직업윤리, 직업의식 등에 대한 교육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상욱 교수는 이어 “직업교육은 하나원을 나온 뒤 6개월~1년 간 취업 전문기술을 따로 배우게 하는게 효과적 이라고 본다”며 “취업 교육도 요리,건축, 바리스타 등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기술 중점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와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은 북한이탈주민 역시 우리와 같은 국민이라는 일반 국민의 인식 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천경효 연구원은 “기본 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사회에서 취업이나 고용안 정성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사회의 편견과 선입견도 한 몫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적인 지원과 더불어 탈북여성들 스스로도 화이트칼라에 대한 비현실적인 선망보다는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현실 대응법을 배우고 전문기술을 연마해 중장기적인 취업전략으로 접근하도록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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