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완도'
  • 이선영 한국여성언론협회 운영본부장
  • 승인 2019.08.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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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고 와야 하는 여행길인지라 가족과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명하며 새벽길을 나섰다. 가는 길이 멀어 다소 지루하겠다 하면서도 설렘을 감출 수가 없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완도. 초청하신 분에게 완도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가는 것이 예의라 생각해 인터넷을 검색 했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갯벌과 해조류가 숲을 이루고 있는 바다, 26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군도로 이루어져, 바다 밑에는 맥반석과 초석이 깔려 있어 자체 영양염류가 풍부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2,200여종의 바다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벌써 고즈넉한 다도해를 싸고도는 바닷바람이 스치고 가물가물 바라보이는 바위섬들 사이로 아스라이 미끄러지는 고깃배가 펼쳐진다.
아름답고 유래 깊은 완도여행을 위해 우리 일행의 자동차는 2차선 한적한 도로를 질주한다. 달리는 내내 차창 너머로 푸르다 못해 검푸른 녹음의 풍광이 끝없이 평행선으로 펼쳐지고, 이 행복의 공간 안에서 손끝으로 감미롭게 뜯어내는 통기타 음악이 가슴을 아련하게 적시 운다.
436km의 아침 길을 달려 정오 즈음에 해남 북일면에 도착했다. 우리를 초대한 선교회 이사장님의 언니 집에 당도하니 대문이 없는 곳간 벽에 걸린 삽자루와 농기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많은 농사를 짓는구나!
 
전연 초면인 사이라 어색한 손을 내밀어 인사를 나눴지만 반갑게 집안으로 우리를 들인다. 거실로 들어서자 처음 보는 진귀한 선인장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인장의 정성이 가히 짐작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 허기진 배를 채우고 완도 관광을 나설 참이다.
우뭇가사리 냉국에 토종닭 백숙. 정성 가득한 건강 발효 장아찌. 들뜬 마음으로 처음 방문하는 완도여행에 도 착한 날이 초복인 줄도 몰랐지만, 눈이 행복하고 입이 행복함이 여행의 묘미라는 것을 새삼 알게되고 먹는 내내 집에 두고 온 가족이 눈에 밟혔다.
 
처음 만나는 이사장님 언니의 따뜻한 정성과 산해진미에 연신 감탄사를 자아냈고, 행복한 마음과, 허기진 배는 호강에 겨웠다. ‘국물이 진짜랑게요. 국물 다 드세요.’ 커다란 대접에 담겨 있는 사랑에 뿌리칠 수 없어 포만감을 넘어 부푼 풍선 같은 나의 배를 옷 속에 살짝 감췄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완도여행이 시작됐다.

완도대교

지지교를 지나 남창교와 완도대교를 지나가며 창밖을 보니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완도 한옥마을 숙소


차로 굽이굽이 한참 동안 창밖만 보고 온지라 얼마나 왔는지 어느 정도 왔는지 궁금해하던 차에 숙소에 도착 하였다. 대청마루를 들어서니 피톤치드 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향기만으로도 금세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언덕 위에 손잡고 거닐던 길목도 아스라이 멀어져간 소중했던 옛 생각을 돌이켜 그려보네
대청마루가 시원하게 넓고, 한지를 바른 현관문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각자 방에 간단히 몇 가지 짐들을 정리한 후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졌다. 대한민국 최남단 해남군 완도에서 보이차를 마시며 나눈 담소는 사랑. 사랑. 사랑가 였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한다

완도 정도리 구계동

명승 제3호로 국가 지정된 완도 정도리 구계등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특별 보호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아홉 굽이진 해안 절경 바다로 내려가는 자갈해변이 9층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여 구계등으로 불리고 있다.
 
파도가 강하게 치는 날 다녀가면 진정한 몽돌(갯돌)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구계동 몽돌은 파도와 인고의 세월이 만들어준 감히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명품. 둥글둥글 이란 말이 이 몽돌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피나는 수련인지 자연은 인간에게 참으로 큰 깨달음을 준다. 썰물에 몽돌 굴러가는 소리 자그락 자그락, 귀 기울이니 참 아름답다.
잔잔하지만 바다라는 위력이 느껴지는 곳.
자연이 주는 넉넉함의 깨우침이 한낱 미물인 인간의 고개를 절로 숙이게 한다.
 
슬픔은 썰물에 밀려가고 기쁨은 밀물에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어 왔으면 좋겠다. 물거품 속에 근심 걱정은 모두 부서져라.


자연의 위대함을 또 한 번 느끼며, 인근에 위험하지 않고 물고기들이 많은 곳으로 다음 목적지로 옮긴다.
그곳엘 가면 “넣기만 하면 올라온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낚시하는 곳에 당도했다. 먼저와 있던 분들이 정 말 릴낚시를 던지자마자 바로 올리는 것이 아닌가!! 미끼가 없는 일명 훌치기라는 바늘을 달아 던진 낚싯대에 40cm 되는 고기들이 바로 올라왔다.


처음 보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고 30분도 안 돼서 가지고 간 그물이 가득 찼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바탕 내린 소나기 덕에 더위가 조금 가신 듯했다. 한옥에 돌아와서 저녁으로 차려진 수라상을 보고선 점심을 건하게 먹어서 안 들어갈 것 같았던 배가 삽시간에 비워졌다.
점심 때문에 못 먹을 것이라는 생각은 잊은 채 우리가 잡은 물고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옆 사람이 무엇을 먹는지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아주 조용한 먹는 도서관 같은 식사 시간이었다.


이제는 열어 낼 수도 없는 바지 단추가 슬피 울면서 더는 안 되요 하지만 웃음만 나왔다. 그러면서도 참 맛나네요. 먹고 있는데 먹고 싶어요.
민어와 전복으로 푸짐히 차려진 만찬을 마주해도, 혼자 먹기 미안함은 역시 어쩔 수 없이 영락없는 주부다.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봉! 다음엔 당신과 단둘이만 꼭 오고 싶어요.'

완도 바다와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완도타워 전망대


완도읍 동망산 정상 부근 5만 3천여 제곱미터에 관광타워와 광장 산책로, 쉼터 등을 갖춘 일출 공원에 건설된 76m 높이의 타워로 완도의 환상적인 일출과 일몰은 물론 완도항과 산지대교 등 야경을 365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완도의 명소입니다. 전망대 사진을 바라보며 지인과... '이곳에 살고 싶다.' 완도 시내가 넉넉한 바다를 둘러싸고 아름답게 펼쳐지는 사이에 제주행 여객선도 잠시 휴식 중에 찰칵. 멋진 포즈로 카메라에 담겼다.
 
쪽빛 바다는 언제 보아도 넉넉한 여유로움을 자아낸다.
타워에서 내려다보면 봉수대와 동망산을 일주할 수 있는 산책로가 보인다.
동망산 전망대를 내려와 우리 일행은 짧은 일정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하기로 한다.


보양 민어회와 전복 수라상


한숨을 돌리고 나니 하늘에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마는 아닌 듯 해서 안심을 했지만, 아직도 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늦은 밤 명사십리에 가보고 싶어졌다.
밤길을 구불구불 숙소에서 20여분 달려오니 명사십리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약간의 술과 안주로 분위기를 달래고 있었다 흐린 날씨 때문에 별님도 달님도 없었지만 백사장에 벌렁 누워 한여름 밤 일탈의 여유를 만끽했다. 행복하다.

전복의 대명사 완도 전복!


전복과 인심 좋은 전라도 할머니가 막 경매를 받은 펄펄 뛰는 참돔을 샀다.
일행이 듣지 않게 할머니의 귓가에 '저처럼 이쁘고 실한 놈으로 주소' 박장대소를 하며 나를 한 번 쳐다보시곤 '진짜 이쁘고마이. 그라제. 그라제' 구수 한 사투리와 함께 서울에선 세배의 값을 치러야 할 정도의 착한 가격으로 내 손에 들려주셨다..


고단함이 밀려오지만 온 가족에게 갓 잡은 싱싱한 활어를 먹일 생각에 잰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설렘으로 향했던 첫 완도는 돌아오는 내내 가슴떨림으로 여운이 남는다.
이렇게 산새수려한 비경의 대한민국을 두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이상했다.
내 맘은 벌써 아련하고 간절한 바람으로, 내 몸은 바쁜 일상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그 섬에 가보고 싶다.'

 

                                                                                                             기고: 이선영 한국여성언론협회 운영본부장 lemontree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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