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허러 댕기는 여자’소엽 신정균
  • 박종경 기자
  • 승인 2019.08.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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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통해 비움의 넉넉함을 깨닫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써 본인도 즐길 뿐더러 남까지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스로를 가리켜 ‘낙서허러 댕기는 여자’라 칭하는 소엽 신정균 화백. 스스로에 대한 소탈한 호칭만큼이나 언제나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는 그녀다. 자신의 말대로 그녀는 붓을 들고 낙서하러 다니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그녀의 낙서는 일명 ‘약글’이 되어 여러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으니,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져만 간다.

                                                                                                                                                                        에디터_박종경 demutpark@naver.com

행하는 것이 곧 노는 것 ‘풍류 예술인’ 소엽 신정균

일중 김충현(一中 金忠顯), 초정 권창륜 (艸丁 權昌倫), 한별 신두영(申斗榮) 등 서예계의 거목들에게 사사를 받은 소엽 신정균 화백. 그녀 역시도 집필(執筆)과 용필(用筆), 점획과 점획, 글자와 글자, 행과 행 사이의 호응과 조화를 엄정하게 익히며, 필법(筆法)·필세(筆勢)·필의(筆意) 등의 예술적 기교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서예계의 대표적인 거장이다.

신정균 화백의 경력은 매우 화려하다. 과테말라 산카롤로스 국립대 및 국립극장, 하이떼재단 갤러리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쳤으며, 특히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까르쉘 미술관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작품을 전시한, 대단한 업적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국내 명성도 상당하다. 신정균 화백의 잘 알려진 작품들로는 율곡선생 유적지 문화재 현판, 일산 호수공원 정지용 시비 등이 있으며, 파주시, 국방부, 통일연구원과 같은 국가기관들도 글씨가 필요할 때마다 신 화백을 찾으니, 그녀의 명성은 분명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만 가지고서는 신정균 화백을 제대로 소개했다고 볼 수 없다. 그녀의 예술적 면모는 단지 작품과 경력 몇 개 따위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의 진짜 정체는 바로 ‘풍류 예술인’. 행하는 모든 것을 노는 것으로 보는 진정한 풍류 예술인이 바로 소엽 신정균 화백이다.

“상상을 초월하다” 자유로서의 서예


소엽 신정균의 글씨에는 세상을 밝게 하고, 이롭게 하겠다는 그녀의 예술관이 담겨 있다. 기존 틀에 박힌 서예와는 확연하게 다른 서풍을 발견할 수 있다. 신정균 화백은 기존의 서법(書法)을 타파했는데, 세간은 신 화백의 서체를 가리켜 ‘기감체(氣感體)’라 부르곤 한다. 그녀의 서체에 에너지(氣)와 감정(感)이 담겨 있다 는 의미다. 또는 붓이 가는대로 춤을 춘다고 하여 '붓춤'이라고도 하며, 촌철살인의 한 줄 문구로 활인하는 신 화백의 내공으로 인하여 장난이 아니라는 뜻으로써 '불장난'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목할 것은, 그녀의 손에 쥐어지는 도구는 붓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때로 신 화백은 돌덩이 앞에 서서 망치와 정을 쥐곤 한다. 거침없는 망치질로 만들어낸 글씨도 붓글씨만큼이나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되는 것이 그저 놀랍 기만하다. 사람의 몸, 자동차 문짝 등 그녀의 손에 들린 재료들을 보면 상상을 초 월하는 경우가 많다.

“나눔을 실천하다” 소통으로서의 서예


소엽 신정균 화백에게 글씨 쓰는 일이란 스스로의 명예를 확보하는 일이 아니라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다. 자신의 경력을 화려하게 덧칠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의 소통을 통해 기쁨을 더 늘리고 싶다고 신정균 화백은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행보를 보면 유독 해외교포들에게 발걸음이 자주 향하던 것을 알 수가 있다. 해외 교포들은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지만, 우리에게 잊히기 쉽고 우리와 단절되기 쉽다. 신정균 화백은 타지에서 살고 있는 그들, 어쩌면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을 그들에게 다가갔고, ‘한글’을 통해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소통해 왔다.

2008년 과테말라 ‘한인교포 청소년의 날’ 행사에서 신 화백은 ‘한글 전시’ 및 ‘좌우명 써주기’ 등으로 동참했다. 아울러 과테말라 한인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서예를 지도하는 봉사를 펼치기도 했다

 
“눈물을 닦아주다”  치유로서의 서예


기쁨은 나누면 두 배,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라고 했던가. 그녀가 선보인 소통적인 행보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기쁨이 되었을 것이고, 또 누군 가에게는 진한 위로가 되었을 테다. 신정균 화백이 쓴 글귀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약글’이라 부른다. 신 화백의 행보와 서체도 물론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글귀의 내용 자체가 사람들에게 짙은 치유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내 맘이 내 길이다’, ‘미치면 살고 지치면 먼저 간다’, ‘쉴 새 없이 사랑하자’, ‘외로움은 질병이고 독존은 건강하다’ 등 때로는 교훈적으로, 또 때로는 재치 있는 글귀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얼러 만져준다.

실제로 신정균 화백의 치유 능력은 병원에서도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그녀는 이미 서울성모병원에서 2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서예요법사’로서 봉사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4월 제39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가 ‘4월의 이음’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 했는데 이곳에서도 신정균 화백은 사람들에게 ‘약글 처방전’을 써줌으로써 치유 능력을 맘껏 발휘했다.


비워내어 넉넉해지다


서예를 통해 ‘비움의 넉넉함’을 깨달았다'는 소엽 신정균. 분명,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주체가 서예 그 자체는 아니었을 테다. 신정균 화백이 그동안 밟아 온 ‘소통’과 ‘치유’로서의 행보가 그녀의 마음을 넉넉하게 채워준 것이 아닐까 싶다. 신정균 화백은 “많은 현대인들이 채움보다 비움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람의 마음을 섬길 때 얻어지는 기쁨을 함께 누리면 좋겠다”며 소망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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