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가정을 위한 정부지원 늘려야 한다
  • 박영숙 총재
  • 승인 2019.08.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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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시론: 본지 발행인 박영숙(한국여성언론협회 총재)
본지 발행인 박영숙(한국여성언론협회 총재)
본지 발행인 박영숙(한국여성언론협회 총재)

 

밀양 헛간에서 생긴 일

최근, 경남 밀양 한 헛간에 신생아를 버린 비정한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영아유기 혐의로 4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했고, A씨는 주택 헛간에 갓 태어난 여자 아기를 분홍색 담요에 싼 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몸이 좋지 않은 데다 여러 사정상 아기를 양 육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아기를 발견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서 키워줄 수 있지 않겠 냐는 생각도 했다”며 “유기 이후 뉴스를 보고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아기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을 한 뒤 건강을 회복하여 퇴원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보살핌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한 아파트에서 탈북자인 40대 여성과 여섯살짜리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 애플사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 이들의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미혼모(未婚母)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에서 컸다면 과연 이런 인물로 자랄 수 있었을까. 프랑스는 지난 2018년에 태어난 아기 10명 중 6명이 혼외(婚外) 출산자라고 최근 발표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28개국 중 8개 국은 혼외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가 전체 신생아의 절반을 넘었다. ‘결혼제도의 몰락’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혼외 출산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의 경우, 혼외 출생아는 전체 신생아의 1.9%인 7781명이었다. 신생아 수가 매년 줄듯이 미혼모 자녀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미혼모 자녀가 100명 중 2명에 불과하니 한국은 ‘결혼을 통한 가족제도’가 흔들리지 않고 있는 정상 국가(?)라는게 실감 난다. “어떤 사유로 미혼모가 되고, 누가 아기를 키우고, 그들의 자녀는 잘 자라고 있습니까?” 정부 관련 부처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그러자 “미혼모 통계는 따로 없고 한부모 가정 통계만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부모 가정은 미혼모는 물론 이혼 가정, 사별 가정을 모두 포함한다. 미혼모만 따로 구분하면 차별적 요소가 강해 한부모 가정으로 묶어 관리한다고 했다.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미혼모 통계조차 제대로 없으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한부모 가정에서도 사별 가정, 이혼 가정, 미혼 가정 서열이 차등화 됐다고 주장한다. 미혼모 가정은 다른 한부모 가정과 달리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10·20대 어린 미혼모가 많아, 정부 지원이나 사회적 편견에서 최하 계층으로 인정 된다는 얘기다.


실제 미혼모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월 13만 원(5세 미만 아동 있으면 5만 원 추가) 정도로, 그것도 월 소득이 148만 원이 넘으면 지원이 안 된다.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월 25만 원)은 서울에 3억 원짜리 아파트가 있어도 지원이 가능하다. 물론 미혼모도 기초 수급자가 되면 월 100만 원에 가까운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젊은 미혼모는 다른 한부모 가정과 달리 부양의무자인 그의 부모가 소득이 있는 경우가 많아 기초 수급자가 되기 어렵다. 미혼모 차별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혼모들이 자녀를 입양 보내면 정부는 입양 가정에 월 15만 원의 양육수당과 심리치료비(20만 원), 의료비를 전액 지원한다. 미혼모가 자녀를 키우기 힘들어 다른 가정에 위탁하면 그 가정에 월 67만 원을 준다. 그러나 혼자 자녀를 키우는 저소득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고작 월 13만 원이다.


이 돈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정부가 미혼모들에게 아기를 키우기보다는 입양 보내라고 재촉하는 꼴이다.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국내·외로 입양가는 아이 중 미혼모 자녀가 94.3%(보건복지부)를 차지한게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아기는 부모가 키우는 것이 기본이고, 입양 보내는 것은 차선(次善)이다. 작년에 미국에 간 입양아 중 한국 입양아들이 세 번째로 많았다. 경제 적으로 궁핍해도 자녀를 입양 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낳지 않은 아이는 입양 보내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미혼모 가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


미혼모 문제와 연관하여, 출산율 최저라는 불명예를 안은 대한민 국은 과연 어디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할까? 우리에겐 미혼모를 보면 ‘사고쳤구나’라는 편견이 먼저 따라온다. 이해와 배려는 아직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저출산 국가이다. 지난 10년간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저출산 대책의 성과가 부진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추진되어온 국가가족계획의 후유증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인구가 증가하면서 1960년대 합계 출산율이 6.00명에 이르렀다. 합계 출산율이란 여성 1인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출생아 수로 국가별 출생률 수준을 비교하는 주요 지표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극심한 보릿고개를 겪고 있었지만 피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무계획적인 출산이 많았다. 부모들은 “아이는 자기 먹을 것을 갖고 나온다”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자녀들을 많이 두었다. 그러나 실제로 자녀들에 대한 복지는 최악의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정부는 무분별한 출산을 줄이고, 가난을 극복하고자 본격적인 산아제한 가족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 후 피임약과 정관수술 등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70년대에 들어 출산율 이 4.53명으로 감소하였다. 때마침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이 여권신장운동에 힘입어 설득력을 갖게 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 후 산아정책은 탄력을 받아 1983년대에는 출산율이 2.08명에 이르게 된다. 이는 정부의 산하정 책이 20년 만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어느 정도 출산율을 낮춘 후에는 이를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채, 산아제한정책을 계속 추진해 2005년 출산 율 1.08명에 이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했다. 그 후 뒤늦게나마 출산 장려정책을 추진해 옴으로써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출산율이 1.19명으로, 이전보다는 다소 회복하는 추세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출산비와 보육 및 교육비 지원 등에 머무는 것 같다. 이런 정책은 저소득계층을 위한 정책으로 복지대상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어 장기적인 안목의 출산장려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향후 저출산 대책은 범국민적인 지지와 공감을 얻는 정책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양성평등정책과 다양한 가정이 존중받는 평등한 가정문화 그리고 복지 및 인권존중과 같은 사상이 저출산 대책의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수준의 인구정책을 추진한다면 외국인의 이민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단일민족이란 정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한민족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좀 더 포용적인 인구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다문화가정이 증가해 이제 대한민국도 다민족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을 영입하는 방안의 국가대계(國家大計)를 구상할 필요가 있겠다.


최근 한부모 가정의 재혼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고무적 이라 하겠다. 그러나 한부모 가정의 부모가 재혼을 하려면 먼저 재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재혼가정을 이루려면 먼저 결혼대상자의 심리적 안정과 한부모 가정 자녀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부모 가정 복지정책이 심리적인 안정과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미혼모의 경우 재혼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립할 수 있는 의지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 미혼모는 변화 가능 한 존재이므로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청소년 미혼모가 발생하면 출산 후, 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대학진학 또는 전문기 술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해 자립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젊은 날 한 번의 실수로 유흥가나 성매매 등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여 향후 건강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끝으로 출산 장려 정책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이다. 약 2백만 명에 달하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은 정부의 지원부족으로 가정 및 학교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녀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출산만 장려하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 자녀를 낳도록 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이미 낳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정책이 위험에 처한 한부모 가정 자녀들을 돌보는 일에서 부터 출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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