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 부는 제약업계, 그러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
  • 임초롱 기자
  • 승인 2019.07.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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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여성임원 비중 8%, vs 다국적 제약사 5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매출액 기준 상위 10위 제약사의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임원 비율은 평균 8%대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사진 제공=뉴시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매출액 기준 상위 10위 제약사의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임원 비율은 평균 8%대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사진 제공=뉴시스)

의약품 제조업체 한독이 지난해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 CEO 영입한 가운데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강한 제약업계에 여풍이 불고 있지만 유리천장은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매출액 기준 상위 제약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임원 비율이 평균 8%대로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여성임원이 없는 제약사는 세 곳이었으며 전체 여성직원의 비율도 30%를 넘긴 제약사는 일동약품과 한미약품 등 두 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제약사 중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한미약품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웅제약과 유한양행은 각각 1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제약사들이 양성평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은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등으로 조사됐다.

한미약품은 여성임원 비율이 2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임원 4명 중 1명이 여성인 셈이다. 국내 제약사 평균 여성임원 비율은 약 8~9%로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높은 수치에 해당되는 것이다. 한미약품이 유리천장을 허물기 위해 적극적으로 여성 인재를 육성하고 발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GC녹십자(16.6%), 대웅제약(12.5%), 종근당(10.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미약품 측은 여성 임원들이 경영관리직부터 공장 관리 등 과거 남성이 맡았던 분야까지 채용·승진 시 성별을 따지지 않는 합리적 기업 문화가 여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든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남녀 상관 없이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회사 분위기가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서 직위가 올라갈수록 여성이 불리해지는 유리천장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다만 다국적 제약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평균 53%인 것을 감안하면 10대 제약사 전부가 평균에 못 미치고 있었다.

 

다국적 제약사 여성임원 비율 53%과 비교하면 국내 제약사, 견고한 유리천장

(사진=2017 글로벌제약 기업문화 인식조사)
(사진=2017 글로벌제약 기업문화 인식조사)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하면 국내 제약사들의 유리천장은 여전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지난해 발간한 2018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41곳의 여성 임원 비중이 약 53%, 전체 고용한 여성 직원도 약 45%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한국노바티스, 한국화이자, 한국얀센 등 주요 제약사들은 여성 임원 비율 범위가 약 30~50%를 유지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여성 인력 양성에 관심이 매우 높은 편으로 성별 다양성을 중시하는 투명한 인사승진 평가 과정을 통해 임원의 성비가 약 53%에 이른다고 협회 측은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연매출액이 1500억 원대 규모인 한국BMS제약은 여성 임원 비율이 70%에 달하며 전체 임직원의 성비가 55로 유지되고 있다고 확인됐다. 박혜선 사장이 지난 2015년 취임 후 4년 만에 지난 5월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BMS제약은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가 국내서 큰 성공을 거두며 전성기를 누린 제약사다.

가장 낮은 GSK도 여성 임원 비율이 30%를 유지했으며 여성 직원 비율은 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다국적 제약사에 마케팅과 연구개발 부문에서 여성들이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사보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제약회사가 유리천장을 깨려면 여성 직원 수를 늘리고 그들을 여성 임원이 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국내 제약사들의 여성 임원은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자사 출신보다 외국계 기업, 국내 타 제약사 등에서 영입한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지난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유한양행은 여성 임원이 임효영 상무 1명에 그쳤다. 임 상무는 한국얀센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영입된 외부 인물이다. 대웅제약도 여성 임원이 1명으로 외부인사인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가 유일했다. 중견 제약사인 제일약품도 총 2명의 여성 임원이 모두 외부 인사다. 최인창 상무는 대웅제약 품질관리 출신이며 전성현 이사는 신풍제약 연구원 출신이다.

제약 영업 9개월 차라고 밝힌 한 제약업체 직원은 커뮤니티에서 회사 역사상 자사 출신 여직원이 임원 승진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어 임원을 목표로 일하는 것을 포기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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