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불법촬영 범죄자 86%, 집행유예·벌금형에 그쳐
  • 박종경 기자
  • 승인 2019.06.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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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판사
5년간 서울중앙지법 불법촬영범죄
164건 판결문 전수조사 결과
실형 10%, 대부분 집행유예·벌금형
가해자 54%는 5회 이상 범행

상대방 동의 없이 사생활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새로 만들어진다. 또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사건으로 관심이 집중된 주거침입범죄도 양형기준이 마련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10일 제95차 전체회의를 열고 앞으로 2년간 디지털 성범죄와 주거침입, 환경범죄, 군형법상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와 주거침입범죄는 국민적 관심이 높고 실무상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이 모여 위원 13명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법률에 정해진 형에 따라 선고형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이다. 양형위는 불법촬영범죄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양형 편차가 커 양형기준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실무를 분석해 바람직한 양형 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백광균 판사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 대한 처벌과 양형 분석 결과, 징역형 선고가 증가하고 벌금형 선고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징역형 선고 사건이 2014197건에서 2018546건으로 증가한 반면, 벌금형 선고비율은 201473.1%에서 201848.5%로 감소했다.

20181월부터 20194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164건의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선고에서 실형은 10%에 그쳤다. 대부분 집행유예(41%), 벌금형(46%)으로 풀려났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장소는 지하철이 59%로 가장 많았다. 촬영수단은 92%가 휴대전화였다. 범행횟수는 1회가 25%, 5회 이상이 54%로 나타났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83%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가해자는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 44%, 동종전과자가 26%로 나타났다.

백 판사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설정시 ·화장실·탈의실 등 폐쇄된 공간에서의 범행 5회 이상의 범행 불법촬영자가 유포한 경우 성관계, 용변 등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 대한 촬영 미성년자·장애인에 대한 범행 동종전과가 있는 경우 등은 가중인자로 반영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제안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날 영국 양형위원회의 사례를 소개하며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촬영물 유포 행위는 가중인자로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사적인 성적 영상 공개에 대한 양형기준을 제정했다. 정신적인 고통 또는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한 행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제한적으로 유포, 유포한 이미지를 지속적인 검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반복한 행위를 가중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양형위는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죄,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 위반죄 등 환경범죄에 대해서도 양형기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군형법상 성범죄도 친고죄 폐지 이후 2014년부터 군사법원에서 선고하는 건수가 가장 많은 범죄유형인 점 등을 고려했다. 행위가 같아도 지휘관계 여부, 군기강에 저해되는지 여부, 신분 등에 따라 양형편차가 심한 범죄라는 것이다. 다만 군인 등 강제추행죄 및 강간죄 등을 대상으로 검토하되, 위헌 논의가 있는 군형법상 추행죄는 제외하기로 했다. 또 교통범죄와 선거범죄, 마약범죄, 강도범죄의 양형기준을 관련 법 개정사항을 반영해 수정하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안과 교통·선거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은 오는 9월 열리는 회의에서 심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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