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합의 탈퇴 1년만에 이란도 '철수'쪽 기울어…핵위기 재발
  • 이정철 기자
  • 승인 2019.05.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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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합의 유지' 유럽 측 비협조…"핵활동 재개" 선언 전망

 

지난해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JCPOA)를 탈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지 1년 만에 이란도 철수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란이 핵합의에서 발을 뺀다는 것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프로그램을 재개하겠다는 뜻으로, 2015년 7월 역사적인 핵협상 타결로 한동안 진정됐던 이란 핵위기가 미국의 핵합의 탈퇴로 재발할 가능성이 급속히 커졌다. 핵합의가 타결 4년만에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미국이 예정보다 이르게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배치한다고 압박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해 중동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란 현지 언론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과 같은 날짜인 8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핵합의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란 ISNA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로하니 대통령의 대응은 핵합의 26조와 36조의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 조항은 이란을 비롯한 핵합의 서명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상대방이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고 최종 결론을 내는 절차를 담았다.

이란은 미국처럼 일방적인 선언으로 핵합의를 탈퇴하지 않고 정해진 절차를 밟아 절차적,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핵합의의 기본 골격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감축·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 유럽연합(EU), 유엔의 제재를 해제하는 '행동대 행동' 원칙으로 짜였다. 미국이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데다 3일에는 핵합의에서 허용한 이란의 핵활동을 지원하는 외국의 행위조차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란으로서는 핵합의의 이의 제기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형식적, 실질적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란 언론에서는 또 이란 정부가 핵합의에서 동결한 원심분리기 생산 등 핵활동을 일부 재개하고, 한도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시작해 국제 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로하니 대통령이 미국을 뺀 나머지 서명국에 "이란은 최대한 인내했으나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에 상응해 핵합의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는 수준을 점차 줄이겠다"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란은 두 달간 두 단계에 걸쳐 핵합의 의무 이행을 감축할 것이다"라며 "은행 거래와 원유 수출을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기 이전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게 이란의 명확한 요구다"라고 전했다.

이란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뒤 이를 유지하겠다고 이란에 굳게 약속한 유럽 핵합의 서명국(영,프,독)과 유럽연합(EU)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년여간 분기별 보고서에서 한 번도 빠짐 없이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확인했음에도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후 1년간 이란이 이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거의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유럽 서명국과 EU는 이란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과 유럽 기업이 교역할 수 있는 금융전담회사 '인스텍스'를 올해 1월 설립했지만 넉달간 공전 상태다.

이에 대해 이란은 수차례 "유럽은 말로만 핵합의를 유지한다고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라며 유럽에 요구했으나 유럽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 측은 핵합의와 관련없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돈세탁, 테러자금 지원 등을 문제 삼아 이란의 반발을 샀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유럽의 미온적인 태도가 더해져 이란에서는 핵합의뿐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해야 한다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하니 정부는 2015년 서방과 핵협상을 타결했지만 결국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외교적 해법이 요원한 상황에서 고조하는 국내 비판 여론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통령실 소식통은 7일 로이터통신에 "이란이 핵합의를 어기는 조처를 내일 발표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하면 유럽 측은 대이란 제재를 재부과해야 하는 데 그런 일이 안 벌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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