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파리의 사치스러운 궁정생활... 세기의 여인들
  • 이수지 기자
  • 승인 2019.05.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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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사치스러운 궁정생활

18세기 파리의 격변기를 맞이한 세기의 여인들이 있다. 19세기 산업자본가들의 부흥으로 부각되는 파리 하층계급의 바메이드(barmaid)와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이후 몰락한 왕정의 왕비들로, 19세기 화가 E. 마네(1832-1883)의 ‘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2)를 볼 때, 당신의 시선은 언제나 캔버스의 안과 밖을 드나들지 않는가? 실제 공간의 정면에 서 있는 바의 여종업원과 뒤로 보이는 비춰진 거울 공간, 이 두 개의 공간을 넘나드는 당신이라면 이미 작품 속에 매혹되었을 것이다.

 

 

공간의 이중성을 통해 마네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세상은 두 개 중의 하나의 선택만을 묻기보다는 다양한 선택 지와 의견들을 우리에게 내놓으며 묻는다. 심지어 하나를 선택 함으로써 다른 하나를 버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두 가지 이상의 것이 공존하며 공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우리 앞에 다 가와 있다. 19세기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현대화된 파리는 도시계획 정비로 새롭게 철로가 개설되며 대로가 만들어진다. 마네는 역과 대로를 잇는 철재로 만들어진 파사주와 백화점들이 들어서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파리의 거리를 보며 격변하는 파리의 일상을 살아가는 부르주아와 파리 외곽으로 물러난 하급계층과 거리 부랑아들의 모습에서 삶의 모더니티를 담아낸다. ‘폴리베르제르 바’에서 마네는 이 모더니티의 주체를 실제 거리의 꽃을 팔던 여인을 캔버스의 정면에 내세우며 바메이드 모습으로 표현했다. 당시 바메이드의 삶은 고급 창녀로서의 삶을 살기도 했다. 1869년에 세워져 당시 정치적 공론장으로 활용되었던 폴리-베르제르 바는 연일 화려한 쇼가 열렸다. 바에서 일하는 바메이드를 캔버스의 정중앙에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로 화면을 구성한 다. 그리고 그녀의 앞쪽 고급 대리석 바 테이블 위의 고급 샴페인과 값비싼 맥주는 이곳을 이용 하는 고객이 누구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19세기 현대화된 파리 시민들의 삶

1871년 프랑스 노동자 계급은 5개월 동안 계속된 프로이센과의 전쟁으로 기아에 시달렸다. 파리 인구의 절반 이상이 11시간 동안 노동을 해도 저임금을 받았으며, 실업과 물가 폭등에 몸서 리를 쳤다. “노동자에게 산다는 것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속담이 나돌 정도로 피폐한 삶의 고통은 이어졌다. 한 끼의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하룻밤 누울 곳을 찾기 위한 매음굴은 성행할 수밖에 없었다. 파리 시민들의 삶은 콩쿠르 형제 에드몽과 줄르의 소설 『제르미니 라세르퇴 Germinie Lacerteux』(1864)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도 등장한다. 이 작품의 내용은 한 하녀의 이성 관계의 얽힘으로 점차 파멸에 달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추악함, 혐오스러움, 병적인 것에 대한 감각적이고 심미적인 요소는 C.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1857)에서도 다루어졌다. 콩쿠르 형제는 이 시에서 소설 속의 모티브를 가져왔다.

 

18세기 파리의 사치스러운 궁정 생활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배경에는 절대주의적인 왕정의 권력 행사와 귀족과 소수 성직자의 특권 체제를 의미하는 ‘Ancien Regime'이라 불리는 절대왕정체제가 있었다. 프랑스는 국제적인 지위를 고수하기 위해 계속된 주변 국가들과의 전쟁과 베르사유 궁정의 사치 등으로 국가의 재정 위기는 사 회의 불평등 심화로 이어졌다. 수평의 고급 대리석과 정중앙에 서 있는 여인, 그녀의 이름은 쉬종이다. 그녀의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는 후면의 불안정한 기울어진 구도와 대치되면서 입체적 공간으로 지각하게 한다. 정적인 삼각형 구도와는 달이 동적인 기울어진 구도를 통해 현란하고 화려한 쇼를 짐작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캔버스 좌측 상단의 공중그네를 타고 있는 초록색 슈즈를 신고 있는 곡예사의 모습이 보이다. 발의 사이즈와 그 아래 관람석에 금빛 장갑을 끼고 있는 여인의 손의 크기와 비교해 볼 때 바의 전체 구조와 규모가 꽤 크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성업 중인 바의 화려한 쇼를 보고 있을 그녀의 눈빛과 시선은 오히려 캔버스 밖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며, 생기를 갖거나 즐거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쉬종은 여느 귀부인 못지 않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치장을 하고 있다. 당시의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레이스 프릴이 달린 고급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그녀의 목에 걸린 최고급 검은색 리본 초커와 팔목의 금빛 팔찌는 모두 고급 장신구들이다. 19세기는 산업혁명 이후로 물질문화의 자본주의가 전성기를 이루었던 시기이다. 과학 기술의 획기적 발달로 생활수준 도한 향상되어 신흥 계급 부르주아들의 호화로운 사치는 구 귀족들의 복식 양식을 따른 의상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복식 사상 최초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재봉틀의 보급으 로 레이스가 달린 옷이 대량 생산되고 손바느질로만 가능했던 자수의 패턴(Pattern) 창안으로 고급 의상이 일반화 된다. 쉬종이 입고 있는 의상은 거울에 비춰진 뒷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9세기 말경 당시 유행 하던 버슬 스타일(Bustle Style, 1870-1890)이다. 이 스타일은 버슬 트레인, 주름 등으로 엉덩이 부분을 부풀려 강조하고 가슴을 더 나와 보이게 하며 인체를 과장시켰다. 성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그녀의 신분을 짐작하게 한다. 이것은 식민지 개척 등으로 경제적 안정을 누리면서 동시에 세기말의 허무주의와 향락주의를 대변하고 있다. 하층 계급의 바메이드가 레이스 프릴이 달린 드레스를 입는다는 것은 당시 로써는 이례적이다.

 

술집 여종업원의 아이러니한 외모 치장으로 보는 현대화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했던 시기, 우리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궁중 연회도 그녀의 나이 38세를 앞두고 막을 내렸고, 그 이후, 제3공화정 시기 (1870-1940)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황후 조세핀 드 보아네르의 화려한 궁중 생활도 허세와 낭비로 그녀의 나이 40대 중반에 막을 내렸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수차례의 혁명을 거친 파리는 귀족사회에서 시민사회로 사회적 역할이 이양되었다. 궁중의 화려한 연회는 현란한 쇼가 열리는 사회적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카페나 바에서 볼 수 있으며 왕족과 귀족 여인들만 입었던 고급스러운 드레스는 산업자본의 발달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보편성이 확대되었다. 이렇듯 현대성의 의미는 특권과 권력이 아니라,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인간의 권리를 의미한다. 그것은 프랑스의 ‘인권선언’에 적시하고 있는바, 개인의 신성한 권리로서 재산권을 선포하고 있으며, 신체, 의견, 양심,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권리까지 천명하고 있다. 봉건적 혹은 전제적인 체제를 무너뜨리는 성질 이나 특징을 의미할 수 있으나, 산업 발달로 생겨나는 자본의 투입으로 도시가 변모하는 현대화에 따라서 대중의 보편적 생활 권이 바뀌는 등 그것의 맥락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또 다른 관점을 요청하는 이중적 공간 구성

‘폴리-베르제르 바’는 귀족과 신흥계급 부르주아들이 누리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바’이지만, 그 공간의 사회적 역할을 주도하는 새로운 계급을 마네는 하층계급의 여인, 쉬종으로 대신한다. 기존의 종속적인 여인의 모습이 아닌 사회적 활동을 하며 자신의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인물로 보는 또 다른 시선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마네의 화면구성은 19세기 카메라 루시다. 진술의 편집 구성에서 차용한 입체적 공간 구성으 로서 캔버스 전경의 인물 크기와 후경의 인물 크기를 극명하게 차이를 두며, 인물 표현의 크기와 배치를 통하여 강조 효과를 준다. 이중적 공간의 대비로 역동성을 자각하게 하며, 현격히 진화한 공간 구성의 표현은 인상주의에서부터 큐비즘을 넘나드는 모더니즘 예술을 열었다. 마네의 ‘폴리-베르제르바’의 이중적 공간 구성은 미술사적으로는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센세 이션하다. 하지만 그것이 갖는 현대성의 사회적 과제는 풀어야할 공공의 의무와 책임 속에 있다. 21세기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적 삶의 풍경은 19세기 말의 허무와 향락, 그리고 자본의 극성으로 여전히 잔재하고 있지는 않은가 물음을 남기며, 보다 조화로운 삶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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