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愛 자비를! 세상愛 평화를! 대한불교보현종 구순회 총무원장
  • 유안나 기자
  • 승인 2019.05.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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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며 참 법도를 따르는 삶

종교는 곧 우리 삶이에요. 거창하고 화려하고 어려운 게 종교가 아니에요

삶에서 접하기 쉬워야 종교가 살아남거든요. 그래서 나는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불교가 진짜라고 생각해요

삭발에 회색 승복을 차려 입은 온화한 미소의 여자 승려. 우리가 불교의 비구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엄마 같기도, 언니 같기도 한 인자한 웃음이 왠지 화도 한번 내지 않을 것만 같은 이미지의 승려, 비구니가 주는 고정관념을 깨트린 대한불교 보현종 구순회 총무원장을 만났다. 그녀의 행보는 왜 특별할까.

 

스님의 출가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없네요. 어떻게 이 길을 가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그저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이유 없이 많이 아팠습니다. 절과 스님이 나오는 꿈을 자주 꾸었고 깨어나면 몸이 아프고 마음이 불편했어요. 어느 날 아버지께서 아픈 저를 위해 절에 기도하러 가셨는데 제 운명이 출가를 해서 큰스님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셨지요. 그러나 무남독녀 외동딸을 출가 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죠. 아버지는 제가 일반인의 삶을 살기 원하셨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은 오래가지 못했고 몸은 계속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답답함을 참다못해 직접 무속인 10명을 찾아갔는데 하나같이 제게서 미륵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이건 운명이구나. 내게 주어진 이 보살의 운명을 받아 들여야겠다 생각하고 3일 만에 출가를 마음먹었습니다. 그게 벌써 30년 전 의 일이네요.

그렇게 출가 하셔서 새로운 종파를 창종 하셨지요?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데요. 몸담고 계신 보현종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출가 후에 일반적인 승려의 길을 가는 것이 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힘들고 어렵고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그런 분들을 외면하고 산속에 들어가 나만 불경을 외고 법도를 깨우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지요. 출가한 후 주변에 가난하고 배고픈 아이들을 많이 돌보았어요. 데려와 밥 먹이고 재워주고 같이 생활하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불교에서 이런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단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와 연을 맺으셨던 도안스님이 제가 하는 활동과 생각을 잘 아시니 종단을 만들어보라 권하셨어요. 그 당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스님들이 같은 꿈을 많이 꾸시며 힘을 실어 주셨고요. 지금까지 살아온 제 삶을 돌아보며 이 또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현종>을 창종하게 되었지요. 보현종은 지혜롭게 많은 사람을 돕는, 보배로운 삶을 전파하고 그들이 잘 크도록 이끄는 종파입니다.

그런데 승려이신데 삭발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조금 생소한 외모이신데요.

어릴 때부터 머리를 길렀습니다. 어느 날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기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암환자나 환우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걸 알고 그 후로 기른 머리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출가를 마음먹었을 때도 삭발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서 결정이 쉬웠지요.

 

보현종을 창종 하신 주된 이유처럼 주변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직접 돌보시는데요. 특별히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이것 또한 제 운명이겠지요. 삶이라는 게 종교를 초월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명으로 해야 할 일이 정해진 사람은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죠. 승려의 길로 들어섰지만 책을 들여다보는 것 보다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힘든 부분을 돕고 도움이 되는 것이 더 기뻤어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먹이고 입혔어요. 그 중에는 출가를 한 아이도 있고 아닌 아이들도 있지요. 승려만 키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정부 혜택에서 소외된 사각지대에서 아이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돌본 아이들이 몇 천 명인지 모르겠네요. 잘 자라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합니다.

국내외에 해외에서도 굉장히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스리랑카와 인연이 닿았어요.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 아이들을 돕는 일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1년에 두 번씩은 꼭 스리랑카에 가는데 벌써 이 활동도10년이 되어가네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가난한 나라잖아요. 거기는 더 많은 아이들이 사랑에 목말라 있어요. 갈 때마다 컴퓨터와 학용품, 후원금 등을 전달하고 필요한 곳에 봉사합니다. 자라나는 새싹인 어린아이들에게 내일이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출가를 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차별하지 않고요. 새싹들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양분으로 자라야하지요. 결국은 스리랑카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스리랑카에서는 국빈 대우를 받으신다고 들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여자 승려와 남자 승려가 심한 차별이 있는 나라가 스리랑카였어요. 저는 잘 몰랐지만요. 그런데 제가 갈 때마다 그 곳의 가장 높고 화려한 자리에 앉히고 법경을 전하게 했어요. 스리랑카 비구니에게 저를 닮으라는 이야기도 계속 하는 겁니다. 한국에서 온 이 사람은 비구니이지만 나눔과 봉사를 진실 되게 하고 있다고요. 아마 제 진정성 있는 활동이 스리랑카 지도부에게 전달되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대통령궁에도 방문하고 국빈 대우 증서도 받고요.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 일들을 이어오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스리랑카나 다른 동남아지역에 가면 저희의 작은 베풂에도 매우 감사해하고 온 가족이 진심으로 행복해합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선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내어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먹이는 것.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으면 이 땅에 사는 이유가 없지요.

사람들을 돕는 것 외에도 문화, 예술계에서 많은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출가 전에 무용과 음악 그림을 좋아하고 잘하는, 예술을 사랑하던 여학생 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교로 입문하고 보니 이 종교에는 그런 문화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있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유연 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음악이고 미술이고 몸짓입니다. 절에도 문화가 접목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로 산사 음악회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공연을 경험하게 했지요. 놀면서 배우는 문화예술은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켰고 무용계 음악계 등으로 진출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종교는 교리만 전파하는 것이 아닙니다. 몸으로 부대끼며 같이 이야기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진짜 불교라 생각하고 저는 그것을 생활불교라 말합니다.

 

생활불교. 조금 생소한데요. 스님이 말씀하시는 생활불교는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생활불교를 전파하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종교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서로 마주앉아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서로 지식과 지혜를 알려주고 깨닫게 하는 그 모든 것이 불교입니다. 삶이 곧 불법이지요. 깨우침을 얻고 깨닫는 것이 별것이 아닙니다. 대화하며 서로 배우는 것이 불교이고 종교입니다. 그것이 제가 말하는 생활불교이지요.

삶이 곧 불법이라는 말씀이 굉장히 와 닿습니다.

신자들이 불교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들이 편하게 밥 먹고 쉬었다 가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대화가 이곳에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나누는 이야기가 곧 불경이고 불법입니다.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으셨다면 그것이 깨달음 인 것이고요.

앞으로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 계획을 들려주신다면요.

제 운명 따라 하던 일 하면서 다른 일이 또 주어진다면 그것도 열심히 하겠지요. 한가지 꿈이 있다면 한국에서 생활하는 다문화 가정의 안전한 정착을 위해 불교 통합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각 나라의 법회를 이곳에서 그대로 열게 해주어 다문화가정이 편안히 종교 활동할 수 있는 절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동시에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교류되는 장도 마련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생각만으로 행복한 일이네요.

마지막으로 불교 신자를 위한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는 동안 변치 않는 본 마음을 가져가세요. 괴로워하지 마세요. 시련은 힘들지만 다시 시작하라고 주는 신호에요. 각오도 생각도 마음도 없는 사람에게는 시련도 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종교와 불교, 스님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깊게 자리했던 탓일까. 구순회 총무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종교의 권위도, 승려라는 단어의 낯섦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평생 이웃의 아픔을 돌보는 삶을 살며 산속에 들어가지 않고 사람 마음속에 들어와 불교를 전파하는 구원장의 모습에 숙연해진다. 종교는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매일 살면서 배우는 작은 깨달음을 실천하며 사는 삶의 순간들이지 않을까.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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