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남편증후군" 퇴직 후 5년, 황혼의 부부가 위험하다.
  • 이 한 기자
  • 승인 2019.05.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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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을 위해서는 원만한 부부관계가 필수

화목한 가정을 위해서는 원만한 부부관계가 필수다. 요즘 은퇴한 가장들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가족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퇴직 후 5년 사이에 집중된다. 그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은퇴 후 1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그렇다면 그 1년 과연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은퇴남편증후군맞춤 솔루션, 은퇴남편증후군이란?

가족과의 관계 맺기에 소극적이던 가장이 퇴직 후 식구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험하게 되어지는 여러 갈등을 말한다. 사회적 단계의 단절, 자녀의 독립, 건강악화 등으로 주위 환경이 변하면서 우울증 등 여러 증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은퇴준비라는 말을 들으면 노후대비를 우선 떠올린다. 한 달 최소 생활비가 몇 백만 원이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면 10억대의 자산이 필요하다는 기사도 많이 보도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정말 돈일까? 올해 64살인 이승우(가명)씨는 최근 30여 년 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이씨는 현재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에서 결혼 3년차인 아들 내외와 함께 산다. 40평대 아파트에서 넉넉한 살림으로 중산층의 삶을 살지만, 의외로 그의 삶은 고독하다.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는 늘 집을 비우고, 아내는 동네 기타 학원에서 사귄 지인들과 주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발코니에 만든 작은 화단에 화초를 키우거나 가끔 산에서 노을 사진을 찍는 게 그의 유일한 취미다.

은퇴하면 하루 종일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거라고 기대했다. 허리가 휘도록 평생 일해 온 삶에 대한 풍요로운 보상을 꿈 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너무도 달랐다.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가끔 가족과 있어도 함께 어울리지 못했다. 대화소재가 마뜩찮고 그나마 공유할 거리가 많은 아내는 요즘 부쩍 짜증과 잔소리가 늘어났다. 고민 끝에 부부는 은퇴 후 가족관계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푹 쉬고 싶은 남자와 훌쩍 떠나고 싶은 여자가 한 집에 산다

강사는 두 사람에게 서로의 얼굴을 그려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씨는 아내의 입을 그리지 않았다.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이유였다. 아내는 이씨가 집에서 자꾸 귀찮게 하지 말고 한두 끼 정도는 나가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의 갈등은 왜 생겼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은퇴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은퇴 후 인생 로드맵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남편은 일반적으로 가족 곁에 머물면서 식구들을 챙기고 싶은데, 아내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변화를 갈망한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은퇴연구소가 한 언론을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부부에게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쓰라고 하면 서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남편은 식구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아내는 나 홀로 여행을 써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은퇴를 보는 시각차가 있음을 서로 공유하고, ‘같이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몇 년 전, 사단법인 가정문화원 두상달 원장이 이런 현상에 대해 진단한 바 있다. 그는 남녀간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에 은퇴 후 가족관계가 어렵다고 말했다. 남자는 사회와의 관계단절에서 오는 고독감을 가족에게서 해소하려고 한다. 하지만 평소 관계 맺기에 익숙한 여자들의 경우, 남편의 은퇴 시점에 맞춰 자기도 가사에서 은퇴하고 이웃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넓히고 싶어한다. 이런 경향은 탑골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니어들을 봐도 드러난다. 여자가 평균수명이 더 높은데 그곳에는 주로 할아버지들이 많다. 할머니들은 어디선가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하다못해 손주라도 본다. 그러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정리된 남자들은 새로운 관계 맺기에 실패한 것이다.

 

가부장적인 아빠였다면, 가족에게 진솔하게 사과하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기본적으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남편의 변화가 더 절실하다. 가부장적 남자들이 많은 은퇴 세대의 부부라면, 일반적으로 여자에게 상처가 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가정법원의 한 가사조정위원은 최근 70대 이상 아내의 이혼 접수가 부쩍 늘었다고 전하면서 일본에서 유행하던 황혼이혼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은퇴 문제를 꼬집었다.

가족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자식들이 등을 돌린다거나 아내가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며 불평만 하지 말고, 내 삶이 변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깨닫자고 조언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듣기 싫은 소리만 하는 꼰대가 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자는 얘기다.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구체적으로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용서해라. 그때는 나도 잘 몰랐고, 대화하는 방식이 서툴렀다.’‘그게 너희를 사랑하는 방법인 줄 알았다.’‘완벽한 가장이 되려고 노력하다 그렇게 된 거다.’하고 털어 놓는 것이 좋다. 직장에서 습관적으로 쓰던 권위적인 말투는 버려야 한다. 물론 당사자는 억울할 수 있다. 그것이 옳은 방식인 줄 알고 평생 열심히 살았는데 갑자기 바꾸라니 당황스럽기도 할 터다. 하지만 그 문제를 스스로 풀어야 남은 삶이 행복해진다.

 

온 가족이 함께 가족은퇴식을 열고, 애정표현 연습을 하자

남편의 자존심회복에 초점을 맞춰 은퇴증후군에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 퇴직한 가장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적인 지위가 사라진 상태서 가족들에게도 위신이 서지 않으면서 자존감을 잃는 것이다. 그 자존감이 회복되려면 존경과 칭찬, 격려가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가족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물론 그 소통은 구체적이어야 한다.사회적으로 평생 수고했음을 인정하고, 여전히 존경한다는 마음을 보여주면 가장의 심리적인 상실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에서 부부은퇴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거기서는 은퇴를 맞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중견 부부를 상대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다. 그 또래 부부라면 아무래도 애정표현이 미숙하거나 서로 데면데면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킨십 훈련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는 연습을 한다.

강사가 손을 잡으라고 하면 대부분 어색해한다. 처음에는 서로 손등을 탁탁 치는 연습을 한다. 그 다음에는 아이컨택, 그 다음에는 서로 등을 맞대보고 비로소 포옹과 키스로 넘어간다. 이 과정을 지나면 댄스테라피 수업을 진행하는데, 서로 데면데면했던 부부들이 자연스럽게 진한 춤을 춘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연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40대 중반 안쪽의, 그러니까 비교적 소통이 잘 되고 가사분담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요즘 젊은 부부들은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그런 부부라면 은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두 사람의 로드맵을 서로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 그래야 은퇴 후 두 사람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갈등 없이 화목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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