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운동 1년... 페미니즘을 한국사회의 담론으로 확장
  • 이수지 기자
  • 승인 2019.05.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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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은 성희롱을 반대하는 사회적 운동

 

#미투 운동은 성희롱을 반대하는 사회적 운동

한국의 2018년은 성 평등을 위한 노력이 계속된 해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그리고 정준영승리 사건등 여성이 도구화된 사건들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다.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미투 운동을 되짚어 보며 대한민국 여성들의 인권 보호 실마리를 찾아보자.

 

미투(#Me Too) 운동이란?

미투 운동은 성폭행 및 성희롱을 반대하는 사회적 운동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시민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미투 운동의 창시자다. 2006년에 사회의 널리 퍼져 있는 성적 학대와 성폭행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미투문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버크는 어머니의 남자 친구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힌 어린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버크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그저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 나도(me too)”라고 문구를 사용했다. 그 후, 그녀는 소셜 미디어에 이야기를 공유하며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나에게도(me too) 그런 일이 발생했다.”라고 말하며 용기를 주었다.

 

201710,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이를 우연히 발견하고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여성들이 트위터에 여성 혐오와 성폭행 등의 경험을 공개하여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의 보편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후, 수많은 저명인사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러한 경험을 이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밝히며 미투 운동이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공론화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성추행 폭로로 촉발한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공론화시켰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성범죄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이 본격화했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폭로가 시작되면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고은 시인,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 감독 등 문화계 인사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계로도 미투운동이 번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였던 김지은 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당했다고 안 전 지사를 고발했고, 현재 3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미투는 학교 내로도 번졌다. 심각한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스쿨미투' 운동이 대표적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의 성희롱 폭로 등으로 교수 3명이 징계를 받게 됐다. 미투운동의 서막을 알렸던 서지현 검사는 폭로 이후 이런 변화를 두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어진 폭로들이 '미투'를 넘어 '위드유' 같았고 함께한다는 소리로 들렸다"는 심경을 BBC 코리아에 밝혔다.

해외에서도 300명이 넘는 할리우드 배우·작가·감독·프로듀서 등이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성범죄와 성차별에 대항하는 단체 '타임즈 업'은 여성들이 마주하는 성범죄가 "가해자나 고용주가 결코 어떤 결과에도 직면하지 않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들은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위해 1300만 달러(138억여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고, 엠마 스톤, 나탈리 포트만, 위더스푼과 라임스, 메릴 스트리프 등 유명인들의 도움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의 기금을 조성했다.

미투 운동'은 페미니즘을 한국 사회의 담론으로 확장

미투 운동'은 페미니즘을 한국 사회 담론으로 확장했다. 페미니즘 운동은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오프라인에서도 본격화되었다. 성 편파 수사를 규탄하며 열렸던 혜화역 시위는 1~6만 명이 결집했다. 이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몰카 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집회가 열렸고, 외모 중심으로 여성을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자는 '탈코르셋' 운동도 전개됐다.

특히, 혜화역 시위는 한국에서 여성들만 참여한 시위 중 역대 최대 규모며, 주최가 대규모 동원을 주도하는 형태가 아니라 대부분이 인터넷 카페,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신고센터'를 신설했다. 그 외 교육부는 '스쿨 미투' 관련 신고센터를 개설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도 전담인력을 늘려 검찰청 성범죄 전담부서를 확대하고, 성범죄 수사 매뉴얼도 개정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 대책을 담은 법안도 많이 만들어졌다. 서지현 검사 폭로 이후 3개월 동안에만 쏟아진 관련법은 100여 건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공포된 법률은 권력형 성폭력 범죄 처벌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미투 법률'로 지난 1016일 공포됐다.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는 등 처벌이 강화됐다.

미투운동 이후 우리 국민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졌다. 과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성희롱·성폭력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과거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경험한 일들이 성희롱·성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성차별, 펜스룰(여성기피현상)과 백래시(반발심리) 현상

미투운동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내무부는 지난해에 비해 강간 사건이 17% 가까이 증가했지만, 성희롱과 같은 다른 종류의 성 범죄에 대한 신고는 약 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성폭행 피해자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전 프랑스 하원의원 부의장 드니 보팽은 자신을 성추행 혐의로 기소한 6명의 여성과 이를 보도한 4명의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사람들은 드니 보팽의 행보를 미투운동에 대한 반감으로 보고 있다. 보팽의 변호사 엠마누엘 피에라트는 의뢰인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며 혐의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피에라트는 보팽의 삶, 가족, 그리고 평판이 성추행 혐의로 인해 완전히 망가졌다고 덧붙였다.

제과업체에 다니는 A씨는 최근 새로 부임한 상사가 남자 동료들에게 남자끼리 모임 하나 만들자고 하는 걸 들었다. A씨가 왜 남자들만 모으냐고 묻자 상사는 라인좀 만들려고 한다. 남자끼리 해야 구설수도 안 나오고 취미가 맞다고 답했다. 교사 B씨도 얼마 전 학교 회의에서 미투운동의 부작용을 실감했다. 회의 안건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 페미니즘용어 대신 성 평등이라고 하자는 의견이 올라온 것이다. 그는 성 평등 수업 중 학생들이 선생님 혹시 메갈, 워마드예요?’라고 물어 배가 공격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질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미투 운동에서 파생된 일본의 쿠투(#KuToo)운동

지난 1월부터 일본 트위터 내에서는 ‘#KuToo’란 해시태그가 화제에 올랐다. 여기서 ‘Ku’는 일본어로 구두를 뜻하는 쿠쯔()’와 고통을 의미하는 쿠쯔(苦痛)’를 뜻한다. ‘too’는 미투(#Metoo)에서 가져온 것이다. 구두, 정확히 말해 하이힐이나 펌프스를 신고 일해야 하는 여성들이 #KuToo란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이 겪는 고충을 토로하는 것이다.

하이힐을 거부한 건 일본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영국에서도 하이힐 착용 등 여성 직원 복장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201512월 회계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임시직으로 일할 당시 플랫슈즈를 착용했다가 임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당한 한 여성이 온라인 청원을 올려 15만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여직원에게만 적용되는 복장 규정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쿠투 운동을 아우르는 탈코르셋 운동이 한창이다. 하이힐뿐만 아니라 화장, 옷차림 등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성을 코르셋으로 규정하고 이를 벗어던져 자유를 찾겠다는 움직임이다. 우리나라 연예계에서도 걸그룹들이 탈코르셋 운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구두를 벗어던진 채 공연을 펼친 걸그룹 드림캐쳐, 화장과 하이힐을 거부하는 가사를 담은 곡 ‘NO’를 공연하고 있는 걸그룹 CLC,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걸그룹 마마무 등의 모습에서 최근 K팝 아이돌그룹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탈코르셋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미투와 각종 여성 주도 운동이 범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올해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이 공론화되면서 성폭력 문제를 대하는 우리 사회 태도가 바뀌고 있다. 또 실제 성희롱, 데이트폭력 등 그동안 신고율이 낮아 검거가 어려웠던 범죄의 신고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검찰청에 접수된 성폭행 사건은 총 3,7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3% 증가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가 늘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지만, 점차 국민 인식이 변화해 성폭력 피해자가 숨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쏟아진 법률 중에서 실제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10여 건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은 그 이유를 '사회적 합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여성가족위원회 전혜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미투 법안을 여성들의 문제로만 인식해 통과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난 8'미투 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적한 바 있다.

여전히 미투 운동에 대해 높은 지지를 하는 우리 사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18년 한해 우리 사회 성 평등과 관련하여 가장 큰 이슈를 제기했던 미투 운동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의견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조사는 미투 운동이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여 향후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응답자의 70.5%가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공감대를 얻고 있음을 확인했다.

10명 중 6명이 과거에 자신이 하거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들은 말 또는 행동이 성희롱·성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응답하여 미투 운동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국민의 성 인지 감수성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투운동을 지속하는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권력 기반 성폭력이 남녀 간 갈등 프레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해결점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피해자의 2차 피해, 학교와 직장 내 성 차별 문화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여성의 권리가 크게 신장됐다고는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얽매이는 관습을 끊어내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현재의 노력으로 변화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본다.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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