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복원의 거장으로 고려불화(佛畫)의 청지기
  • 김숙 기자
  • 승인 2019.05.0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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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교미술연구소 기산 장 호 걸 원장 (단청 제 8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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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외길, 석가모니부처님과 아미타삼존불 괘불탱화 조성 등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재 복원의 1인자로 널리 알려진, 고려불교미술연구소 기산 장호걸 원장. 강원도 인제시의 숙원사업인 불화(佛畫)박물관 건립을 통해, 우리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불교문화의 역사와 고려불화의 가치를 알리는 청지기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이자 전통문화의 산실인 불교미술은 우리 민족에게 문화적 긍지를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그 중에서도 불화의 전통성과 고귀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고려불화로, 그 구상의 균형과 장식성, 또한 색채의 정교함과 화려함 등은 국내는 물 론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최근 고려불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안타깝게도 산업문명의 발달과 서양의 물질문명이 들어오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전통문화의 정체성이 다소 퇴색이 되었고, 외세의 침략으로 많은 침탈된 작품 중에 특히 고려불화가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 외국박물관에 분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허탈감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강원도 인제시, 고려불화 활성화를 위해 박물관 건립

최근 강원도 인제시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고려불화의 활성화를 위해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그 일환으로 40년 외길, 문화재 복원의 거장이자 고려불화의 청지기로 널리 알려진 장 원장과 계약을 체결하여, 7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고려불화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고려불화박물관 건립은 장 원장이 그동안 고려불화를 알리는 전시회를 열고, 불교유물의 감정이나 불사 조성 등 고려불화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그의 업적을 인제시가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완공될 박물관에는 현재 장 원장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들과 또한 앞으로도 그리게 될 작품 모두를 영구 기증하게 되는데, 장 원장은 박물관장으로의 삶은 불화와 함께 걸어온 자신의 40년 외길을 인정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불교문화를 널리 일반인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했다. 강원도 인제시는 백담사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40만 명에 이르고 있어 백담사와 고려불화박물관을 관광코스로 묶어 불교문화의 가치와 소중함을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장 원장은 강원도 평창이 고향으로 강원도 인제 역시도 자신의 고향이나 다름없어, 매우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불화전시회가 끝나면, 오는 7월에 인제에서 전시회가 열리게 되는데, 인제는 앞으로 자신의 뿌리가 옮겨 질 곳이라 생각하니 다른 때보다 더 기다려진다고 했다.

문화재 복원을 하는 일은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예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탱화는 불교용어인 불화(佛畫)를 일컫는 말로, 탱화가 부처님을 모시게 되는 경전에 그려진 그림이라면, 단청은 사찰을 이루는 외부 목조에 색을 입히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장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단청 제 887호의 문화재 복원 기능보유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남이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도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장 원장 역시 아내에게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며, 장 원장이 불화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당시 불화의 국내 1인자였던 외삼촌의 불화그림을 보고 그 자신도 차츰 불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외삼촌을 찾아가 문화생이 되어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인내하며 불화에 불을 당긴지 어느덧 40, 마침내 외삼촌의 뒤를 이어 불화의 거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불화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는 최소 몇 년씩 걸리기도 하는데 이는 그 일에 미치지 않으면 그릴 수가 없는 작업이에요. 당연히 불교역사를 알아야 되기도 하고, 또한 불심(佛心)으로 무장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불화는 선에서 선으로 이어지는 미세한 작업이라 얼마나 집중을 해야 하는지 기가 빠질 정도입니다.” 불화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먼저 불교에 대한 역사를 알아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최소 10년 이상을 배워야 불화를 그릴 수 있음을 원장은 강조했다.

 

석채는 불화(佛畫)를 완성케 하는 도구

한편, 장 원장은 불교의 역사를 알아야 불화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일붕 서경보 스님의 권유로 동국대 불교미술과로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교 2학년 때에는 불교의 나라 네팔의 사원으로 들어가 무려 4년 동안 수행자의 모습으로 하루 종일 만다라만 그린적도 있다고 한다.

원장이 불화에 대한 논문을 쓴 것도 사실은 네팔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바로 그때 석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석채는 원석에서 나오는 물감이다. 이 천연재료는 불화의 완성을 위해서 절대 필요한 도구로 화려해 보이나 화려하지 않은 색을 만들 수 있으며, 이 석채를 입히는 작업은 족제비의 털로 만든 붓이 사용된다고 한다.

참고로 일반 물감을 쓰면 이 색이 촛불에 의해 색이 까맣게 변하지만 석채를 사용하면 오백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 도료의 재료가 되는 돌을 갈아 입자가 부드러운 밀가루처럼 빻아서 그림을 그리면 5백년이 지나도 색의 변함이 없다. 오백년 전의 작품을 손을 볼 때 세월만큼의 변색된 색을 만들기 위해 닳아진 색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니 원래의 색이 변색되지 않게 하는 것은 보존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장의 연구실에 걸린 만다라와 수월관음도, 그리고 미인도 등 원장이 사용하는 색체는 고고한 품위가 느껴졌다. 가끔 오방색을 이용해 그려진 불화의 색체와는 다른 매우 채도가 낮은 세련된 색으로 품위가 느껴졌다. 그것은 고려불화의 전통 색체를 잘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색체가 나오는가까지는 네팔에서 4년 동안 공부를 할 때 배워온 색체기법 때문이었다. 원장이 쓰고 있는 이 채색기법은 아직 제자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하니 이 색체기법은 원장만의 독보적 비법일 것이다.

또한 원장은 불화의 영구보존을 위해 불화 위에 황칠을 한다. 이 황칠은 나무에서 얻어지는 진으로 우리의 전통 도료인데 다른 천연 도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품질이 우수하여 물에 섞이지 않아 보관에 있어 금칠과 같은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수월관음도 33가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나의 마지막 임무

수월관음도는 옛날 궁에서 화원을 앉혀 놓고 금가루로 그리게 했으니 그 값이 얼마나 비쌀 것인지는 익히 짐작하게 한다. 금가루를 사용해야 하니, 당연히 그 그림을 그리게 한 사람들은 궁중 아니면 양반이었을 것으로, 그 그림은 양반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게 한다.

현재, 고려 수월관음도는 총18점으로 역사적으로 밝혀진 것이 11점이며 나머지는 행방불명이 되었고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것은 단 6점뿐이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소장되어 있는 우리의 수월관음도를 우리나라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유물을 일본에서 빌려와 전시회를 한다는 그야말로 씁쓸한 일이 있었던 이유로 일반인에게도 이 수월관음도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수월관음도가 33가지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불자라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바로 이러한 불교문화에 대해 그림뿐만이 아니라 역사까지도 박물관에서 배울 수 있기를 원장은 바라고 있었다. 불교 그림은 약 800가지가 된다고 하는데, 현재 677가지 정도만 표현되었으며 장 원장은 지금까지 200가지 정도를 그렸고, 그중 수월관음도는 6가지를 그렸다고 한다.

앞으로 27점을 더 그려 33점을 완성하는 것이 내 마지막 꿈입니다!” 생을 다할 때까지 인제 박물관에서 불교문화의 역사와 불화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기산 장호걸 원장, 인제의 박물관 건립은 40년 외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마침내 영광의 맞춤표를 찍게 하는 것이라며, 굳이 기대와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인터뷰 내내 세 번이나 차를 대접해 주는 장 원장 아내의 단아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장 원장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바로 부인의 조용한 내조덕분이라며, 아내에 대한 미안함고 고마움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고진감래로 어려운 시간 함께 했던 동반자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고려불화박물관이 완공되면, 도심 속 사찰이 아닌 박물관에서, 불교문화의 역사를 그림으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장 원장은 앞으로 강원도 인제를 찾는 관광객들이 우리의 아름다운 불교문화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 원장의 서원이 예의 그 겸손함과 장인정신으로 열매를 맺어, 자타가 공인하는 불화의 대가로 그 위대한 유산이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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