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美를전 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관 모델 김선희
  • 여성시대 Live
  • 승인 2018.11.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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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유려한 실루엣과 고운 색채를 담은 한복은 그 어떤 드레스보다 우아하다. 오죽하면 로몽드지 패션 수석기자였던 로랑스 베나임이 한복을 보고 ‘바람을 옷으로 담아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데 모은 옷’이라 표현했을까. 깊어가는 가을날, 남산 한옥마을에서 격조 있는 한복 맵시로 해외에 한국의 미를 알리고 있는 모델 김선희를 만났다. 모델이라는 직업을 통해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그녀는그 순간에도 품격 있고 우아한 모습으로 한복의 미를 담아내고 있었다.
 
에디터_ 고정 human4423@hanmail.net / 사진_ 임계훈 inheritz@naver.com

모델 김선희씨
모델 김선희씨

해외에서 발견한 한복의 아름다움

살다 보면 종종 예기치 못한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가 한복 모델을 시작한 것은 2016년. 봉사활동을 즐겨 하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평소 다니던 샵에서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소리와 함께 한복홍보대사 선발대회 출전을 권유받았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주위 지인들도 힘을 실어 주자 그녀는 용기를 냈다. 평소 즐겨 입었던 한복이었기에 거부감은 없었 다. 대회 전날 “우리 며느리가 당선이 안 되면 누가 되겠느 냐”고 농담조로 격려해 주신 시어머니의 말씀도 힘이 됐다.

큰 기대 없이 출전한 대회에서 그녀가 받은 것은 진(眞). 앳된 모습으로 한복을 입은 그녀의 옷매무새는 수많은 참가자들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졌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중년 여인의 멋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은 그녀는 한복 홍보대사로 당당히 선정됐다. 그리고 그렇게 모델 김선희의 삶은 시작됐다.

 

그녀가 한복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남편을 따라 해외에 나갔을 때부터였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브라질 상파울루에 주재원으로 파견되면서 그녀도 아이들과 함께 해외에 거주하게 됐다. “한국을 떠난 이후에야 한복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한복을 자주 입고 아끼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라 생각하게 됐죠.”

외국에서 살아가는 시간은 그녀를 자연스레 한복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브라질에서 열리는 모임이나 파티, 축제에 나갈 때면 자연스럽게 한복을 꺼내들었다. 그때마다 사람들로부터 아름답다는 찬사를 여러 번 받았다. 처음에는 ‘그저 하는 소리 겠지’하고 가볍게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도 한복의 매력에 흠뻑 매료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우연히 나가게 된 한복홍보대사 선발대회에서 영예의 진을 받게 되자, 그녀는 자신의 역할에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우연히 참가한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나니 앞으로 더욱 한복을 아껴 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녀는 그때 이후 한중 무역 한복 패션쇼, 서울스토리 패션쇼, 강남 페스티벌 패션쇼 등 굵직한 무대에 연이어 오르며 모델로서 한복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디자이너가 가장 사랑한 한복 모델
 
한복 맵시가 아름다운 것은 그녀가 훌륭한 모델인 점도 있지만, 그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 주는 한복 디자이너와 고전머리 전문가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좋은 날 눈부시게’를 운영하시는 김광자 대표님은 저에게 최고의 한복 디자이너세요. 그 분의 화려한옷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저와 잘 맞아서 화보 촬영도 많이 하고, 저를 메인으로 쇼를 준비하시기도 하죠.

대표님 옷을 입고 각 나라 외교관이 오는 의전 활동도 많이 나가고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도 추천해주셔서 올림픽 기간에도 한복을 입고 대회를 찾았어요. 대표님 옷은 전통 한복의 선과 색상에 기초를 두고 서구화시킨 퓨전 한복으로 전 세계 외국인들도 편하게 입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해요. 내년 3월에도 시애틀에서 쇼가 있어 함께 준비 중이고요.”

한복에 어울리는 헤어와 메이크업은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한 조아영 고전머리 전문가가 맡아준다. 한복 모델을 하며 더욱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숙명여대 한국 고전머리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던 그녀는 얼마 전부터 한국적인 선을 살리고 싶어, 어릴 적 배우던 한국무용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항상 옷자락과 머리 스타일까지 섬세하게 신경 쓰는 그녀는 한복을 입는 모습 안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어 했다. “직선과 곡선이 함께 공존하는 한복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한복은 굉장히 품위 있는 의복이기 때문에 입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단정해지 죠. 몸매와 맵시처럼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세한 움직임, 눈빛, 미소, 표정 등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은은한 아름다움이야말로 한복의 미와 상통하는 가치라 생각해요.”

이제는 한복 모델의 가치를 높일 때
 
그녀는 한복 중에 대례복을 가장 좋아한다. 신라 시대의 의복을 재현해 낸 옷 중에 선덕여왕 의상은 그녀가 꼽는 최고의 의상. 그녀는 화려하고 기품 있는 궁중의 옷들도 훌륭히 재현해낸다. “무대에 설 때마다 한복을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들떠요. 저는 원래 수줍음이 많아서 리허설을 할 때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대에 서거나 화보 촬영을 하다 보면 카리스마가 생기고 눈빛이 반짝이면서 달라져요. 제 스스로도 놀랄 만큼이요.”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았다. 한복 모델로 활동하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와 여주시 홍보대사, 해외 국위선발대회 특별대상, 스포츠닷컴 모범 모델 봉사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한 외교 사절들이 오는 행사에도 참석해 함께 사진도 많이 찍으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내는 그녀는 이런 활동 하나하나가 한복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거라 믿는다. “행사 중에 만나는 외국 분들이 한복이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할 때마다 너무 자랑스럽죠.보람도 되며 즐겁고요. 의복을 넘어 모든 한국 문화를 전 세계인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이제 한복 모델의 가치는 스스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미시즈 모델 대표로 미국 대회 출전
 
모델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냐고 묻는 말에 그녀는 대답 대신 웃음 짓는다. “전 정말이지 단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지방 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다 보니 이렇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어려서부터 예쁘다는 소리는 종종 듣고 지냈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었죠. 지금은 주위 지인들이나 지방에 있는 친구들에게 제가 한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 너무 신기하고 즐거워해요. 그러다 보니 일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고요.”

그녀는 최근 미시즈 유니버스에 출전했다. 권순창 총괄대표가 많은 인재들이 참가비 없이 무대를 즐기게 하기 위해 만든 미인 대회다. 연령에 상관없이 결혼한 여성들이 출전하는 미인 대회로 20대 초반부터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그녀는 50대의 나이에도 당당히 미에 당선됐다. “굉장히 떨렸어요. 3부로 나눠져 세 가지 의상을 입는데, 나이 어린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게 민망했었죠. 한복 모델이 아니라 일반 모델로서 평가받는 거니까 많이 어색했어요. 수상까지 하게 된 게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요. 본상을 받으면 외국 대회에 출전하게 되는데, 저도 내년에 국제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에요.”

미시즈 유니버스 대회를 총괄한 김채원 운영위원 장은 그녀에 대해 자기표현 능력과 재능이 뛰어나고 자기의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꿈을 위한 도전과 용기가 놀라웠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내년 봄 미국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을 소개하게 될 그녀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미즈 모델이 모인 스텔라에서 이루는 꿈

그녀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곳은 '스텔라'라는 미즈 모델 협회다. 35세부터 55세 사이의 모델들이 활동하고 있는 미즈 모델 단체로 대부분 미인대회 출신이거나 모델 출신들이다. 그녀는 작년에 함께 일해보자고 제의받아 함께하게 됐다. “현재 35명 정도 활동하고 있어요. 스텔라의 배지원 회장님이 좋은 무대에 많이 설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죠. 모델 아카데미에서 워킹 연습도 항상 하고 있고, 정기 모임도꾸준히 갖고 있어요. 모델라인 출신으로 워킹을 담당하는 장미영 선생님께서 교육을 담당해 주고 있으시고요. 나이 어린 친구들도 굉장히 들어오고 싶어 해서 대회에 나가 친해진 이들에게 함께하자고 권유하곤 해요."

그녀는 스텔라에서 한복이 아닌 다른 의상을 경험 한다. 얼마 전에는 골프웨어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누구나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잖아요. 저는 주로 한복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 주로 한복을 입는데, 다른 옷들은 잘 안 입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스텔라를 통해 새로운 무대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아요. 안해보던 것들을 경험해 보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 니까요. 앞으로도 스텔라를 통해 제 삶이 더욱 풍요 로워졌으면 좋겠어요.”

모델 김선희를 사랑하는 김광자 디자이너

‘좋은 날 눈부시게’를 이끄는 김광자 디자이너는 모델 김선희를 사랑하는 이다.

원래 드레스 의상을 전공했던 그녀가 만드는 옷은 전통에 기초를 둔 퓨전 한복. “일본과 중국, 베트남은 자신들의 의상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어요. 일본은 기모 노를 고가로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베트남은 아오자이를 누구나 한 번쯤 입어볼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사가도록 하죠. 전통 의상으로 엄청난 소득이 창출되며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한복은 많이 알려져 있고 외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하는데도,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어떻게 하면 한복을 쉽고 편하게 입을 수 있을 지 고민하다가 퓨전 한복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한복 고유의 선을 지키며 서구적인 드레스를 가미시킨다. 색상이나 원단도 전통에 기초를 둔 채 약간씩 변형된다. 그의 한복은 화려하고 독특해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렇기에 슬픈 날보다는 좋은 날 어울린다. 한복을 입는 이들이 눈부시도록 돋보이게 하자는 마음으로 옷을 만든다.

“전통도 끊임없이 발전해야 해요. 시대에 맞게 의상을 변형시켜야 하죠. 한복을 세계화 하려면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옷을 만들어야 해요. 2013년부터 패션쇼를 하고 한복 미인대회를 하기 시작 했는데, 예전에는 그런 시도가 거의 없었어요. 한복은 고가이면서도 실생활에 입기는 불편하기 때문에 자주 입지는 못하요. 제가 만든 옷은 우아하고 화려한 드레스에 가깝기 때문에 실제 입는 분들도 좋아하고 독일이나 일본으로도 판매가 많이 됐어요. 파티 문화가 있는 곳에서는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한복이 얼마나 편하고 예쁘고 다양 한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실질적으로 수입을 창출해 내는 게 목표예요.

내년 3월 미국 시애틀에서 하는 패션쇼에서는 미리 한복 책자를 보내 선주문을 받을 예정이에요. 한복을 100벌 정도 가져가서 판매를 하는 거죠. 한복을 알리는 걸 넘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편히 입을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
 

김광자 디자이너(왼쪽)
김광자 디자이너(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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