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일까? 문화일까?
  • 김민진
  • 승인 2018.11.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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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규제를 통해 바라본 게임의 역할

<사회 & 이슈>

 

게임, 중독일까? 문화일까?

중국 게임규제를 통해 바라본 게임의 역할

 

2018830. 중국 정부는 게임총량을 제한하겠다.’는 역대급 규제책을 발표했다.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근시를 예방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게임 규제를 선택한 것이다. 게임 수량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플레이 시간까지 관리하겠다는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 게임 관련 업체의 주가는 일제히 떨어졌고, 그 영향은 한국 업체에까지 미칠 전망이다. 과연 중국의 게임규제는 옳은 것일까? 게임을 중독으로 바라볼 것인가 문화로 바라볼 것인가. 관련 쟁점들을 살펴보자.

 

김민진 기자(kimonkey2@hanmail.net)

 

게임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 게임총량 제한제

출처 : 중국 교육부 통지
출처 : 중국 교육부 통지

20064. 중국에서 서민 총리로 유명한 원자바오 총리가 모든 중국인, 특히 어린이들이 매일 우유 500g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는 말을 했다. 11월부터 중국 전역에서 이른바 우유 장정이라 불리는 운동이 전개되었고 중국의 우유 소비량은 급증했다. 그 결과 다음해 세계 우유 가격은 2배 가까이 치솟았고, 모차렐라 치즈 값은 67% 뛰어 올랐다. 독일에서 치즈사재기가 사회 이슈가 되었고, 우리나라 피자헛 CF에서도 피자 대신 스파게티가 등장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했다. 위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최대의 무기는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큰 내수시장이다.

출처 : 게임이용시간 제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
출처 : 게임이용시간 제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

게임 역시 마찬가지.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국의 게임시장은 이번 규제책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은 2016년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서비스 허가, 이른바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었다. 기존에는 해외 게임에 대한 견제의 일부라는 분석이었으나, 올해 4월부터는 중국 게임에 대한 판호 역시 나오지 않으면서 게임이라는 분야 자체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8월 중국 내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게임사 텐센트가 서비스를 맡은 일본 게임 몬스터헌터 월드콘텐츠 일부가 관련 규제와 정책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판매 중단 명령을 받아 서비스가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미 100만장 이상의 사전 판매가 끝난 상황이었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텐센트는 20181분기 매출 순이익만 4조 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세계 최대의 게임사. 글로벌 게임 시장에 투자된 금액 중 40%를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세계 게임업계의 큰 손인 기업이다. 이런 기업조차 규제를 막지 못할 정도로 중국 정부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이번 규제로 인해 중국 내 12세 이하 사용자들은 모바일게임의 사용 시간이 연속으로 15, 일 최대 1시간으로 제한되며 19세 이하 이용자는 2시간으로 제한된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게임사들이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의 총량도 제한한다고 발표하여 중국 게임시장의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3시장을 열어야, 한국 게임계의 과제

출처 : 게임인사이트
출처 : 게임인사이트

중국의 게임 규제에 한국 게임사들 역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2017년 기준 11.6조원.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하는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규제에 막힌 중국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먹음직스러운 시장. 실제로 규제책이 발표된 이후 계약금을 낮춰서라도 한국 서비스를 유치하려는 중국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15년 이후 높아지고 있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나 북미, 유럽과 같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한국의 거대 게임사들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참,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게임을 잇따라 선보이며 중국 게임 규제책에 대한 대처를 준비 중이다.

 

셧다운. 한국 게임 규제의 역사

출처 : 무료 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출처 : 무료 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한국은 게임계에서 여러 모로 많은 상징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게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스포츠인 E-SPORTS에서 우리나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2 등에서 상위 랭킹은 전부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농구로 따지면 세계 최고의 리그인 NBA에 우리나라 선수가 대거 출진한 격. 해외 게임사에서도 한국인의 특출난 게임실력을 인정하여 게임 내에 한국인 캐릭터를 만들어주거나, 게임의 난이도 점검을 한국인 기준으로 하여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게임 실력과는 반대로 한국에서 게임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기성세대들은 게임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중독의 위험이 있는 유해물질로 바라보았다. 결국 2011.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라는 게임 규제책을 법제화시키면서 한국에 게임 규제가 시작되었다.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전면 차단하는 것이 바로 셧다운 제도. 하지만 게임 산업계에서는 연 평균 13.7% 이상씩 성장하던 게임시장이 실효성도 없는 셧다운제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추세로 전환됐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게임 규제에 관한 이 같은 첨예한 의견대립은 결국 게임 자체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게임은 정말 마약과 같은 유해물질일까, 아니면 시대를 이끌 새로운 문화활동일까.

새로운 문화이자 여가생활? 게임의 순기능

출처 : 치매 예방 게임 젊어지는 마을 오프닝 화면
출처 : 치매 예방 게임 '젊어지는 마을' 오프닝 화면
출처 : 학교폭력 예방 게임 '머털도사 학교가다.' 게임화면
출처 : 학교폭력 예방 게임 '머털도사 학교가다.' 게임화면

게임의 대표적인 순기능 하나는 문화적 여가활동이다. 과몰입하지 않은 적당한 게임이용은 오락적 효과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여가활동이 된다. 현실에서는 실현할 수 없는 행동, 불가능한 일을 게임이라고 하는 가상공간을 통해 실현함으로써 일상 속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사회, 공익적 가치를 증대시키는 목적으로 개발한 다양한 기능성 게임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고령자 재활치료용 게임(반사신경 개선), 치매방지용 게임으로 고령화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학교폭력 예방게임, 군사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으로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은 청소년기의 창의력, 판단력, 종합 사고력 같은 인지발달의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익명성이 바탕이 되는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으로 자신의 자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상대편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강력한 집단적 연대성을 경험할 수도 있다. 기능성 게임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교육적으로 활용하여 학습효과를 높이는 사례도 무척 많다. 마지막으로 게임은 일반적인 다른 콘텐츠보다 투입된 자본 대비 월등히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 2010년대 초반에는 국내 전체 콘텐츠 산업의 58%가 게임산업이었을 정도로 게임은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분야다. 중국의 규제로 시장이 위축된다고 하지만,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게임시장은 나날이 발전되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은 산업이기도 하다.

 

중독과 범죄를 야기하는 유해매체? 게임의 역기능!

출처 : 무료 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출처 : 무료 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게임의 역기능 중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과몰입성이다. 일부 언론이나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게임을 보고 살인을 배웠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식의 접근은 상당히 위험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의 부적절한 이용습관이 불러온 과몰입은 분명 사회적 문제화를 불러오게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 게임 규제인데, 현재 한국의 게임규제는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대책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실 게임중독으로 인한 범죄의 위험이 가장 큰 것은 불법 사행성 게임과 사이버 범죄이다. 사이버 범죄가 게임 관련 범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 이 외에도 아직 신체적, 정신적 성숙이 끝나지 않은 청소년들은 자율 조절 기능이 부족하여 쉽게 과몰입에 빠져 체력과, 학습능력 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올 수 있다. 실험결과 일정한 규칙과 시간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효율이 좋다고 하니, 적극 활용해 보자.

 

20185,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 개정(ICD-11)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할 예정이었다. 비록 각계의 반발로 1년 유예했지만, 이 같은 결정은 여러 논란을 불러왔다. 한 전문가는 게임 중독을 1990년대 유행한 인터넷 중독과 비슷한 개념으로 설명했다. 진단 기준이 불명확하며 인터넷 자체가 문제인지, 인터넷을 통한 행동과 경험이 문제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질병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 중독은 게임 자체만의 문제이기 보다는 이용자를 둘러싼 환경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중국의 파격적인 게임 규제로 인해 국내외 게임 시장이 시끌시끌하다.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게임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게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나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임은 과연 새로운 문화인가, 중독인가. 보다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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