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의 그늘 - 디지털 성범죄
  • 최경현 기자
  • 승인 2018.09.1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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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자, 보는 자, 공유하는 자, 가해자는 누구인가?

대검찰청에 따르면 몰래카메라(이하 몰카) 범죄 발 생 건수는 2012년 2천4백건에서 2017년 6천470건으 로 3배나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4월까지 카메라 촬 영에 따른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25명이 구속 기소됐 고 26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는 지난 2013년 이 후 최고치로 하루 6명이 재판에 넘겨지는 수치다. 거울, 탁상시계, 화재경보기, 액자, 물병, 담뱃갑 중 몰카가 설치된 것은 어느 것일까? 한 매체에서는 성인 여성 두 명을 상대로 평범한 방안에서 몰카를 찾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여성들은 카메라 총 9대 중 단 2대만을 찾아냈다. 일상생활용품과 분간하 기 어려운 카메라들은 초소형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사이트에서 노골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때문 에 누구나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몰카 노출에 안전 한 지대가 사라진 것이다.

JTBC 뉴스 영상 캡쳐
JTBC 뉴스 영상 캡쳐
연합뉴스 뉴스 영상 캡쳐
연합뉴스 뉴스 영상 캡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 캡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 캡쳐

지하철 역내에 위치한 여자화장실에는 ‘몰래카메라 검침을 마친 구역이니 안심하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몰카 왕국’이라 는 부끄러운 한국의 민낯이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기적으로 공공화장 실을 단속하고 있다. 대학교 내에서도 개강을 앞두고 몰래카메라 단속 비상이 걸렸다. 모르는 사이, 자신 의 신체 중 일부가 음란물 사이트와 대형 웹하드 사 이트에서 불법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월,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70대 할 머니와의 성매매 사진이 일베 사이트에 올라 파장 이 일었다. 해당 남성은 성매매 과정을 설명하며 상 대 할머니의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시켜 많은 이 들의 공분을 샀다. 한 달 만인 8월28일, 결국 경찰에 체포된 남성은 서초구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A씨 (46살)로 밝혀져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A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피해자 할머니를 만난 뒤 같은 날 음란 사이트 2곳에 사진 7장을 올렸고, 이를 본 B씨 (27살)가 마치 자신이 성매매를 한 것처럼 꾸며 일베 사이트에 사진을 유포시키면서 사건이 커지게 됐다.

‘몰카’는 야동이 아닌 ‘피해 촬영물’

‘골뱅이’, ‘리벤지 포르노’는 술에 취한 여성을 성 폭행하는 동영상 혹은 헤어진 뒤 상대에 대한 보복 행위로 연인 사이였을 때 촬영했던 성관계 동영상이 나 나체사진을 유포하는 것을 말한다. ‘자취녀, 모텔 녀, 몰카’같은 검색어 또한 웹하드 공유사이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불법촬영물들은 200원에서 몇 천원 사이로 몇 분 안에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피해 여성 들은 수십만의 불특정 다수에게 알몸과 성관계동영 상이 노출된다. 한 번 인터넷에 유포된 동영상은 순 식간에 공유돼서 사실상 삭제가 불가능하다. 뒤늦게 노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웹하드 콘텐츠를 필터링 (특정 콘텐츠를 걸러내는 일) 하는 회사나 인터넷 게 시물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에 몇 십에서 몇 백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의뢰해야 한다. 업체를 통 해 영상을 삭제해도 일시적일 뿐이다. 피해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져도 동영상은 웹하드 공유사이트를 떠돈다.

불법 촬영물로 수백억 창출하는 ‘헤비 업로더’

지난 7월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이 방영됐다. 방송에서 피해촬영물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자와 이것을 유통 하는 웹하드 사업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조명했다. 웹 하드 사업자들은 콘텐츠 필터링 회사와 디지털장의 사와도 결탁해 몇 백 억대의 수익을 챙기는 과정이 공개됐다. 게다가 헤비 업로더의 대표가 디지털장의 사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것도 고발했다. 이런 과 정을 통해서 피해자가 유료로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 청해도 제목만 바꿔서 대형 웹사이트에 반복해서 올 라갔던 것이다. ‘헤비 업로더’가 2배의 부당이익을 챙 길 때 피해 여성들은 2차 피해를 입고 있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 93.9%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 중 가해자의 71%는 전 연인 또는 지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통신심 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신고는 지난 2016년 8천4백건에서 2017년 1만 건으로 1 년 새 약 19% 증가했다. 피해자는 디지털 성범죄 피 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본인의 중요 신체 부위가 영상에 담겼다는 증거를 스스로 제출해야만 한다. 수사과정에서 정신적 피해 등 2차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8월에는 국내 웹하드 업체의 특별 수사를 요 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0만 명 을 넘어섰다. 여성변호사회는 지난 8월10일 성명서 를 통해 “불법촬영 영상물 유통을 조장·방조·묵인 한 웹하드 업체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 구한다.”고 밝혔다. 시민과 여성계의 요구에 정부의 반응이 주목받고 있다.

재발 범죄를 부추기는 솜방망이 처벌

남의 사진을 몰래 가져다 음란물로 유통시키는 경우 범인이 잡혀도 ‘성폭력처벌특례법’상 범죄로 인 정받지 못한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사용해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사진을 내려달라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가해자가 오히려 ‘문 제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본인 동의 없이 신체 일부 를 촬영, 또는 유포한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이중 징 역에 처해지는 경우는 단 5%로 그친다. 그중 3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은 79%다. 솜방망이 처벌로 디지털 성범죄의 죄가 가볍게 인식되고 있다.

진짜 방조자는 우리 자신

지금까지 가해자 처벌이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던 것은 디지털 성범죄가 ‘성폭력’이라는 인식이 부족했 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도 피해 촬영물을 시청, 공유 하는 것이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의식 역시 중요하다. 대부분의 피해자 여성은 수치심에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조차 숨기고 혼자 서 수습에 나선다. 심신이 모두 약해진 뒤에 극단적 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 여성도 늘고 있다. 한번 유포 된 성범죄 영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30일부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원센터에서는

피해자가 신고하면 상담, 삭제 지원, 수사 지원 등을 제공한다. 법률이나 의료 지원도 연계하고 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유 포물이 완전히 삭제되지 않는 한 피해자들의 고통 이 계속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삭제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며 “9월부터 가해자에게 삭제비용에 대한 구 상권 행사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일명 ‘국산 야동’으로 불리는 불법피해 촬영물은 ‘노는 여자’라서, ‘처신이 헤퍼서 봐도 괜찮다’라는 선입견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화면 속 피해자가 옆에 있는 가족 또는 연인이라면, 단순이 노출이 심 한 여자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몰래카메라 주의 법

모텔
카메라가 가장 많은 곳은 TV 리모컨 수신 센서다. 모텔 TV는 침대를 정면으로 보고 있어 촬영하기에 위치도 좋고 숨기기에도 적절하기 때문이다.

공중 화장실
천장에 환풍기가 달렸다면 주의하자. 환풍기는 공 중 화장실 몰카가 가장 많이 나오는 장소 중 한 곳 이다. 천장 텍스 구멍이나 화장실 문고리의 나사 구 멍 중 유난히 눈에 띈다면 몰카일 확률이 높다.

샤워실 / 탈의실
헬스장 샤워실이나 탈의실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도 주의 깊게 보자. 실제로 포 스터에 적힌 ‘옷장 열쇠’라는 글자에서 ‘옷’의 ‘ㅇ’을 까맣게 칠해 카메라를 숨겨놨던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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