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와 숲 - (사)숲연구소 남효창 이사장
  • 여성시대 Live
  • 승인 2018.09.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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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는 숲으로부터 배워야 할 때
이미 오래전부터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숲해설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으로 예상된다. (사)숲연구소는 2002년 설립되어 이미 15,000여 명의 숲해설가를 양성해 낸 공신력 있는 교육 기관으로, 남효창 이사장이 설립해 지금까지 꾸려오고 있다. 남 이사장은 ‘생태’란 개념조차 생소한 때부터 일찍이 독일에서 삼림생태학을 공부한 뒤, 국내 생태교육의 선두주자로 수많은 전문가들을 양성해내고, 요즘은 특히 생태철학을 정립하고자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40년 동안 날마다 숲에게 배운다는, 숲박사 남효창 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에디터_ 정숙영 jungsy79@naver.com / 사진_ 임계훈 inheritz@naver.com

 

10년 전만 해도 숲해설가 과정은 주로 50~60대가 많이 들었으나, 요즘은 40대 초반이나 직장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만큼 경제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각 지자체마다 생태공원과 생태길 조성에 힘쓰는 데다, 숲유치원이나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현장학습 등 관련 교육기관이 늘어남에 따라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숲연구소 남효창 이사장은 “생태 관련 산업이 늘어나는 양적 팽창은 매우 반가운 일이며, 더 중요한 것은 질적 관리”라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생태적인 삶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과 비판적 의식이 계속 필요하고, 전문적인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지금까지는 숲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어떻게 돈으로 환산해낼까 생각하는 1차 산업적인 접근을 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며, 남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류에게 와 닿는 숲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한다.

인생이 재미없고 무의미하다면
날마다 숲으로 들어가라

인간이 지닌 불완전성이 더욱 커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해답은 숲에서 찾을 수 있다. 의료·과학의 기술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날로 길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어느 때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긴 인생의 무료함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라는 화두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대두되는 사회이다. 그러기에 남 이사장은 사람보다 더 긴 세월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나무들, 숲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나가 바라보아도, 숲은 날마다 다릅니다. 날마다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고, 늘 다음이 기다려집니다.”

남 이사장은 7년 살았던 정선을 떠나 강촌에 정착한 지 3년 되었다. 전국 곳곳 숲 가까운 곳을 찾아다니며 살아보는 남 이사장은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 숲으로 들어간다. 숲은 날마다 다른 모습이기에 일상을 지루하다고 느낄 틈이 없다.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이 어느 시대보다 많다. 굳이 우리나라 자살률을 언급하지 않아도 이에 대한 심각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남이사장은 인공지능이 인간 삶의 많은 부분을 개입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데, 인생을 왜 계속 살아야 하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숲에 가서 호기심과 살아 있음의 변화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숲해설가는 생태철학자가 되어야

인공지능의 발달로 직업군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이제 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남 이사장은 숲과 관련된 일이 바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의학의 발달로 암을 정복하는 시대가 도래 했으나, 첨단의학조차 다룰 수 없는 ‘마음의 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외로움’과 적극적으로 싸워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남 이사장은 “숲해설가는 숲을 설명하는 사람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검색만 하면 우르르 쏟아지는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숲해설가는 숲의 치유능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안내자요, 숲의 철학을 전달하는 메신저요, 숲의 정신을 지닌 자연과학자이면서 인문과학자여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생태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여, 숲의 치유 능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남 이사장은 정신적 빈곤을 채울 수 있는 것은 관계,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 자연과 사람의 관계라며, 인류가 이루어야 할 생태 공동체에 대해 피력했다.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은 물질의 풍요가 아니고, 사람이 얼마나 관계의 풍요로움을 누리느냐의 문제입니다. 숲 안에서 그걸 누릴 수 있어요.” 숲에 가면 다들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숲이 주는 풍요로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채워짐을 인간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같다. 남 이사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숲과 함께하면 지금과 10년 후의 삶이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나무에게 꼭 배울 점 3가지

1. 나무처럼 오래 사는 방법
나무는 햇빛과 물과 공기만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기에 타자(他者)를 해하지 않고 살아가기에 오래도록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키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바꿔 말하면, 오래 살게 된 인간은 나무로부터 오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 이사장은 사람도 나무처럼 최대한 다른 생명체를 해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2. 나무의 자기관리 시스템
“40년 동안 나무를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무는 자기관리(self-management)가 철저하다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자기관리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나무의 일상이 단순한 것 같지만, 남 이사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요즘나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정확히 하지(6월 21일)를 지나면서 나무는 낙엽을 떨어뜨려야 하는 시점, 즉 추분에 완벽하게 맞춰서 살아가는 중이다. 하지부터는 잎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나무는 하루 주기, 계절 주기, 일년 주기, 평생 주기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무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고. 우리가 나무의 자기관리 시스템을 배운다면, 우리도 인생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자살에 대한 예방도 가능하지 않을까?

3. 나무의 자신감(self-confident)
남 이사장은 사람이 나무처럼 중심을 잡고 확고하게 서 있으면 인생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사람이 살면서 힘든 것은 주변의 말에 따라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숲의 치유 능력과 연계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이 가진 불안정성에 대한 연구를 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남 이사장은 방대한 지식에 접근성을 용이하도록 만든 기술력에 대해 칭찬하면서도, 어느 발명품보다 중독성이 강한 스마트폰에 대해 경고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혼자서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숲을 이루면서도 홀로 굳건하게 서있는 나무처럼 말이다.

꿈과 포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삶은 행복한 것입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 이사장이 10~20년 전 가르쳤던 제자들은 이제 전국 각지에서 생태교육 분야의 리더로써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 이사장은 그들을 만날 때마다 참 뿌듯하며, 인생의 의미가 다른 데 있지 않음을 느낀다고. 남 이사장은 “도네이션(donation, 기부)이 삶을 매우 가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해 5년째 야전군 장병 및 군인가족을 대상으로 ‘숲 체험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파주에 100만 평의 숲을 조성 예정이며, 지자체와 협력하여 영주 무섬마을을 준비하는 등 미래생태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약 력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삼림생태학 학/석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이학박사
現 (사)숲연구소 이사장
前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환경정책연구소 연구원 역임
前 서울대학교 임업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역임
前 환경부 환경교육 자문위원
前 한국산림휴양학회 상임이사
前 세계 생명과 평화의 길 추진위원
前 국립휴양림조성 심의위원회 심사위원


저 서
숲으로 풍덩 (2008, 계명사)
나무와 숲 (2008, 계명사) (2010, 한길사)
애들아 숲에서 놀자 (2006, 추수밭)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 (2004, 청림출판)
숲생태교육 가이드북 (2003, 도서출판 애벌레)
아이들과 나누는 숲이야기 (2002, 교보생명)

남 이사장의 가장 큰 꿈은, 독일 8천만 명 중 4천만 명이 살고 싶어 하는 생태도시인 흑림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를 우리나라에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다. 춘천, 정선, 강촌에 살아보며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생태도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성인만을 대상으로 하던 독일 숲 기행을 청소년층까지 낮춰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훌륭한 리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만큼 청소년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이든다고. “그럼 이 세상에 다녀가는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남 이사장은 시원한 대숲 같은 웃음을 호탕하게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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