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의 계보를 잇는 세계적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 최경현 기자
  • 승인 2018.09.13 1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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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믿고 보는 지휘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전석 매진 신화를 이루고 있는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때문이다. 대구 시립교향악단과 4년째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 줄리안 상임지휘자는 대구를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독일 국적의 서양 지휘자가 대구의 어떤 매력에 반했는지, 또 어떻게 대구를 클래식으로 흠뻑 물들였는지 만나본다.

에디터 최경현 기자 rplusone@naver.com 사진 제공 대구 시립교향악단

줄리안 코바체프와 대구와의 인연은 지난 2014년 4월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섬세하고 품격 있는 음악적 해석으로 카라얀의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그는 2019년 3월까지 연임계약을 맺어 대구시향과 함께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는 중이다.

대구에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그는 지난 2015년 5월,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앙코르 공연 도중 심장마비 증세로 무대 위에서 쓰러진 적이 있다. 그때 관객석에 있던 대구시민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응급처치를 한 덕에 무사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대구시민들의 순발력 있는 초기대응으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로 응급처치를 받고 무사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

코바체프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대구에 왔을 때 제 심장을 여기 두겠다고 했는데, 대구가 제 심장을 살렸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쓰러져도 지휘봉 놓지 않아
대구는 제2의 고향

대구시민들의 응원과 함께 지금은 테니스를 즐길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공연이 없는 날에는 대구시의 테니스 경기장을 즐겨 찾는다.

“시간이 나면 두류공원에 위치한 테니스장에 꼭 가려고 합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테니스를 좋아 했어요. 테니스가 요구하는 집중력과 인내심은 지휘자로서 갖춰야 하는 자질이기도 하지요. 대구에 와서 테니스를 치며 친분을 쌓은 친구들도 있고요. 좋은 사람들과 땀 흘려 운동을 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코바체프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무더웠던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까? 사실 그는 여름마다 대구가 아닌 이탈리안 베로나에 머문다. 매년 6월에서 8월까지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초청받기 때문. 그곳 역시 매우 덥고 습해, 40도가 넘는 날씨에 야외 공연장에서 오페라를 지휘할 때가 많아 더위에는 익숙하다고. 심장
이 멈춰도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을 멈출 수 없다. 리허설 도중 쓰러진 적이 있었으나 다시 일어나 오페라 2회 공연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칠 정도로 그는 일에 관한한 최고의 프로다.

세계적인 지휘 거장 카라얀에게 사사(師事)해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코바체프는 재작년 돌아가셨지만 독일에서 사운드 트랙으로 유명했던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와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접했다. 열여덟 살 때 카라얀재단 장학금을 받으며, 베를린에서 카라얀에게 직접 지휘와 음악에 대한 태도 등을 사사하며, 지휘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1984년 카라얀 생전 개최한 마지막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포기를 모르는 완벽한 연주는 스승인 카라얀의 영향이 크다고. 베를린 음대를 수석 졸업한 만큼 천재적인 자휘자로 평가받는 코바체프는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를 맡기 전,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시작으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심포니,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 등에서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거쳤다. 한국과의 오랜 인연도 빼놓을 수 없는데 KBS교향악단 초청으로 3~4년에 한번은 꼭 한국을 찾아 정기연주회를 맡기로 했다.

대구시향 취임 후에는 창단 52년 만에 유럽 3개국 순회 연주회를 성황리에 이끌었는데, 세계 최고 무대로 손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 홀,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 홀에서 성공리에 연주회를 개최하면서 대구시향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체코에선 전석 매진을 기록해 현지 음악관계자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35번의 전석 매진 기록
관객과 감동을 주고받기에 가능

코바체프와 대구시향의 연주회는 35번의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구시에 클래식 열풍을 일으켰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대구 시민들이 이미 클래식 음악을 누릴 수 있는 높은 소양을 갖추고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또 대구시향 단원들의 뛰어난 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대구 시민들에게 오히려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공연장을 찾는 시민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행복합니다. 저는 진심을 담은 연주로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그에게는 어느 공연이 가장 인상적이었을까?

“지휘자의 길로 들어선지 어느덧 34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수천 번 무대에 올랐지만 연주회는 제게 늘 새로운 도전입니다.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공연에 임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순간만큼은 음악에 완전히 빠져야 하죠. 식상한 답변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모든 공연이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축하하는 일에 떡을 돌리고
주말에는 대구FC 응원해

대구 향촌동의 수제화 골목에서 맞춘 신발만을 고집한다는 코바체프는 대구시향 단원들에게 수제화를 맞춰주기도 한다. 창단 50주년 때는 “경사스러운 날 한국에서 축하하는 방식으로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어” 단원들에게 축하 떡을 돌렸다.

대구 생활 4년차에 접어든 그는 어느덧 한국식 ‘정’을 실천하고 있다. 코바체프는 재능기부로 작년부터 대구에 거주하는 음악 영재들을 위해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아카데미에서 ‘마에스트로 코바체프 오페라 클래스’를 맡아 아이들에게 직접 합주 지도를 하고 있다. 올해
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펀스튜디오(Opernstudio) 오디션을 통해 가능성 있는 성악가를 선정, 성악 수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정기공연이 없을 때는 대구시 곳곳을 둘러보길 즐긴다.

“대구는 흥미로운 도시입니다. 매일 다양한 문화, 스포츠 행사가 준비되어 있어요. 저는 주로 여유 시간에 음악 감상을 위해 대구콘서트하우스와 여러 공연장을 찾아다녀요. 최근에는 K리그에 빠져서 주말이면 대구FC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대구스타디움에 가고, 또 테니스 경기장도 자주 갑니다.”

 대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 느껴

코바체프는 독일에서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고전과 낭만 시대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현대음악을 탐구하고 연주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올해 그는 대구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두 차례 지역 작곡가의 작품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이는 등 동시대를 사는 음악가의 창작곡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늘 환한 미소로 밝은 에너지를 나누는 그이지만, 힘든 일도 있었다. 지난 2016년 정기연주회를 열흘 앞두고 독일에 있는 모친이 돌아가셨던 것. 코바체프는 독일로 가 보라는 주변 권유에도 약속된 공연을 개인적인 사유로 변경할 수 없고 어머니도 원치 않으실 거라면서 공연을 예정대로 마쳤다. 타향살이가 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가 부른다면
앞으로도 남아있고 싶다고.

“일적인 관계를 떠나서 대구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고향은 장소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어요. 여기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깊은 유대감을 느낍니다. 대구는 편안함과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또 하나의 고향입니다.”

“음악은 제 삶이에요. 언제까지 지휘자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어떤 무대든 훌륭한 연주자와 관객이 있다면 계속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12월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줄리안 코바체프. 앞으로도 매년 대구시향과 함께 따뜻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감동하게 할 그의 연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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