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의 취미, 향도香道 교육자 이루향서원 원장 정진단
  • 박윤향 기자
  • 승인 2018.09.05 22: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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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한사四般閒事’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이는 차를 마시고, 향을 사르고, 꽃을 꽂고, 그림을 감상하는 우아하고 풍류 가득한 삶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것이 옛 선비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한다. 오늘날 한중일 상류층 사이에서 알만 한 사람은 다 알지만, 누구나 누릴 순 없는 극소수의 취미생활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차를 품위 있게 마시며 도를 닦는다는 ‘다도(茶道)’에서 이제 향을 피우며 수행(修行)한다는 ‘향도(香道)’가 유행하고 있다니, 명칭조차 낯선 단어인 향도란 게 도대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인기인지, 한국에서 10년간 150여 명의 회원에게 향도를 가르쳐 온 이루향서원 정진단 원장을 만나 향도를 체험해 보았다. 품위와 교양을 갖춘 사람들의 고급 취미로, 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다도(茶道)는 이미 다들 알고 있을 터. 이제는 다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향도(香道)를 배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다도는 차를 마시는 것에서, 향도는 향기를 맡는 것에서 출발한다.

중국고급평차사
한국향도협회 회장
이루향서원 원장
중국문화부 향도협회 정회원
온스타일(On Style) ‘스타일 라이브’ 방송 출연
저서 <중국 향도> <호흡의 예술 향도>

에디터_ 박윤향 tea-incense@naver.com / 사진_ 임계훈 inheritz@naver.com

사람은 태어나 첫숨을 쉬면서 생(生)을 얻는다. 이후 숨을 거두기까지 호흡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세상은 냄새로 가득 차 있어 호흡은 냄새를 동반하기 마련인데, 우리가 끊임없이 숨을 쉰다는 것은 끊임없이 어떤 냄새를 맡는다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다.
그러나 숨 쉬기를 의식하며 사는 사람이 없듯, 매순간 냄새를 의식하며 사는 사람도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 호흡의 중요성을 모른다. 어떠한 냄새가 숨과 함께 몸속으로 들어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역한 냄새를 맡으면 인상이 찌푸려지고, 좋은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쁜 냄새를 없애려 방향제를 많이 쓰기도 한다. 방향제와 향초가 유행하고, 향기에 따른 여러 효능이 속속들이 입증되고 있으며, 향 관련 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화학 방향제 사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연향’이라고 하지만, 화학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 얼마나 될까, 또 가능하긴 한 것일까?

 완전히 천연물질의 향이 있다. 고대로부터 사용되어 오랜 역사를 지닌 침향(沈香)이다. 침향은 얼핏 보면 나뭇조각 같지만, 물에 뜨는 일반적인 나무 성질과 달리 물에 가라앉는다고 ‘가라앉을 침(沈)’ 자가 붙었다. 목질보다는 나무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진이 굳어진 것이라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나무 진과는 어떻게 다를까? 일단 만들어지는 조건이 까다롭다.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팥꽃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이어야 하고, 그 중에서도 10년 이상은 자란 나무여야 하며, 나무가 상처를 입어 바로 고사(枯死)하지 않고 침향이 될 물질을 충분히 분비한 뒤 고사해야 한다. 그 뒤 시간이 흐르면서 침향 주변의 목질 부분은 썩어 없어지고 침향만 남게 된다.

향도의 재료, 침향은
황금보다 귀하고 비싸...

수천 년 이래 황제와 귀족들이 갖고자 무던히 애써온 침향은 예로부터 황금보다 귀하고 또 비쌌다.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효능 또한 뛰어나다. 동의보감에도 침향을 귀한 약재로 소개하고 있고, 공진단에도 들어가며, 가장 오래 된 중국의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도 나와 있다. 침향이 열에 닿으면 은은한 향기가 나는데, 이로써 병을 고치거나 양생(養生)하고 심신(心身)을 안정시키고 기(氣)를 바르게 한다. 향기로 호흡의 퀄리티(quality)를 높임으로써 건강과 삶의 퀄리티 또한 향상될 수 있다고.

향도는 이런 침향을 이용하여 ‘천상의 향기’를 맡음으로써,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닦고 수련하는 것이다. 향이 가진 달고 쓰고 시고 맵고 얼얼한 맛을 느끼고, 향기가 코로 들어가서 온몸에 퍼지는 과정을 즐기는 동안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향도를 배워 호흡에 향기를 싣게 되면, 천연과 인공의 향기를 구별하고, 향기의 등급을 체득하며, 내 몸에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온통 인공적인 것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실로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향기가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주의할 점도 있어...

향초는 태울 때 유기화학물질을 배출시켜 아무리 천연향료를 사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실내에서 장시간 이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스틱향이라고 부르는 선향(線香)도 코에서 최소 30cm이상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정식으로 향도를 할 때는 재와 숯을 사용하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아무리 좋은 숯을 쓰더라도 희미하게 숯 냄새가 섞인다. 그래서 요즘은 편리하고 잡냄새도 없는 전기향로를 많이들 쓴다. 숯을 태워 빨갛게 익어가는 것을 기다리고 재를 다듬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과정이 생략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전기향로 위에 은으로 만든 작은 은편을 올리고, 그 위에 침향조각이나 침향가루를 올려두고 온도를 조정하면 손쉽게 향을 맡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침향에서는 과일향과 꽃향이 진하게 난다.

침향 중에 등급이 높은 것은 기남이라고 하는데, 향의 기운이 세다 못해 코끝이 얼얼한 느낌이 든다. 향은 진하지 않지만 기운이 강해,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조금만 호흡을 해도 가슴에 찔리는 느낌이 든다.

외로움보다 더 큰 사치는 없다

웬만한 서울 사람보다 경상도 사투리를 잘하는 정 원장이 중국인이란 이야기에 깜짝 놀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정 원장은 한족인 아버지와 조선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국 대련에서 자랐다. 소학교부터 중국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다가 20대 중국 진출한 한국기업에 다니며 한국 경상도 출신 상사들로부터 한국말을 배웠다.

20대 초반 차를 접한 뒤 중국 전역을 다니며 현지에서 각 지역의 차를 배웠고 중국고급평차사 자격도 획득했다. 막내로 사랑받으며 자라 베풀기보다 받기에 익숙했는데, 누군가에게 차를 정성스럽게 내는 데서 베풀고 나누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고. 이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하며 고독한 이국생활을 하게 되었다. 친구도 없고 일도 없는 외로운 생활을 견디기 위한 방편으로 떠올린 것이 1998년도 처음 접했던 향에 대한 기억이었고, 이후 본격적으로 향도에 심취하게 되었다.

혹자는 향을 피우면 연기로 사라지고 말아 허무하다고 하지만, 흩어지는 연기 속에 향도의 유익이 있다고 말한다. 스러지는 연기를 바라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체득하며, 계속 지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에 대해 배우게 된다고.

정 원장은 한국이란 낯선 곳에 놓이게 된 상황, 당시 외로움이 오히려 향도의 세계로 깊이 있게 들어가게 된 ‘기회’라고 말한다. 그 외로움이 지금의 정 원장을 만들었다. 본인이 즐기던 향도를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에게 하나둘씩 가르치다 보니, 이제는 바쁜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고, 그러고 보니 ‘외로움보다 더 큰 사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중국 문화예술인으로서
한국예절 장점 많다고 느껴

이루향서원에서는 차와 향을 배우기 전, 한국다례를 꼭 배우게 한다. 절부터 가르치는 한국다례는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게 하기 때문이라고. 이런 좋은 문화를 한국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각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수업으로 예절을 꼭 가르치길 제안한다. 한국다례는 울산다도예절협회 황정자 회장이 직접 가르친다.

정진단 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삶을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그럴수록 많은 방황을 하는 요즘 젊은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든다. 아름다운 향기와 함께하면 할수록 세상을 향기롭게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는 정 원장이 피워 올리는 향기가 은은하면서도 강렬하다.

이루향서원

이루(一如)는 정진단 원장의 호를 중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향(香)은 온갖 향기로운 것, 즉 입에 향기로운 차, 코에 향기로운 향, 귀에 향기로운 고전음악 등 가르치는 과목을 뜻하고, 서원(書院)은 학교의 옛 말이다.

2009년부터 커피왕국인 한국에서 중국차(茶), 한국다례, 향도를 교육해 온 곳 이루향서원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꾸준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생활문화 전파 및 교육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정 원장은 한국에 사는 중국인으로 한중문화교류를 위해서도 많은 공을 세우고 있으며, 동양 옛문화 복원 및 교육을 위해 애쓰고 있다. 부산, 광주,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한국인들이 배우러 올 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중국인들도 정 원장에게 배우려 서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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