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의 힐링 공간, 이세영 회장의 소나무 정원
  • 정숙영
  • 승인 2018.09.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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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로망, 나만의 정원을 꾸미다
3700여평에 꾸며놓은 소나무 정원
평택 기업인 이세영 회장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정원을 꾸미며 노년을 보낸 타샤 튜더는 중년 여성들의 로망을 보여 주었다. 요즘은 여가생활로 등산을 하는 중년 남성들이 많아, 중년 남성들의 로망도 별반 다르지 않다. 넓은 땅에 자신이 꿈꾸던 정원을 꾸며 두고, 나무와 꽃을 가꾸며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지인(知人)들과 함께 산책하는 노년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누구보다 성실한 사업가요, 남편이요, 아버지로 열심히 살아온 이세영 회장이 3000여 평에 꾸며놓은 소나무 정원은 남녀를 떠나 뭇 중년의 로망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회장과 함께 백년 넘은 소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거닐며 노년을 준비하는 인생에 대한 철학을 들어 보았다.

 

 

기업인의 힐링 공간

이세영 회장의 소나무 정원

 

 

에디터 정숙영 jungsy79@naver.com / 사진 임계훈 inheritz@naver.com

 

 

 

 

이세영 회장은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곳을 눈여겨보다가 평택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평택에 3700여 평의 부지를 마련한 뒤, 이제는 송탄과 평택 맛집으로 소문난 한식당 ‘우각정원’과 ‘잎새자연밥상’을 손수 짓고, ‘우각정원’ 뒤편으로 백년 넘은 소나무들이 멋진 자태를 뽐내는 2000여 평의 정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한쪽에 카페처럼 멋지면서도 홀로 책을 읽거나 쉬는 프라이빗한 공간까지 만들었다.

알음알음 지인들이 하나둘씩 찾아오던 이곳은 밥 먹으러 근처에 왔다가 들르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주말에는 제법 정원을 산책하는 발길들이 많아졌다.

 

자연에서 태어났으니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연과 친해지는 중

 

젊은 날에는 너무 바쁘게 일만 하면서 앞만 달려왔어요. 어느 순간 이제는 멈추고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기보다 이제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원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이 회장은 지금은 아파트 신도시가 되어 있는 용인시 수지가 고향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공기 좋고 물 좋고 조용한 시골이었던 곳이다.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였기 때문에 도시에서 일하는 내내 언제나 자연이 그리웠다고. 젊은 날에는 안 다녀본 산이 없을 정도로 등산을 참 많이도 다녔지만, 이젠 관절이 약해져 등산에 대한 아쉬움을 정원을 꾸미는 것으로 대신했다 말한다.

 

나이가 들다보니 자연스레 성찰(省察)의 시간을 갖게 되더군요. 삶의 뒤안길에 서 보면 오히려 뚜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지요. 사실 삶에서 이런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산책할 수 있게 이곳을 개방하는 겁니다. 찾아오는 누구라도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회장은 누구나 꿈꾸는 힐링 공간을 만들어 홀로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아낌없이 개방해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고되었던 지난날 위로가 부족했음을 기억하며, 지치고 피곤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평택 시민들은 소나무 정원의 주인이 이 회장이라는 것은 몰라도, 이 회장의 진심만은 제대로 전해진 듯, 소나무 정원은 입소문을 타고 평택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다.

 

백년 넘은 소나무만 30주

희귀한 관상용 닭들도 키워

 

키가 크고 온몸이 붉은 홍송(紅松)들이 반기는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누구나 우와!라는 감탄사를 지르게 된다. 한 주(株)에 1천만 원씩 하는 100년 된 소나무만 30주가 있는 이곳은 보물이 묻힌 땅이 아니라, 보물이 심겨진 땅이다.

 

나는 소나무가 참 좋아요. 보고 또 봐도, 보면 볼수록 참 좋습디다. 특히 백년 넘은 소나무들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참 편안해지고 힐링이 돼요. 저 소나무들을 가만히 보세요. 저렇게 시원시원하고 멋져 보이게 서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굽이굽이 역경을 지내온 게 보이거든요. 그런 생(生)을 지내며 멋지게 헤쳐 나왔기 때문에, 지금 저렇게 멋있는 거죠.

 

중년 이후의 삶도 그러하다. 세월의 풍파를 빗겨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써 견디고 이겨내고 또 힘써 싸워온 지난날들이 있기에 중년 이후의 삶이 더 당당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것 아닐까. 굽이굽이 휘어 더 멋져 보이는 소나무처럼 말이다.

 

형형색색 꽃밭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쑥부쟁이, 장미, 꼬리조팝나무, 백일홍, 칸나, 구절초 등등 이 회장이 공들여 가꾸는 꽃밭은 사계절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그 너머로는 잉꼬, 토끼, 다람쥐, 닭뿐만 아니라 보기 드문 관상용 닭들을 키우는 사육장이 있다. 복슬복슬 털이 구름처럼 폭신해 보이는 실키오골계, 뽀얀 몸통과 달리 길게 뻗은 검은 꼬리가 멋진 검은꼬리자보, 푸른빛이 도는 새까만 청계, 얼룩덜룩 패셔너블한 흰머리 폴리쉬 등등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덕분에 이 회장은 다섯 시면 일어나 모이를 줘야 하지만, 작은 동물들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여 피곤한 줄 모른다고. 특히 손자손녀들이 무척이나 좋아해서 참 뿌듯하다고 말한다.

 

일을 좋아해서 다른 취미가 없어요. 새벽부터 정원에서 풀을 뽑고 동물들 먹이 주고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갑니다. 사실 일이라 생각하면 못할 거예요. 재미있으니까 좋은 거죠.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보다 정원에서 풀 뽑는 게 좋다는 이 회장의 소박한 취미 덕분에, 넓은 정원은 참으로 정갈하고 깨끗하다. 골프와 등산을 즐겼으나, 이제는 날마다 정원에서 일을 하는 생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한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난 폭염에는 물 주느라 정말 힘들었다는 이 회장의 말투에서 정원에 대한 애정이 한껏 묻어난다. 그래서 이 회장은 평상시에 늘 밀짚모자와 작업복 차림이다. 아마 옷차림으로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이 회장의 가치를 영원히 모를 것이다.

정원 한편 더위를 잠시 식히고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회장의 사택이 있다. 카페처럼 멋진 인테리어를 자랑하는데, 벽마다 사모님이 좋아하신다는 그림들이 걸려 있다. 홀로 있기를 즐긴다는 이 회장의 성품을 십분 이해하지만, 홀로 즐기기에는 아까울 치만큼 탐나는 공간이었다.

 

 

이세영 회장이 자랑하는 평택시

제2의 고향에 이바지 하고파

이 회장은 용인시 수지가 고향이지만, 평택에 자리를 잡고 제 2의 고향으로 삼았다. 서울에서도 가깝고 바다도 인접한 곳으로, 살기 좋고 민심도 좋다고 말한다.

사실 평택은 서울에 가까운 수도권이면서도 특별한 이슈가 있는 곳은 아니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다소 소외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종시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도시 투탑(Two Top)으로 꼽힌다. 땅값 상승률도 경기도 1위(전국3위)로 ‘수도권의 노른자’라 불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180조 투자, 미군기지 이전, 평택항 확장, SRT 개통 등 연이은 호재로 부동산 바람에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자리 잡고 살면 살수록 평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다며,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이 베풀어야 하는 노년의 삶이니만큼, 앞으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계획을 말하지 않아도 성실한 이 회장의 날마다의 삶을 볼 때 기대가 된다.

 

 

그 누구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

이 회장은 80년대 일찌감치 플라스틱 수입 및 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화물비를 아끼려 포니에 300kg씩 싣고 다니며, 커가는 자식들을 보며 고생을 고생이라 여기지 않으며 열심히 살았다. 20여 년의 세월을 쉼 없이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바쁘고 북적이는 삶이었다. 안정적인 사업으로 기틀을 마련한 뒤 부동산 투자 및 개발을 하며 더 큰 성공을 이룬 것. 이제는 아들딸을 다 결혼시키고 토끼보다 귀여운 손자 셋을 둔 할아버지임이 참 행복하다.

 

“돌아보니 저는 참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부모님, 가족, 친구들, 동료들...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인생을 너무 각박하게 살지 않았나, 그런 반성을 이제와 하게 돼요. 되도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고 싶어요.”

 

이 회장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또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받은 것을 나누고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정원을 만들어 날마다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다.

마침 이 회장의 전화가 울리자, 컬러링으로 이문세의 나는 행복한 사람이 흘러나왔다. 이 세상의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라는 가사가 이 회장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각정원

‘소나무 정원’을 뒤편에 숨기고 있는 한식당 ‘우각정원’은 이 회장이 지은 식당 중에 하나로, 360평의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같은 입구와 여느 카페 못지않은 대기실이 구비되어 있어 손님 대접하기 좋은 한식당이다.

보리굴비를 시키면, 흑임자죽과 함께 샐러드, 콩고기와 당귀, 회무침 등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고급스러운 냉채요리만 다섯 가지가 나오고, 이어서 다섯 가지 정갈한 반찬과 함께 크고 두툼한 보리굴비가 인당 한 마리씩 놓인다. 굴비는 너무 짜지 않게 슬쩍 간이 배어 짭조름하면서,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살이 부서지지도 않을 만큼 꼬들꼬들 잘 말려져 실로 ‘밥도둑’이라 할 만하다.

소갈비정식과 돼지갈비정식이 더 유명한데, 점심에는 특가로 제공이 되어 더욱 인기가 좋다. 대기실 커피머신에서는 공짜라는 게 미안할 만큼 신선하고 맛 좋은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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