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장기생존 보장하는 면역항암제 시장 급속도로 커져
  • 줄리 리
  • 승인 2018.08.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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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병원에서 흑색종 진단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4개월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완치 비결은 면역항암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면역항암제는 일단 듣기만 하면 삶의 질을 높이고 최소 10년을 보장, 암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문제는 비싼 가격. 1차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환자 부담이 100%이고 1회 투여 가격만 해도 600만원이 소요 돼 3주에 한 번씩 맞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1억 원이 드는 셈이다.
오는 2022년이면 1천억 원대로 커진다는 면역항암제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암은 오랫동안 전 세계 부동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71년 미국 닉슨 정부가 “국가 암 법(National Cancer Act)”을 통과시키면서부터였다. 암 정복을 위해 2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썼지만, 2008년 시사잡지 <뉴스위크>에는 “우리는 암과의 전쟁에서 졌다”라는 글이 기고되었다. 그 후 2016년 오바마 정부에서 다시 “암정복 국가정책(National Cancer Moonshot Initiative)”을 발표하며 또다시 암 정복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암은 그 종류와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었어도 효과만큼 부작용 역시 많기 때문에 암을 완전히 정복하는 길은 그만큼 멀고 험난해 보인다.

1세대 항암제로 알려진 화학치료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지만 정상 세포마저 파괴하는 단점이 있다. 2세대 항암제인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작용하기는 하지만 암세포가 이 항암제에 견디는 성질 즉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해 치료를 돕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흑색종을 앓았던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경우 면역항암제 덕분에 4개월 만에 완치가 되는 등 면역항암제의 매우 좋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반응률이 낮고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있어 치료 대상 선정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또 면역항암제는 일부 보험급여가 되는 약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높은 비용으로 인해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면역항암제, 삶의 질 높이고 장기생존 보장

 

암과 싸울 새로운 무기로 각광받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던 기존 화학항암제와 달리 면역체계를 자극해 면역세포가 종양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형태의 항암제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신체로 들어오는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여 자신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의해 신체가 감염되면 열이 나는데 이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같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여 싸우는 동안 생기는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다. 이러한 반응은 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암이 생기는 초반에는 암을 침입자로 인식하여 정상적인 면역체계로 암을 제거한다. 서울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윤규 교수는 “그러나 지속적으로 암에서 흘리는 거짓신호에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지쳐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면역세포들이 암을 퇴치하는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암세포를 우리 편으로 착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을 면역 관용이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 암세포들은 신체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활개를 치며 자라게 되는데, 이때 암세포가 흘리는 거짓신호를 차단하여 신체의 면역세포들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되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의 면역항암제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면역항암제는 정확한 표현으로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다. 즉, 면역관문이란 ‘거짓신호가 전달되는 단계’를 의미하며, 이 관문을 차단하는 것이 면역관문억제제의 역할이다.

지난 2013년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 올해의 연구 논문으로 면역항암제가 선정된 이후

1세대 치료제인 세포독성 항암제와 2세대 치료제인 표적항암제가 예상외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달리, 면역항암제는 뛰어난 효과로 암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열어주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삶의 질을 높이고 최소 10년이라는 장기생존을 보장,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면역항암제, 치료효과 뛰어나고 부작용 적지만 한번 나타나면 치명적

비소세포폐암, 위 선암, 흑색종, 신장암 등 7가지 암 종만 허가 받아

 

면역관문억제제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인식이 환자들 가운데 있기도 하지만 사용기간이 5년가량 누적되면서 알려지지 않았던 부작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면역체계 교란으로 인한 부작용들이다.

지난 3월 영국 BMJ에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환자 3,802명을 분석한 이 연구에서는 갑상선기능저하증(5.6%)· 폐렴(2.2%)· 장염(0.7%)· 간염(0.2%)· 뇌하수체염(0.3%)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로감(32%)· 설사(19%)· 발진(10%) 등 기존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중 일부도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관절염· 근육통· 요통 같은 근골격계 질환이 보고됐다. 이윤규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기전상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면역 기능이 과활성화되었을 때, 즉 너무 많이 흥분되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피로감이 가장 흔한 부작용이며, 아토피 같은 피부 발진, 염증성 장질환 같은 설사, 드물게는 약제와 관련한 간질성 폐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단독으로 사용하였을 때 반응률이 20% 정도이다. 때문에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 기존 항암화학치료제와 같이 병합하거나, 면역관문억제제끼리 병합하여 치료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효과나 부작용 측면에서는 화학치료제, 표적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 중 어느 것이 우월한가 하는 것은 아직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표적치료제가 효과적인 암의 경우,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표적이 있어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면역관문억제제를 잘 사용하지 않고, 또한 표적치료제 중에서도 부작용이 많은 약이 있고 거의 없는 약이 있기 때문에 표적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부작용을 비교하긴 어렵다. 대체로 면역관문억제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심한 부작용 빈도는 낮지만, 한번 나타나면 매우 위험하며, 이런 부작용이 누구에게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작용은 나이· 성별· 보유질환 등과 무관하며,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위급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위급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모든 종류의 항암약물에 대한 교육을 받고 치료 경험이 있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모든 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예전부터 면역체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암종에서 활발하게 연구되었는데, 국내 보건당국이 면역항암제 사용을 허가한 암종은 7개에 그친다. 비소세포폐암, 위 선암 및 위·식도 접합부 선암, 신장암, 방광암,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흑색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암에 대해서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없는 것일까. 면역항암제의 원리로만 보면 거의 모든 암에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도 거의 모든 암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효과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비소세포폐암을 예로 들면, 이 약의 반응률은 20-30%인데, 그 말은 나머지 70-80%의 환자들은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기존 항암제와 동시에 사용해야 반응률이 50%를 넘는데, 기존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이 모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면역항암제를 무작정 쓰기보다 효과가 있을지 확실히 확인한 뒤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윤규 교수는 “현재 20% 정도의 반응률이라면 10명 중 2명 정도의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있을 환자들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비용의 낭비나 약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면역항암제의 효과는 바이오마커로 예측하는데, 아직은 예측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의가 바이오마커 결과를 참고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사용해야 치료 효과가 좋고, 부작용 관리도 수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비용 높아 어떻게 환자부담 낮출지가 관건

개발초기라 비싸 대기 중인 약제 출시되면 가격 떨어질 것 전망

 

현재 보험급여가 가능한 약제는 pembrolizumab(상품명 키투르다), nivolumab(상품명 옵티보), atezolizumab(상품명 티센트릭) 3가지이다. 명칭은 각기 다르지만 기본적인 기전은 같기 때문에 각각 어떤 암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키투르다라는 약제가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약제들 모두 같은 기전이라 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약 430억에 달하던 면역항암제 시장은 2022년 1천억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현재는 개발 후 막 출시된 단계여서 약값이 비싸지만 향후 출시될 면역항암제가 계속해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 약들이 대거 시장에 진출하면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폐암(비소세포폐암), 방광암, 흑색종에 대한 약제에 보험급여가 되고 있다. 이윤규 교수는 “악성흑색종의 경우 그동안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가 가장 뚜렷한 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국내 환자 수가 적어서 치료 약제의 선택에서 많은 제약을 받았는데 작년 말부터 올해 초 보험급여화가 되면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또한 폐암의 경우 면역관문억제제가 15-20% 정도의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뿐이지만 한번 약의 효과가 나타나면 오랫동안 지속되고 보험급여화도 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보험급여가 되지 않은 경우, 1회 투약 시 200-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2-4주 간격으로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면역항암제가 기존의 항암제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장기적인 효과’에 있다. 바이오마커의 불완전성이나 그에 따른 치료율 등에서 아직 한계가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들에게서는 장기 생존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만성질환 치료제처럼 장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경제적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면역체계를 활용하는 특성상 어느 정도 면역체계가 갖춰지면 투약을 중단하더라도 효과가 유지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투약 중단을 시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면역항암제의 투약기간을 설정할 수 있는 근거 역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완전한 암 정복의 길은 요원해 보이지만, 다양한 항암제의 개발로 암 치료에 대한 기대는 높아져가고 있다. 만약 암이 완전히 정복된다 하더라도 수명 연장의 문제에 치매나 다른 노인성 질환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적절한 치료제의 사용과 투여 기간의 문제는 삶의 질과 웰다잉이라는 문제와 더불어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 주신 분: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윤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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