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레타'유쾌한 미망인'
  • 황수현
  • 승인 2018.07.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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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변화!

미니 오페라, 오페레타

LG아트센터 첫 공연

유쾌한 미망인

The Merry Widow

 

 

돈 많은 미망인을 둘러싼

구혼자들의 구애와 사랑,

외교관과 숙녀의 차이로 들여다보는

유쾌해서 특별한 사랑 이야기!

누구나 웃을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보다 재미있는 오페레타!

 

 

에디터 황수현 wed-hyun@hanmail.net

 

 

 

지난 6월 2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윤호근 예술감독과 전 세계 20여 국에서 70여 편의 작품을 올린 베테랑 연출가 기 요스텐(Gyu Joosten)이 합작한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의 첫 막이 올랐다. 국립오페라단으로서는 1962년 창단 이후 이번이 첫 번째 오페레타 공연이다.

오페레타(Operetta)는 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오페라에 비해 규모가 작고 대개 가벼운 희극에 통속적인 노래와 왈츠·폴카·캉캉 등의 춤을 섞어 넣은 오락성이 풍부한 음악극이다. 멜로디가 대중적이어서 관객들이 작품에 대한 준비 없이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유쾌한 미망인의 노래는 대부분 춤곡으로 왈츠, 폴카, 폴로네즈, 갤롭 등의 다양한 음악형식이 혼합되어 있고, 주역가수들이 지닌 기량을 무대 위에서 마음껏 선보일 수 있어, 윤호근 예술 감독에게는 작품에 대한 무게감이 남다르다.

연출가 기 요스텐은 30년 넘게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 온 베테랑으로 어느 도시, 어느 오페라극장이든 그 장소가 지닌 총체적 여건을 파악한 뒤 오페라의 강점과 약점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연출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공연을 위해 내한한 지휘자 토마스 뢰스너(Thomas Rosner)는 경기필하모닉과 함께 오스트리아 빈 사람들의 피에 흐르는 왈츠 리듬을 헝가리 출신으로 파퓰러 뮤직의 대작곡가 레하르가 지닌 희곡 오페라에 무리 없이 녹여냈다.

유쾌한 미망인은 연습기간과 리허설 준비시간이 다소 짧았으나, 오페레타 전문가수인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에체아(Vanessa Goikoetxea)를 비롯해 한국 성악가들의 기량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다.

원작은 앙리 메이야크의 대사관의 아타셰 직원(LAttache dambassade>으로, 19세기 파리가 배경이다. 파리에 있는 폰테베드로 대사관이 주요무대가 되어 극이 진행되는데, 사실 폰테베드로는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몬테네그로를 모델로 한 가상국가이다. 당시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갓 독립한 신생국가인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함께 유럽의 정치적 요충지로 파리와 각별한 관계에 있어, 극 중 폰테베드로 역시 정치적인 문제로 파리에 대사를 파견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정치적인 문제보다 인간의 삶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개인적인 문제들을 유머스럽게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외교관과 숙녀의 차이.

외교관이 예스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뜻,

그럴 수도 있다 말하면 “노우라는 뜻이지만,

“노우라고 말하면 외교관이 아니다.

숙녀가 노우라고 말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뜻,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한다면 “예스를 뜻하지만

“예스라고 한다면 그건 숙녀가 아니지.

- <유쾌한 미망인> 대사 중

 

이 대사는 극 초반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미묘한 심리적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암시한다.

가상국가 몬테베드로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 국가재산의 절반을 유산으로 상속받게 된 부유한 은행가의 미망인 한나가 남자들에게 구애받는 해프닝을 그렸다. 시대적인 배경이 되는 19세기는 남자와 결혼하면 여자의 재산이 전부 남편 소유가 되는 때였다. 국가재정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연회장에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한 한나에게 모두의 관심이 집중될 수 없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다닐로에게만 구애의 시선을 보내고, 다닐로는 이전에 한나에게 상처받은 전력 때문에 무관심을 가장한다. 과거에 귀족가문인 다닐로와 평민여성인 한나가 신분차이로 결혼을 하지 못했던 것. 이번에는 한나의 재산으로 인한 자존심 싸움이 미묘한 갈등구조를 일으키며 1막에서 2막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나, 미묘한 심리적 갈등 상황 때문에 그 사랑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2막에서 한나가 자신의 마음을 숲속 요정 빌야 이야기에 투사해 부르는 아리아 ‘빌야의 노래’는 관객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울린다. 3막은 예상치 않은 반전으로 웃음과 재미를 더한다. 나이 차이가 많은 제타대사와 결혼한 발랑시엔과 그녀에게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는 카미유 커플은 내면의 욕망과 설렘이 교차하며 심리전을 펼치는 한나와 다닐로 커플과 함께 유쾌하고 상쾌함을 선사한다. 후반부 카바레 장면에 등장하는 그리제트 9명 중 힘과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장한 남성무용수가 등장해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1905년에 초연된 작품이기에 ‘외교관과 숙녀의 차이’ 같은 대사처럼 현대적인 시선으로 볼 때 성차별적이고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내용들도 있지만, 매우 복고적인 갈등 구조를 지닌 사랑 이야기 속에서도 한나가 부르는 애틋하고 아름다운 노래는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사랑의 심리묘사에 많은 음악의 형태가 등장하고, 지구본이 미러볼로 변화되는 무대장치와 캐릭터를 잘 살린 등장인물들의 의상들이 즐길 거리를 지속적으로 선사한다. 대사관 축제에서 배경은 간결하고 참석한 인물들은 모두 짙은 감색과 검정색 의상을 입어 통일된 모습을 보이는 반면, 그 속에서 한나의 의상은 차별화된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으면 일상적인 일도 심리적 갈등으로 일으키는 상황이 되는 그 미묘한 지점을 ‘유쾌한 미망인’은 매우 흥미롭게 풀어간다.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그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처럼 잃어버린 사랑이어서 더 소중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한나와 다닐로. 물질이 아닌 오로지 ‘너’라는 이유 하나로써 존재 가능했던 사랑 이야기이다.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한 고전작품 속 사랑의 가치가 한여름 밤에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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