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과의 따듯한 동행,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
  • 김남주 기자
  • 승인 2018.04.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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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이란 편견 깨고, 같은 한국인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여성시대와 인터뷰하고 있는 허오영숙 대표
여성시대와 인터뷰하고 있는 허오영숙 대표

사회 전반에 미투바람이 불었지만 외면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결혼과 노동, 유학 등으로 한국에 들어와 사는 이주여성들. 이주민 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섰고, 그 절반이 여성이다. 결혼, 노동, 유학, 관광 등으로 입국한 100만 여명의 이주여성 중 일부는 다양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거센 미투 운동에도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는 없다. 왜 이주여성들은 여전히 폭력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걸까.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를 만나 이주여성이 경험하는 폭력 실태를 듣고,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들어본다.

 

미투(#Me Too, 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범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정부에서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체류하는 100만여 명의 이주여성들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폭로를 할 수 없다. 최근 급속히 불고 있는 여성들의 말하기운동이 유독 이주여성을 제외하고 일어나고 있는데 왜 이주여성들은 그들의 아픈 마음을 사회 밖으로 외치지 못하는 것일까.

 

사회의 무관심으로 폭력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들

'불안정한 체류''여성'이란 이중 차별 겪어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이번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유독 이주여성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열악한 환경에 노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주여성들은 불안정한 체류여성이라는 이중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신분이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에 당사자가 직접 말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이주여성들은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제도로 인해 더더욱 미투를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주여성들은 말 그대로 성폭력 무방비 상태에 놓여져 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발을 내디뎠지만, 노골적으로 성관계 요구를 당해도 한국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이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본국에 소문이 날까 두려워 성폭력의 그늘에서 홀로 신음한다. 실제로 성폭력 사건은 신고율 자체가 낮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성폭력은 수치로 여겨져 이주여성들 중엔 상담할 때 자국 상담원한테 안 하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혹시라도 본국에 알려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허오 대표는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고용 상 문제 만연

법무부와 고용부 책임 자유롭지 못해

 

작년 태국여성 한 명이 한국 남성의 성폭력에 저항하다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 체류 미등록 신분임을 알고 있던 한국인 남성 동료가 단속을 피해야 한다며 이 여성을 유인했던 것. 단속은 법무부가 미등록 체류자를 체포, 구금, 출국시키는 행위를 말하므로 한국인 남성 동료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태국 여성은 거짓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법무부가 수시로 미등록 체류자를 단속하고 그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가해자는 한국인 남성이지만, 법무부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지 많은 이주여성들과 시민단체들은 반문한다.

 

또한 한국인 형부가 필리핀 처제를 성폭행했는데 적극적 저항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폭행 협박이 수반되는 경우만 강간죄라고 하는 법체계는 성폭력의 특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가해자는 무죄인 현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비닐하우스를 기숙사로 제공받아도 성폭력 위험 노출을 이유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허오 대표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밤마다 동네 청년들이 문을 두드린다고 토로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도 있을 정도로 잠금 장치도 제대로 설치 돼 있지 않은 처참한 곳에서 숙식을 해결해야하는 경우도 많다고.

 

이주여성과 함께 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활동 모습
이주여성과 함께 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활동 모습

 

고용허가제 점검하고, 피해 신고 즉시 사업장 변경 보장해야

 

허오 대표는 성폭력 피해 신고 즉시 사업장 변경을 보장해야한다며 고용허가제 점검에 강한 목소리를 냈다. 고용허가제는 20048월 외국인의 국내 고용을 지원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 불법 체류자를 줄인다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이 때문에 이주여성은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주를 이탈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는 국내에서 체류하는 3년 동안 사업장을 3번만 바꿀 수 있고,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버릴 수 있어서다. 이주여성이 미투에 나설 수 없는 가장 큰 걸림돌은 '신분 불안' 때문이라는 것.

 

사업장을 옮기고자 할 때 사업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미등록 신분(불법체류자)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사업주가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죠. 2차 피해라고 봅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업장 이동을 못해 가해자와 같은 일터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장 내 성폭력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는 등 피해 이주여성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장의 외국인 고용허가를 철회해야 하는 이유다.

 

1577-1366,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

종합적인 대책과 창구 마련 위해 핫라인 기능 확충해야

 

정보의 부족도 피해 사례가 알려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허오 대표는 한국인에 비해 정보도 부족하고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없는 이들의 피해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년간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와 대구이주여성상담센터 2곳에 접수된 성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456건에 달한다. 성희롱과 성추행은 만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희롱·성추행 사례는 통계로 집계되기도 힘들다. 이주여성들은 강간에 이르러서야 센터를 찾는다고.

 

허오 대표는 체류 지위와 관계없이 국내에 체류하는 모든 이주여성의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과 창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 이주여성 핫라인 기능을 확충하고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이주여성 전담상담소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체류 불안 없이 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 체계 마련 이주여성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성폭력 대책 마련 선주민에 대한 다문화 감수성에 기초한 폭력 예방 교육과 인권 교육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국가가 이주여성 성폭력전담센터를 설립해 이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입국 단계에서 성폭력 관련 교육이 들어가면 더욱 좋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려고 해도 한국 시스템을 모르니 어디에 신고를 해야 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신고를 하더라도 의사소통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더구나 외국인이 성폭력 피해 상황을 일관성 있게 진술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가 차원의 통번역 지원단이 풀로 구성돼야 하는 이유다. 단순 통역이 아닌 법체계를 이해하면서 문화를 이해하는 통역이 절실하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18여 년간 정부 정책 변화시키며 이주여성의 인권 보호에 힘써

 

이주여성의 폭력 역시 한국인(선주민) 성폭력 유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업주가 가해자일 때도 있고, 이주노동자 남성이나 같은 업장의 한국인 남성 노동자가 가해자인 경우도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친인척이 가해를 하는 등 유형은 선주민 성폭력 사례처럼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주여성의 폭력이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주여성을 '불쌍한 존재'로 보기도 한다. 사회적 인식 자체가 다문화를 포용하고 이주여성도 선주민과 마찬가지로 봐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주여성을 위한 민간대사관으로, 이주여성이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고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돕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여성들도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한다.

 

 

Info.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01년 출범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성폭력을 비롯해 가정폭력, 가족 갈등에 대한 상담과 법률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주여성이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고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민간단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모든 활동은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가능하다. 금전적 후원은 물론 한국어교사, 상담지원, ·번역,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관리 등 지원활동도 가능하다.

 

상담 전화 : 02-3672-7559

문의 전화 : 02-3672-8988

팩스 : 02-3672-8990

이메일 : wmigrant@wmigrant.org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 100-929731 (예금주: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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