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 한국도 합법화 돼야" 서울대병원 윤여룡 선임정책관
  • 김남주 기자
  • 승인 2018.02.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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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치료는 세계적 추세, 한국도 합법화 돼야
국내 보건의료사업을 산업화해 국부창출 이끌어야
서울대학교병원 윤여룡 선임정책관
서울대학교병원 윤여룡 선임정책관

가전을 비롯해 통신기기,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이 앞으로 5년 후면 중국에 따라 잡힐 것이라고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했다. 중국이 빠르게 우리나라를 추격할 수 있는 이유는 제조 2025전략 등 다양한 형태의 산업구조의 양적, 질적 고도화 정책 때문이다. 우리도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신산업과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보건의료를 산업화시켜 국부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3년째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경영 전문가 윤여룡 선임정책관을 만나 보건의료 산업의 전망과 문재인케어에 대한 그의 소신을 들어 본다.

 

유난히 추운 날씨에 서울대학교병원 별관 작은 사무실에서 윤여룡 서울대학교병원 선임정책관을 만났다. 33년째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성실함의 표본 윤 선임정책관은 행정실을 비롯해 기획조정실 비서실, 감사실 등 여러 보직을 두루 거친 국내 몇 안 되는 보건의료 경영·행정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선한 인상의 윤 정책관은 인터뷰 내내 사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아우라를 풍기면서도 소신 발언을 피하지 않았다. 보건의료 산업의 전망과 문재인케어에 대한 아쉬움, 줄기세포 합법화에 대해 작정한 듯 강한 소신을 피력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의 의료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암전문병원인 미국의 엠디 앤더슨 암센터(M.D.Anderson Cancer Center)와 종합병원인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Johns Hopkins Hospital)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연구실적에 있어서도 밀리지 않는다. 대부분 국립이라고 하면 민간 기업보다는 시설 등이 낙후돼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료계만큼은 예외라 할 수 있는데 세계적인 초일류기업 삼성, 현대가 운영하는 병원보다 서울대병원이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윤 정책관은 “서울대병원이 국립이라고는 하지만 운영비 지원을 거의 받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서울대병원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교수와 의료진 모두가 맡은 업무에 대해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병원을 만든 힘은
높은 사명감과 뛰어난 윤리의식 가진 의료진 덕분”

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의 경쟁자는 국내에 있지 않다. 의료진들은 주요 학술대회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와 경쟁하며 밤낮없이 연구하고 식사도 거르면서 헌신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이런 의료진들이 서울대병원을 지탱해가는 힘이라고 말하는 윤 정책관. 서울대병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의료진의 높은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꼽는 윤 정책관에게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간 일어났던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메르스 사태 등 의료계의 전반적인 사고에 대해 묻자 윤 정책관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 주장한 암, 뇌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환자에 대한 보장을 전체적으로 강화해 국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를 발표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비를 전면 급여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그중 선택진료비(특진비)는 환자 부담이 큰 비급여로 지적돼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 폐지됐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대다수 중소병원의 운영이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고 있어 적정 수준의 의료수가(진료비)가 우선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병원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설명이다.

병원의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사실 병원 측에서는 적자다. 환자가 있든 없든 24시간 최고의 장비와 인력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병원 측도 경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의료진을 줄이게 되고 이렇게 되면 의료 사고 등 문제가 안 생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대 목동병원의 의료사고가 사실 어느 병원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재인케어 방향성 맞지만, 의사 협조 없이 성공하기 어려워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로 의료 질 저하 우려

사실 문재인케어가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윤 정책관은 “선택진료비 폐지로 의사들의 수입이 적어지면 의료 질 저하를 초래하게 돼 장기적으로는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택진료비가 폐지된다는 의미는 20~30년 차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의 진료비와 대학을 갓 졸업한 초급 의사의 진료비가 같아진다는 의미다. 그동안은 선택진료비를 내고 30년 차 훌륭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선택진료비가 없어지면서 추가비용을 내고서라도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의를 선택해 진료를 받고 싶은 중증환자들은 그럴 수 없게 됐다. 선택진료비는 의료기관 운영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저수가 고효율의 한국의료제도를 버티는 한 축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할 때 윤 정책관은 수가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의료공급체계 붕괴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는 환자를 보며 어떤 검사를 할지 판단한다. 환자는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의 말을 신뢰하므로 의사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진료와 검사를 결정하는 입장에서 비급여 폐지로 수입이 적어진 의사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를 하는 등 비양심적인 진료를 하게 될 유혹에 빠질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감독하겠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라고. 바람직하지 않지만 진료·연구에만 충실해서는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의사들이 비양심적 의료 수요를 창출할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어서 윤 정책관은 의료 질저하 초래를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윤 정책관은 국민이 원하는 질 높고 안전한 의료서비스와 친절한 서비스 제공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은 의사의 전문적 지식과 술기에 대한 야박한 보상체계라고도 말했다. 보통사람들이 보기에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것으로 생각하는데, 국내 최고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 의사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릴 만큼 의료계 안전망은 미흡한 상태라고 한다. 의과대학 6년, 인턴1년, 레지던트 4년, 펠로우(전문의) 2년 등 총 13년을 공부하는 데다 의대 교육비도 워낙 비싸 1년 등록금만 해도 연간 1000만 원 이상이 든다.

이렇게 오랜 기간 공부해 힘들게 의사가 됐지만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처우가 낮아 과잉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의사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수가를 적당한 수준으로 올려서 의사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체계 개선이 된 후에 과잉검사 등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소폭 인상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진료할 때 3분 진료가 아니라 충분한 진료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요한 검사가 무엇인지, 왜 검사를 해야 하는지 등 환자가 본인의 아픈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의사에게 질병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질 좋은 진료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산업 육성해 국부창출해야
의사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반도체, 선박 등 국내 많은 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 국내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가서 의사가 되는데도 의료산업은 산업으로 부를 수 없을 만큼 성장세가 약하다. 그 때문에 운동선수 뿐 아니라 CEO들은 몇십 억 연봉을 받는 현실이지만 의사는 아무리 뛰어나도 대부분 2억을 넘지 못한다. 헌신적으로 열심히 하는 만큼 동기부여가 돼야 하는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적절한 대우를 해주면 국내 보건의료산업도 발전시키고 국민이 혜택을 보게 되는 데 안타까운 실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부분은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윤 정책관은 “영리병원을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내 보건의료사업을 산업화해서 국부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보건의료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떠오른 줄기세포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안전성에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산업발전을 위해 정부지원 강화가 전체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줄기세포 합법화로 부가가치 창출하는 일본·중국
한국은 합법화 안 돼 국부 유출 심각

현재 줄기세포 규제는 황우석 교수 사건 이후 크게 강화된 상태다. 이미 많은 국가가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의 경우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비교적 안전한 성체줄기세포에도 안전성을 이유로 심한 규제를 하는 실정이다.

윤 정책관 역시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향후 줄기세포 산업이 적지 않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져올 것을 고려해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줄기세포를 합법화해야 하는 이유는 국부 유출에 있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줄기세포 치료제를 승인하고 수출도 했지만 2012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규제 강화 쪽으로 개정되면서 기업은 힘들게 제품을 개발해도 임상 및 승인이 쉽지 않고 국민들은 최신 치료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탓에 세계적 수준에도 불구하고 내국인들이 일본, 중국에 가서 보통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비용을 내고 줄기세포 치료를 받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항간에는 중국의 큰손들이 한국에서 푼돈을 쓰고, 일본에 가서는 줄기세포 치료에 큰돈을 쓴다는 얘기도 떠돈다.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만 해도 오는 2020년에 이르면 16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등은 물론 일본, 중국까지 과감한 규제 완화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도 규제를 과감히 낮추고 연구 승인절차 등을 완화해야 한다.

윤 정책관은 오는 12월 서울대학교병원을 정년퇴임한다. 퇴임 후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은 없지만 그동안 야간에만 해온 의료경영에 대한 대학강의를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보건의료 산업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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