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의 노림수는?
  • 이강수 북한외교안보전문기자
  • 승인 2018.02.07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길 사람 속 들여다보기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하 김정은)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라고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각종 대화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오던 북한이 갑자기 자세를 전환하여 오는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빙시키려 하고 있다. 국내외 대북 전문가들 역시도 이러한 북한 측 태도 변화 배경과 의도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인데, 본지는 평창올림픽 특집으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꼭꼭 숨겨진 김정은의 속셈과 노림수가 과연 무엇인지 색다른 시각으로 살펴본다.

김정은, 왜 평창 동계올림픽을 노렸나?

그동안 남한 측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김정은이 왜 갑자기 올해 신년사에서 자신이 마치 오래된 평화애호자, 민족주의자인 것처럼 미화하며, 평창올림픽 북한 대표단 파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갑자기 무슨 계기와 이유로 남한에 대한 평화공세를 펼치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평가했듯이 가장 강력한 국제적 대북제재 국면의 압박과 외교적 고립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들고, 외화벌이 돈줄이 막혀서 이를 타개할 목적으로 남한을 이용하려는 것 또는 한․미․일 공조를 흔들고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기 위한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제안은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전 민족적으로 함께 뭉쳐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선의로 제안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결정적인 약점은 숨기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노림수를 성과적으로 달성하여 북한의 국가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안하였다고 판단된다.

물론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남북한 모두 동일하다. 쉽게 말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갖고 서로 그렇지 않은 척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경우 이번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측면에서 어느 것 하나 손해를 보거나 잃을 것이 없고, 무조건 이득이 되는 전략적 게임을 주도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숨겨진 속셈과 노림수는?

지난 1월 9일 평창올림픽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이 개최된 이후 여러 차례 실무자회담과 사전점검단 방문이 진행되었다. 현송월을 단장으로 하는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사전검검단 방한 사례의 경우 과잉 의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남한 보수단체는 김정은 사진과 인공기를 불태우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반대시위를 벌였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비판이 확산되고 부동산 및 비트코인 대책 등에 대한 여러 실정(失政)이 겹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통령 당선 이후 최초로 50%대로 급락했다.

이러한 시점에 북한에서는 지난 1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한은 미국과의 전쟁연습을 영원히 중단해야 한다. 주체조선의 핵보검에 의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믿음직하게 수호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 측은 핵포기를 하고 싶은 의향이 전혀 없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얻어내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데 과연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핵심적인 속셈과 노림수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동계 북한군의 결정적 취약점을 감추고, ‘평화 공세’를 통해 시간을 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 미국에 대한 핵위협 지속 등으로 인해 미국의 군사적 옵션 채택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다. 미국 내 강경파들은 앞으로 약 4~5개월 후면 북한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 이전에 북핵 문제를 무력이든 대화이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핵포기는 북한 측의 완강한 태도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므로 미국의 군사적 옵션의 채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북한은 더 이상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벌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에 있을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응할 태세를 갖춰야 하는 시점에서 결정적 문제가 노출되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무기와 장비는 동계에 많이 취약하다. 장비의 노후화도 근본적 문제이기는 하나, 결정적으로는 장거리미사일 사일로(Silo, 미사일 지하저장고)와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의 미사일 발사를 위한 각종 유압 장비가 동계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선제타격 및 2차 보복공격(Second strike) 능력에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된다. 또한, 서해안과 동해안 근해지역 일부가 결빙되어 북한 해군기지 내 정박 중인 함정 및 잠수함 운항 역시도 제한을 받는다. 이 때문에 동계인 1~2월에 미국에 의한 군사공격이 감행될 경우 북한은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이러한 동계 북한군의 취약점을 감추면서 북한군의 군사적 대응능력이 갖춰지는 시기까지 시간을 끌면서 가장 상대하기 쉬운 남한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수준의 ‘평화 공세’를 취하여 남한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을 원천 차단시키려는 시도를 감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그동안 위기를 벗어날 때 북한이 즐겨 사용했던 협상전술 중 하나다.

둘째, 평화를 사랑하고 책임감 있는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다.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비공인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고 주장하며 결코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기에 김정은은 이번 평창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북한이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이라는 이미지를 널리 알려 현재의 핵보유 상태의 유지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고착화하려고 시도하려할 것이고, 북한 나름대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도발 중단과 남북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실적과 대외적 명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북한을 또다시 옹호하는 입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실현 확률은 낮지만 만약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개회식 또는 폐회식의 깜짝손님으로 등장이라도 하게 된다면, 주최자인 한국정부의 배려로 주빈 좌석에 앉아 다른 국가의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국제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김정은으로서도 각국 정상들과 한꺼번에 정상외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전 세계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어 엄청난 주목을 받는 가운데 북한 핵보유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부당성 및 주한미군 철수 당위성을 선전선동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셋째, 한․미․일 공조를 이완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무력화시킨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자임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적절히 이용해 남북대화와 교류의 창구를 열어 평창올림픽의 흥행 성공과 남북대화에 목마른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운전자’가 되는 듯한 명분과 감투를 내어주고, 한국을 움직여 북한의 외교적 고립과 대북제재 압박을 돌파할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하여 외교적․경제적 실리를 최대한 획득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미․일 공조에 분열이 생기도록 이간계를 적절히 사용하고, 한미동맹에 파열음이 발생되도록 상황을 조성해나가 미국 내 주한미군 철수 여론을 높이고 한미 무역통상 마찰을 극대화시키는 것 역시 김정은이 기대하는 효과 중 하나일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단계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시키는데 집중할 것이고, 뒤이어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적극 협조한 만큼 북한이 ‘민족적 대사’로 언급한 ‘공화국 창건 70돌 행사(9.9절)’를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남한 측의 적극 협조를 당부하며 이를 한국정부의 남북대화 및 교류에 대한 진정성을 시험하는 잣대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의 군사적 옵션 채택과 전략무기 한반도 순환배치 등은 한국이 앞장서 막으려 할 것이고, 이는 미국에게는 한국 진보정권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켜 한미동맹에 금이 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넷째, 남한 내 우호세력 확장과 남남갈등 극대화로 적화통일 기반을 구축한다.

북한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김정은의 관대함과 배려심, 민족의식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이는 남한 내 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우호세력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양산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 즉 금강산관광과 마식령스키장 연계, 개성공단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한 협상을 전개하여 경제적 실리도 취하려 할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사항을 남한 측이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모든 책임을 한국에게 전가하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 내 보수와 진보세력 간에 남남갈등까지 확산되어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면 북한은 남한 혁명화를 위한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평창올림픽 이후를 예측하고, 현명한 대응을 준비하라.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올해 35세가 되었다. 국가를 통치하는 최고 통치자로서 매우 젊지만, 벌써 7년차 지도자가 되었고 큰 위기 없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김정은은 결코 멍청하거나 어리석지 않으며, 그만큼 경험도 쌓였다. 이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가르침과 유훈으로 통치하기 보다 자신이 계획하고 의도한 바를 직접 실현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이다.

북한에서 무엇인가를 제안할 때는 항상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폭넓게 판단해야만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민족화해와 평화유지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김정은이 의도하는 숨겨진 노림수를 잘 간파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평창올림픽은 시간이 지나가면 과거의 일이 된다. 평창올림픽 이후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어가면서 한반도를 관리할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추동해나갈 것이며, 한․미․일 공조와 한미동맹을 어떻게 잘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산적한 과제들을 현명하게 풀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오롯이 김정은의 깜짝 제안에 대해 전략적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북한이 내민 카드를 선뜻 받아든 문재인 정부의 책임과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고, 진정한 국가통치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3-20 프린스텔 빌딩 8층 (803~804호)  |  편집국 대표전화 : 02-780-7816  |  편집국장실 6층 (605호) 제보 (직통) : 02-6674-7800  |  팩스 : 02-780-7819
제호 : 여성시대 아름다운 사람들  |  등록번호 : 722-91-00637   |  등록일 : 2015-03-22  |  발행일 : 2015-06-11  |  대표이사·발행인 : 송강면 (여성시대 주주대표)
미디어총괄회장 : 송춘섭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동창회 수석부회장)  |   명예회장 : 송태홍(동호갤러리 대표이사 회장)  |  총괄편집국장 : 하태곤  |  편집장 : 정숙영(직대)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하태곤
여성시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8 여성시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