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죽기까지, 정말 아무도 몰랐을까
  • 박성조 기자
  • 승인 2018.02.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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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의 현실과 잘못된 인식, 그리고 사회적 책임

아이들이 집 안에서 죽었다. 어린이집에서 행해진 폭력이 밝혀졌다. 아이가 죽어서 학교에 나오지 않았는데 학교는 수 개월 동안 모르고 있었다. 이웃집 아이의 울음이 끊이지 않아도 신고하지 않고, ‘사랑의 매’ ‘훈육’이라는 말로 행해지는 체벌이 아직도 용납된다. 우리 사회는 과연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을까.

#1

한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이 아이는 가정에서 당한 폭력으로 온 몸에 상처가 있고 고막이 파열됐다. 학교의 또래집단은 ‘더럽다’며 아이를 괴롭히고, 외로움 속에서 아이는 몸과 함께 마음도 약해진다. 아이의 친모는 폭력을 방관하고 쓰레기처럼 아이를 버린다. ‘적어도 자기 애는 예쁘다 하겠지’라는 말은 부모로부터 행해지는 학대 앞에서 무색해진다.

 

#2

또 다른 아이가 있다. 4살 때 엄마의 폭행으로 넓적다리가 부러진 뒤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방에 갇혀 누워서만 지내던 아이는 13살에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사망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7.5킬로그램. 9년 동안 아이는 치료는커녕 먹을 것도 먹지 못했던 것이다. 부모는 누워있는 아이를 철저히 방치하고 말도 걸지 않았다. 삶의 대부분을 극단적으로 버려져서 보내던 아이는 허공만 바라보다가 미이라와 같은 모습이 되어서야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지난 1월24일 첫 방송된 tvN 드라마 ‘마더’의 초반 내용이다. 두 번째는 2015년에 실제로 있었던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참혹하다.

아동 학대 사례 건수는 2001년 2105건에서 2015년에 1만1715건으로, 2016년에는 1만8700건으로 크게 늘어 왔다. 학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조금씩이나마 자리 잡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확인된 건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증가폭이다. 학대 피해 아동이 우리 주변에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아동학대가 뉴스에 오르내리는 건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이나 복지기관에서의 사건이 많지만 통계상 가장 위험한 곳은 따로 있다. 바로 가정이다. 통계로 나타난 숫자만 본다면 아동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은 부모, 특히 친부모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전국 아동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80.5%가 부모에 의해 이뤄진다. 학대의 강도도 높아서 아동학대 사망 사례 중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86%에 이른다. 직접 낳고 기른 친부모인 경우도 72%나 된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린이집 CCTV 설치 논란으로까지 번졌던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는 전체 사례의 3.1%에 불과하다.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위탁가정 등 대리양육자 전체를 합쳐도 11.6%로 부모가 학대 행위자인 사례보다 현격히 적다. 그러나 대리양육자에 의한 학대가 2001년 3.0%에서 2016년 11.6%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늘어난 학대 사례는 시설이나 기관의 보육자들 또는 베이비시터에 대한 불안감으로 반영됐다.

앞서 살펴봤듯 계부·계모의 괴롭힘보다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계부·계모에 의한 학대의 이미지가 더 많이 퍼져있다. 전래동화에서 많이 차용된 탓도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다른 데에 있다. 친부모의 학대는 외부에 많이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계부·계모가 학대 행위자인 경우 피해 아동의 친부모나 친척들이 문제 제기를 한다. 예를 들어 계부가 아이를 학대 끝에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친부는 이를 끝까지 파헤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친부모가 아이를 학대한 사건은 조용히 넘어가려 하는 경우가 많다. 친척들 또한 ‘집안망신’이라며 쉬쉬하기 마련이다. 친부모의 학대 사례가 월등히 많음에도 아동학대가 어린이집 문제, 계부·계모 문제로 치부되는 이유다.

 

부모가 되기엔 부족했던 이들

 

2016년 3월 경기도에서는 한 아이가 두개골이 함몰되고 여러 곳의 뼈가 부러진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이는 ‘아기’였다. 태어난 지 84일 만에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이를 그렇게 만든 건 친부모였다.

아빠 A씨와 엄마 B씨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 만난 지 4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했고, 바로 아이가 생겼다. B씨는 아이를 지우려 했지만 A씨가 자신이 육아를 모두 맡겠노라고 자청하며 설득했다. 당시 A씨는 직업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뒤 A씨는 호프집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를 돌봤다. B씨가 거의 매일 술을 마셨기에 사실상 ‘독박 육아’였다. 그러나 A씨 또한 음주와 게임에 쓰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빚, 생계 문제, 육아 등에 따른 압박을 술과 게임으로 눌러왔다. 그렇게 견디던 A씨는 아이가 생후 40일 되던 날, 아이를 향한 학대를 시작했다. 혼자 술을 마시던 중 옆에 누워서 분유를 먹고 있던 아이의 뺨을 때리고 피멍이 들 때까지 눈두덩을 눌렀다. 이후로는 점점 심해졌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넘어진 엄마의 몸에 깔려 아이의 갈비뼈와 오른팔이 골절됐지만 부부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A씨는 아이가 분유를 안 먹는다고 얼굴을 할퀴고, 목욕을 시킨 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화에 아이의 팔을 잡아당겨 팔꿈치 관절을 탈구시켰다.

2016년 3월 16일, 급기야 A씨는 안고 있는 아이를 그냥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떨어진 아기는 피를 흘리며 자지러지게 울었지만 A씨는 억지로 분유병을 물렸다. 그리곤 창문이 열려있는 작은방에 아이를 혼자 두고 안방으로 자러 가버렸다. 4시간 뒤 A씨가 잠에서 깼을 때 아이는 입 부근에 피를 흘린 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스스로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생후 80여 일의 피해자가 온몸에 멍이 들고 여러 곳의 뼈가 부러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오직 부모를 향해 살려달라고 우는 것밖에 없었다.”(1심 판결문) 20대 초반의 부부는 아이의 간절한 울음을 끝내 외면했다.

이 안타까운 사건에는 아동학대 통계의 숫자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2016년에 아동학대로 죽은 아이들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만 1세 미만이며, 가해자는 20대가 가장 많다. 가해자 대부분이 부모라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학대를 가한 이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의외로 어릴 적 학대경험이나 개인의 폭력 또는 중독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오히려 가장 많은 공통점은 ‘양육 태도 및 방법의 부족’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특성 또한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과 ‘부부 및 가족 갈등’이다. 이렇듯 아동학대 현황 자료의 숫자들은 양육 태도 및 방법이 부족한 20대 친부모들이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대해 경고한다. 위에서 다룬 84일 아기 학대 사망 사건의 배경과 동일하다. 아빠가 아이를 학대하는 것을 보면서도 방치하고 술을 마시러 다니던 엄마는 수사 과정에서 “친구들은 즐겁게 살고 있는데 자신은 아기를 낳고 돌보게 되어 아기가 밉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친부모라고 해도 아이를 양육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아동복지법은 소극적인 방임행위까지 포함시켜 다음과 같은 말로 아동학대를 정의하고 있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유기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합리화

 

2011년 봄날이었다. 두 살짜리 아이가 베란다에서 쓰러져 하루 만에 숨졌다. 사인은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엄마의 폭행에 의한 것이었다. 식탐이 심해 식탁을 헤집어놓는다는 이유로 엄마는 아이를 의자에 묶었다. 그래도 안 되니 빗자루로 때렸다. 소변을 가리지 못해 바지에 누면 베란다에서 벌을 세웠다. 이 모든 일에 엄마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대며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가르치려고 했을 뿐”이라고 그 엄마는 말했다.

2013년 가을에는 또 다른 아이가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오른쪽 눈 주변으로는 피멍이 있었다. 검사 후 응급수술에 들어갔지만 이미 어려운 상태였다. 급성과 만성 뇌출혈이었다. 아빠는 죽은 아이의 동생에 대한 학대 혐의로 체포된 뒤에야 폭행 사실을 털어놨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 것에 화가 나서 얼굴을 밀쳤는데,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쌀독에 머리를 찧었다.” 아빠는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 전부터 아이의 배를 걷어차고 뺨을 때렸다. 울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손톱을 물어뜯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행동을 자제시키는 지인에게는 “애 버릇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폭력이 곧 훈육이었던 셈이다.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의 자료를 살펴보면 학대의 이유로 아이의 배변, 수면 습관, 울음 등 생리적인 이유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2008년~2014년 자료 분석, 한겨레신문) 배변, 수면, 울음 등은 성장기 아이들이 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이를 교육하는 과정이 부모에게도 고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조부모와 이웃으로부터 양육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지만 현대의 핵가족에서는 그런 기회가 막혔다.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고 이웃과 단절되면서 육아의 수고를 분담할 수 있는 환경도 제한됐다.

그 다음으로 많은 학대의 이유도 훈육의 명분이다.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거짓말을 해서’ ‘고집을 부려서’ 등이다. 결국 육아와 훈육의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하는 사회 배경에서 학대 행위자 부모들은 폭력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학대 행위자 대부분은 본인들 스스로 교육과 훈육, 폭력과 학대라는 개념의 차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이는 자녀에 대한 부모, 특히 친부모의 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너그러운 탓도 있다. 학교 내 체벌이 금지되는 추세이지만 가정 내 체벌에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동학대 수사 자료를 보면 경찰과 검찰은 폭력의 대상이 자녀인 경우 교육상의 문제라는 이유로 관여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 온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정 내 체벌 금지를 법제화한 국가는 24개국이다. 이를 처음 도입한 스웨덴도 그 이전에는 우리나라처럼 체벌에 관대했다. 1970년대 들어 법안이 추진됐을 당시 국민의 90%가 훈육을 위한 체벌은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보였지만 꾸준한 설득 끝에 가정 내 체벌 금지 내용을 포함한 아동 학대 금지 법안이 1979년에 발효됐다. 이로써 스웨덴 내에서 모든 형태의 체벌이 금지됐고, 범죄가 됐다.

 

아이를 키우는, 키울 수 있는 사회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아이를 학대하는 데에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if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it takes a village to abuse one.)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아동 성추행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에게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를 학대하는 데에도, 아이를 키워내는 데에도 공동체 환경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동학대 통계와 사건 기록들은 이를 증명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가 가하는 학대, 경제적으로 한계에 이른 가정에서 벌어지는 학대, 교육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학대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친부모들이다. 가정에서의 육아를 사회가 함께 분담했다면 아이들은 다치거나 죽지 않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사회적인 육아 분담 필요성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영 연구위원의 ‘우리나라 영유아 학대 현황 및 예방 방안’ 보고서(2017)에 따르면 아동학대를 유발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어른들의 스트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교사 2300여 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양육 스트레스’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학대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꼽혔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보고서는 ‘육아 지원 서비스 확대’, ‘아동학대 관련 부모교육 의무화’, ‘유치원·어린이집 인력 확충’ 등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행 아동학대 관련 정책 상황은 사회적인 육아 분담을 논의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전국 244개 시군구별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1개 이상 설치해야 하지만 해당 시설은 전국에 60개뿐이다. 게다가 대부분 민간 위탁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학대 의심 가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가 어렵다.

지원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 노인 관련 전담 부서는 따로 있지만 아동은 별도의 부서가 없다. 여성,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과 함께 묶여 있다. 1~2명의 인력이 아동 관련 사업과 함께 출산장려, 모자보건사업, 다문화가정 지원 등을 맡아 담당한다. 현실적인 복지 정책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도 2018년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254억원으로 지난해(266억원)보다 줄었다.

지원과 함께 사회적인 ‘감시의 눈’도 필요하다. 스웨덴의 경우 어디서든 아동학대 정황을 목격하면 익명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교사 등도 적극적으로 감시자이자 아동의 보호자로서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신고 체계를 간소화해 신고 건수가 늘어나더라도 학대 상황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정부는 더욱 강화된 아동보호 정책을 발표했다. 가족부에서 학대 의혹을 받은 아이들의 신체기록서를 작성하는데, 2020년까지 그 대상을 5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각 병원에 담당 의사를 배치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설문을 실시한다. 아동학대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조치하려는 의도다. 캐나다에서는 위험에 처한 아이를 모른 척 지나쳐도 범죄가 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그 사회의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교사나 의사는 아동에게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학대받은 흔적을 발견할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0~5세 영유아 가정을 대상으로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상담사 등이 가정을 방문에 가족들의 건강을 살피고 부모교육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 여부도 살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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