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학교의 모든 것
  • 김미소 기자
  • 승인 2018.02.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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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한 대표에게 직접 듣는 퇴사학교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 ‘미생’의 한 대사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해도 기쁨은 잠시, 인생 제 2막의 제목은 ‘또 다른 시련’이다. 아등바등 노력해도 제자리라는 걸 인지한 20~30대 직장인들은 전쟁터를 벗어나 지옥에 떨어질지언정 행복을 찾겠다며 ‘퇴사’를 결심하기 시작했다. 회사에는 비밀로! 은밀하게 진행되는 그들의 ‘행복찾기’는 서울 마포구의 한 학교에서 출발한다. 매주 200~300명의 직장인들이 찾는다는 ‘퇴사학교’다.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출간한 ‘트렌드코리아2018’에 의하면 올해 주목해야 할 트렌드 중 하나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다. 워라벨은 일과 여가의 균형을 뜻하는 말로 작년 트렌드였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뒤를 이어 올해 직장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야근이 일상이 되어버린 ‘프로야근러’들에게 일과 여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에 치여 살다보니 개인의 삶이 사라진 것 같다며 고민하던 직장인들은 행복을 찾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퇴사학교’다. 2016년 5월에 설립된 퇴사학교는 현재 매주 200~30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찾아온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퇴사학교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퇴사학교의 설립자 중 한명인 장수한 대표에게 직접 들어봤다.

‘퇴사학교’라는 명칭만 들으면 퇴사학교의 본질을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장수한 대표는 “퇴사학교는 직장인에게 사표를 권하는 곳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정해진 순서대로 살아오다보면 왜 회사원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회사원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는 게 요즘 직장인들의 현실이라는 것.

 

대졸 신입사원 1년 이내 퇴사율 27.7%

 

실제로 취업한파를 뚫고 취직에 성공한 대졸 신입사원의 27.7%가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사이유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49.1%로 가장 높았다.

퇴사학교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일할 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능한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졌다고 한다. 한때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다녔고 현재는 퇴사학교의 교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장수한 대표 또한 ‘나에게 맞는 일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며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대기업을 퇴사하고 1년 동안 백수로 살면서 준비 없는 퇴사가 얼마나 힘든지도 그 때 깨달았다고. 그 과정에서 회사 생활을 고찰한 에세이를 온라인에 연재했고, 그 계기로 상도 받고 책도 출간하면서 직장인들의 현실을 함께 고민해서 대안을 찾아보자며 설립한 학교가 퇴사학교인 것이다. 그래서 퇴사학교의 목표도 모든 직장인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장수한 대표.

 

"행복해 질 수 있게 스스로 질문하고 찾아나가는 게 중요" 

 

원데이 퇴사 캠프
원데이 퇴사 캠프

그렇다면 퇴사학교의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장수한 대표는 “단순히 동기부여만 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실천해보고 고민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준비되지 않은 퇴사는 너무나 힘들고 두렵다. 그래서 퇴사학교에서는 회사 생활이 왜 힘든지 진단한 다음에 회사에서 무엇을 배울지 고민한다. 그리고 퇴사 이후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준비된 퇴사’를 위한 대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퇴사학교의 수업은 직장인들이 필요로 하고 고민하는 문제들을 주제로 새롭게 개설됐다고 한다. 1개월 단위로 하는 학기제수업, 1일 2~3시간 교육으로 이루어진 원데이(one day), 그리고 작년 여름에 처음 도입된 2, 3개 강의를 선택해 하루에 모아 청강할 수 있는 캠프(camp) 수업이 있다. 학기제와 캠프는 토론과 코칭, 실습이 주를 이루고 있고, 원데이 수업은 상대적으로 퇴사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선생님들의 콘텐츠도 뜬구름 이론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현업에서 실제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는 분만 섭외 하고 있다는 장수한 대표. 1인 창업전문가, 자영업, 작가, 전 아나운서 등 커리어는 다양하지만 모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코칭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게 퇴사학교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장수한 대표를 통해 퇴사학교를 다닌 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례도 들어볼 수 있었다. “저번 주에는 창업 수업 학생 중 한 분이 성공적으로 기업을 런칭해 대표 명함을 들고 사무실을 찾아와 주셨다. 지난 달 자영업 수업을 들으신 학생분은 최근 임대계약을 마치고 오픈을 위한 인테리어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시다. 이직하고 싶지만 가고 싶은 기업의 경쟁률이 높아 걱정이라며 퇴학학교 수업을 찾아주셨던 분은 외국계 기업에 이번 달부터 출근한다고 연락을 주셨다.”

 

회사를 다니며 창업에 성공한 사례 있어

 

순간퇴사 구독자 모임
순간퇴사 구독자 모임

퇴사학교의 수업 중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창업 수업’이다. 퇴사학교에는 ‘회사를 다니며 리스크를 줄이는 실전 창업A-Z’라는 수업이 있다. 창업에만 집중해도 성공할까 말까한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과세당국에 폐업신고를 한 개인 및 법인사업자는 총 90만9202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 65만 명의 폐업자 수를 기록한 IMF때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즉, 3명 중 2명은 폐업을 한다는 것이다.

장수한 대표는 회사를 다니며 창업에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 장수한 대표는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면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더 소요되고, 아무래도 전업으로 창업 준비를 할 때보다 소홀해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며 “실제로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했고, 또 성공적으로 꾸려나가고 계신 분들도 퇴사학교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으니 성공한 선배님들의 이야기도 학기 또는 원데이 수업에서 들으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 수업 외에도 퇴사학개론, 아이덴티티 워크숍, 방황학개론, 넓고 얕은 IT코팅 스쿨, 보통 직장인의 위대한 글쓰기 등 퇴사학교에는 여러 주제의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글을 쓸 때도 글의 방향이 모호할 때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그 길이 확실히 보일 때가 있다. 삶의 방향도 글쓰기와 비슷하다. 길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조언을 들으면 그 길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최근 현대사회에서 그 역할을 하는 곳이 ‘퇴사학교’인 듯하다. 장수한 대표의 바람대로 퇴사학교가 모든 직장인들이 편하게 방문해서 휴식을 취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긍정적인 공간으로 꾸준히 발전되길 바란다.

 

사진제공_퇴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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