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 특별전 ‘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
  • 이유정 기자
  • 승인 2018.01.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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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난고를 그림을 통해 극복했던 근현대화가 7인

서울미술관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근현대 화가 7인을 선정해 ‘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기창,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천경자 등 대한민국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7인의 정수만을 모은 전시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고난을 자신만의 철학과 독자적인 화풍으로 구축한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김환기 ‘산’, 김기창 ‘만종’ 최초 공개


이번 전시에서는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김환기 ‘산’, 김기창 ‘만종’이 서울미술관 소장 이래 최초로 공개된다.
천경자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작가의 뜨거운 예술혼이 화폭에 가득 넘치는 걸작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의 인생 속 아픔과 고난, 그리고 예술을 통해 얻은 자유까지 실로 다양한 예술적 감흥을 제공한다.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김환기의 ‘산’에서는 ‘환기블루’라 일컬어지는 특유의 쪽빛 푸른색을 사용해 한국의 자연을 서구의 모더니즘 기법으로 구사한 뛰어난 구성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타계할 때까지 2만여 점의 작품을 남기며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한국화의 대가 김기창의 ‘만종’은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밀레의 ‘만종’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김기창 특유의 유현한 세필과 함께 향토적인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민족화가 이중섭의 최고작이자 서울미술관 대표 소장품 중 하나인 <황소>를 통해 고된 한국 근대사를 거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우리 민족의 강한 정신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연작은 최근 독일 국립 박물관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전 : The Luther Effect》에 아시아 부문 대표작으로 참여해 전 세계적인 관심과 환호를 받은 작품.
운보 김기창의 대표 작품인 ‘예수의 생애’ 연작은 신약성서의 주요 장면들을 30점의 화폭에 압축적으로 담은 한국적 성화이다.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복색을 한 등장인물들과 우리 전통 가옥이 유연한 세필로 묘사되어 생생한 현장감이 드는 전통 풍속화를 연상시킨다. 세계 어느 나라의 성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예수의 일대기는 기독교가 토착화되었음을 드러내는 한국적 성화로서도 가치가 높지만, 빠른 운필과 뛰어난 구성력 등 운보의 드높은 회화적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미술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본 전시는 ‘예수의 생애’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인류에게 큰 감동을 준 한 위인의 거대한 발자취를 작품을 따라 걸어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 근현대미술 대가들의 남다른 통찰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거장들이 이뤄낸 예술적 성취와 후대로 이어질 예술혼을 드러낸다. 격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뜨거운 예술혼 하나만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천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인류의 유산을 만나 보도록 하자.

 

김환기 섬 스케치, 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80x99.6cm, 서울미술관 소장.
김환기 섬 스케치, 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80x99.6cm, 서울미술관 소장.

 

예술 작품을 넘어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유산


본 전시에 출품되는 50여점의 걸작들은 한국 근현대미술이 걸어온 역사적 발자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서구의 양식이 도입되기 시작하며 미술계에서는 전통양식을 폄훼하고 서구양식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심각한 양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고자 했던 일본의 강압은 미술문화에서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일본풍의 채색화가 지배적인 화풍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일본에 의해 수동적으로 서양의 미술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시대적 상황은 우리 근대미술의 비극적인 출발이었다. 이러한 시대적인 불운 속에서도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7인의 거장들은 맹목적으로 서양의 미술을 추종하는 것이 아닌 한국적인 소재와 기법을 활용하여 우리 고유의 정신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던 화가들이다. 이러한 화가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굳건히 지켜온 전통 양식과 새로운 서구의 양식이 서로 갈등하는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근현대미술이 탄생할 수 있었고, 이는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며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왔다.
이번 전시는 오페라와 결합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미술로 풀어내는 2017 하반기 기획전 ‘사랑의 묘약–10개의 방, 3개의 마음’, 한국 전통 아름다움의 상징인 ‘한복’을 시각예술로 해석한 ‘녀,향; Scent of Women’, 특별 연장전 ‘사임당, 그녀의 화원; Saimdang, Her garden’,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모호한 경계선을 지닌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프로젝트 ‘소화(小話);짤막한 이야기’ 등 다양한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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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 화가’, ‘꽃의 화가’ 천경자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꿈과 낭만, 화폭에 담아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종이에 채색, 130x162cm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종이에 채색, 130x162cm

“현실이란 슬퍼도, 제 아무리 한 맺힌 일이 있어도 그걸 삼켜 넘겨 웃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그림 속에 담으려 한다.”
‘한의 화가’, ‘꽃의 화가’라 불리는 천경자(1924~2015)는 오늘날 한국 채색화의 기틀을 마련한 화가다.
1942~43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연이어 입선하며 화가로 데뷔했고, 이후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자신의 한스러운 마음을 담은 35마리의 뱀이 그려진 <생태>를 출품하여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화의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한 천경자는 해외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에 세계 각지를 누비며 이국적인 인물화와 풍경화를 그렸다. 주로 꽃과 여인을 소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던 천경자는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꿈과 원시적 낭만을 화려한 색채로 담아냈다.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아프리카를 횡단하며 그곳의 풍물과 서민들의 삶을 스케치하며 그 대륙의 이미지에 자신의 49세 인생을 중첩시킨 대작으로 1년여에 걸친 긴 작업이다. 1976년 국전에 출품한 이 작품은 아프리카 여행의 완결편이라고 할 만큼 구도가 다양하고 첩첩이 발라 올린 채색이 투명하게 표현됐다. 작가의 고독이 코끼리 등에 탄 고개 숙인 여인에게 묻어나는 작품으로, 제목이 주는 뉘앙스처럼 전설 같은 한 여인의 살아온 반생이 정과 한으로 배어 있어 더욱 찡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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